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인출 사고에 대한 엄마의 반응이 웃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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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농협에서 발생한 거액 인출 사고를 엄마에게 메시지로 알렸더니


 며칠 전, 뉴스를 통해 농협에 계좌를 두고 있던 사람이 갑작스럽게 통장 잔액의 모든 금액이 도둑 사라진 일이 보도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초기 농협 측은 원인이 명확하지 않았기에 피해자에게 보상해줄 수 없다고 했는데, 이 사건이 뉴스를 통해 알려지자 사람들은 아고라 청원 운동을 벌이면서 농협의 책임과 보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사건의 피해자는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 있었고, 피해당한 금액만 하더라도 수 억 원에 이른다는 내용이 뉴스를 통해 보도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상당히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은행 농협이 이런 일이 발생했음에도 농협 측의 안일한 대처에 대해 많은 사람이 화를 냈으며, 댓글을 통해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의 반응은 '오늘 해제하러 갑니다.', '농협 못 믿겠다.' 등으로 다양했다.


 나는 농협을 주거래 은행으로 사용하는 엄마에게 이 기사의 링크와 함께 "농협 위험하다."이라는 글을 카카오 메시지로 보냈다. 이 기사를 읽어본 엄마가 돌려준 답변은 순간 '피식' 하며 웃음이 나오면서도 마음이 아파지는 답이었다.


카톡 메시지, ⓒ미우


 "농협에 돈이 없어 안 위험하다."이라는 엄마의 답장. 순간적으로 엄마의 재치있으면서도 솔직한 답장에 웃음이 나오면서도, 여전히 어려운 우리 집의 가계 재정 상황이 더 아프게 느껴졌다. 통장에 남는 잔액보다 빚의 잔액이 더 많은 우리 집의 상황. 이를 가리켜 '웃프다'고 하지 않으면, 도대체 어디에 '웃프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그래서 이번 농협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채,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농협 측이 자신들의 과실이 아니라며 피해자에게 보상을 해주지 않는 모습이 더 괘씸하게 느껴졌다. 그 피해자들도 평생 모은 돈을 농협에 넣고 있었다고 하는데, 한순간에 갑자기 통장 잔액에서 그것이 사라진 것이니까. 만약 보상도 제대로 못 받는다면 얼마나 가슴이 무너지는 일일까?


 아마 피해자는 예금자 보호법에 의해서 5000만 원 한도까지는 어렵지 않게 보상받을 수 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이상이 넘는 큰 금액은 좀처럼 제대로 보상받기 어려운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의료 사고도, 군 의문사 사고도 피해자가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억지 규정이 만들어지는 시점에서 언제나 힘없는 서민만이 당하는 이런 모습이 정말 보기 싫다.



 엄마는 "농협에 돈이 없어 안 위험하다."이라는 답장을 했지만, 만약 엄마가 이런 일을 당했다면 정말 죽을 것 같은 모습으로 힘들어했을 것이다. 아마 엄마는 앞으로도 꾸준히 농협을 이용할 것이다. 내가 처음 만든 은행의 통장을 계속 이용하는 것처럼.


 하지만 뉴스에서 보도된 것처럼 '통장에 모은 큰돈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고민을 할 수 있는 날은 아마 없지 않을까?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매달 돈이 들어오기 무섭게 빠져나가고, 0원에 이르게 되는 그런 상태로 우리 집은 살아가고 있으니까.


 뭐, 나도 매달 어느 정도의 금액을 벌면서 책을 구매하는 등의 여러 생활비로 충당하고 있지만, 그런 걱정을 하게 되는 날은 오지 않을 것 같다. 언젠가 엄마가 통장에 쌓인 잔액을 보면서 '갑자기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게 될 수 있는 날을 맞이하게 해드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죄송스럽다.


 (라이트 노벨과 애니메이션처럼, 부자 여히로인에게 플래그를 세우지 않는 한 그런 날은 오지 않겠지. 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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