86 에이티식스 5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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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에 발매된 신작 라이트 노벨 <86 에이티식스 5권>을 오늘 드디어 읽을 수 있었다. 이번 5권에서 그려진 에피소드는 너무나도 무겁고 잔혹했다. 원래 이 작품은 분위기가 절대 밝을 수 없는 에피소드가 연이어 그려지는 작품이지만, 오늘 5권은 다른 어떤 때보다 더 잔혹한 느낌이었다.



 <86 에이티식스 5권> 이야기 시작은 레나와 신 일행이 연합왕국에 협력해 왕국을 집어삼키려고 하는 레기온을 퇴치하기 위해 움직이는 장면이다. 하지만 그 장면이 비쳐지기 전에 먼저 연합왕국의 ‘비카’로 불리는 왕위 계승권을 박탈당한 인물과 한 인물의 대사가 그려지며 살짝 호기심을 품게 했다.


 왜냐하면, 거기서 등장한 단어는 ‘인간의 모습을 한 괴물’이라는 단어였기 때문이다. 레기온이 인간의 뇌를 이용해서 상당히 전략적인 기량을 높이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인간의 모습을 한 괴물’이라는 새로운 화두는 호기심을 품게 하기 충분했다. 그리고 그 비밀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드러났다.


 바로, 연합왕국에서 사용하는 반자율 기기를 담당하는 핸들러의 정체는 인간의 뇌를 복제해서 만들어진 일종의 레기온에 가까운 기계 생명이었기 때문이다.


 <86 에이티식스 5권>에서 이 장면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얼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죽은 자의 뇌를 활용했다고 해도 설마 뇌를 이용해 기기를 조종해 레기온과 싸우게 할 줄이야. 어떻게 본다면 인조 인간 혹은 인간의 희생은전혀 만들이 않는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윤리적으로 본다면 어떨까?



 오늘 읽은 라이트 노벨 <86 에이티식스 5권>은 그렇게 등장한 그들의 존재와 함께 전장에서 비극적인 싸움을 이어나가는 86 에이티식스 부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혹자는 그들을 가리켜 ‘괴물’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오로지 그들이 직접 전쟁에 참여하지 않고 방관하는 자들이라 가능한 말이다.


 진짜 괴물은 그렇게 ‘시린’이라는 인공요정을 만들어 싸움을 대신하게 하고, 그러면서도 책임감 없이 동정하거나 전장을 모른 상태로 전장을 말하는 이들이 아닐까. <86 에이티식스 5권>에서는 여러 부분에서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던 장면이 많았다. 그 장면 중 한 장면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살아남는 것은 계속해서 뭔가를 희생하는 것이다.

그렇게까지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면.

인간은,

이미 활동을 정지했을, 이미 눈도 깜빡이지 않는 붉은 머리칼의 머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 반쯤 찢어진 머리는 ‘언더테이커’의 질주의 진동에 완전히 뽑혀서 굴러 떨어지고 사라졌다.

내뱉은 숨에 눈물 따윈 섞이지 않았다.

레나. 미안해.

인간이 사는 것을. 인간을. 나는.

아름답다고, 생각할 수 없어. (본문 298)


 굉장히 무거운 독백이 그려진 이 장면. 그동안에도 계속 분위기가 너무나 무거웠지만, 오늘 <86 에이티식스 5권>은 특히 더 그랬다. 너무나 싸늘한 전장에서 불어오는 불온하고 차가운 바람이 있는 그대로 느껴졌다. 아마 이 책을 다 읽고 난다면 한동안 뭘 할 수 없을 정도로 지칠지도 모른다.


 나는 일종의 의무이자 평소에 하던 일을 한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고 있지만, <86 에이티식스 5권>을 다 읽었을 때는 정말 다른 어떤 라이트 노벨을 읽었을 때보다 지치고 말았다. 그리고 이제 글을 마무리하고 잠시 쉬다가 조금 가벼운 작품을 읽으면서 다소 휴식을 취할 생각이다.


 깊은 절망과 고독, 그리고 너무나 비정한 이야기를 읽고 싶은 사람에게 나는 라이트 노벨 <86 에이티식스> 시리즈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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