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페이트 제로 5권, 세이버와 라이더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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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노벨 감상 후기] 소설 페이트 제로 5권, 세이버와 라이더의 대결


 지난 3월쯤에 《페이트 제로 4권》을 읽고, 약 두 달 만에 《페이트 제로 5권》을 읽게 되었다. 지난 4권의 마지막에서는 캐스터가 소환한 마(魔)를 라이더의 고군분투 덕분에 세이버의 대성보구 약속된 승리의 검(엑스칼리버)로 완전히 세상에서 소멸시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와 함께 책을 읽는 독자가 안타까운 탄식이 절로 나온 랜서의 비참한 최후도 볼 수 있었다.


 어쨌든, 그런 사소한 감정을 뒤로한 채 성배 전쟁에 참여한 세 명의 마스터(케이네스와 그의 약혼녀, 류노스케)가 죽고, 랜서와 어쌔신과 캐스터가 죽은 이 성배 전쟁이라는 무대는 한층 더 긴장감이 흐르게 되었다. 이번 2014년 5월 신작 라이트 노벨로 읽을 수 있었던 《페이트 제로 5권》에서는 본격적으로 쓰나미가 몰려오기 전에 잠잠해지는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페이트 제로 5권, ⓒ노지


 소설 《페이트 제로 5권》에서 제일 먼저 읽어볼 수 있었던 건 랜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안타까움이 저절로 묻어나오는 마토 카리야의 서글픈 흐느낌이었다. 거의 죽기 직전이었던 카리야는 코토미네 키레의 변심으로 목숨을 연장했는데, 그는 사쿠라의 처녀를 빼앗은 벌레에 의해 다시 한 번 살아나게 된다.


 그렇게 몸이 망가지면서 지키고자 했던 사쿠라를 괴롭힌 이질적인 존재에게 도움을 받은 카리야의 비통한 외침은 책을 읽는 내내 너무 안타까웠다. 특히 이번 5권의 마지막에서 볼 수 있었던 코토미네 키레가 짠 꼭두각시 연극의 꼭두각시가 되어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은 절망에 빠진 그 모습은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랜서도 그랬지만, 카리야는 어찌 이리도 불쌍하게 그 설정을 잡았는지….


 그리고 여기서 이어서 볼 수 있었던 건 아이리스필이 점점 본래 성배의 그릇으로 각성해가며 지금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모습, 아이리스필이 토키오미와 담판에서 코토미네 키레를 일본에서 추방할 것을 요구하는 모습 등을 간단히 살펴볼 수 있었다. 이 부분은 이번 5권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부분인데, 코토미네 키레가 자신 앞에 맞닥뜨린 종이 한 장 두께의 벽을 가볍게 찢어버리고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됨을 알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간단히 코토미네 키레와 아쳐의 대화를 나눈 부분과 《페이트 제로 5권》에서 읽을 수 있었던 키리츠쿠의 과거 편에서 읽을 수 있었던 키리츠쿠의 독백 부분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토키오미 놈…. 마지막에 와서야 가까스로 쓸 만한 구석을 보였군. 그 따분한 남자도 이것으로 간신히 나를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 말이 의미하는 바를 추측해볼 때, 그것을 정말 피도 얼어붙을 정도로 처참한 선언이었다.

"그러면 어떡할 생각이지, 영웅왕? 그래도 여전히 너는 토키오미 스승님에게 충의를 지키며 나의 반역을 벌할 셈인가?"

"글쎄, 어떡해야 할까. 아무리 불충자라고 해도, 토키오미는 지금도 여전히 나에게 마력을 바치고 있어. 아무리 나라도 완전히 마스터를 버려서는 현계에 지장이 생기니 말이야…."

거기까지 말하고 나서 아처는 뻔뻔스러울 정도의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키레이를 응시했다.

"아아…. 그러고 보니 한 사람, 영주를 얻었는데도 상대가 없어서 계약에서 벗어난 서번트를 찾고 있는 마스터가 있었을 텐데 말이야."

"그러고 보니 그랬지."

노골적인 유혹에 실소로 답하며 키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과연 그 남자가 마스터로서 영웅왕의 눈에 찰지 어떨지."

"문제는 없을 거야. 너무 고지식한게 옥에 티지만, 나름대로 전도유망해. 장래에 상당히 나를 기쁘게 해 줄지도 몰라."


…그리하여.

운명에 선택된 최후의 마스터와 서번트는, 이때 처음으로 서로 미소를 교환했던 것이었다. (p74)


명예도 감사도 원하지 않았다. 그저 다시 한 번 나탈리아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언젠가 얼굴을 마주하고 '어머니'라고 부를 수 있는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결말을 바란 것이 아니다. 그래도 올바른 판단이었다. 어찌할 수 없이, 이론의 여지도 없이 키리츠쿠의 결단은 옳았다. 죽을 수밖에 없는 자가 말살되고, 죽을 이유가 없는 자들이 구원받았다. 이것이 '정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먼 옛날을 떠올린다. 눈부시게 비치는 햇살 속에서, '어떤 어른이 되고 싶어?' 라고 물어 왔던 사랑스러운 사람의 시선을.

그때, 키리츠구는 대답했어야 했다. 만일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기적이 이 손에 깃든다면, '나는 정의의 사도가 되고 싶어'라고.

그 무렵에는 아직 이해하지 못했다. '정의'라는 이름의 천칭이 무엇을 빼앗고, 무엇을 이 손에 이루게 하는지를.

'정의'는 아버지를 빼앗아 갔다. 어머니나 마찬가지인 사람을 빼앗아 갔다. 그 피의 감촉을 손에 남기고, 그들을 그립게 회상할 권리조차 키리츠구로부터 빼앗아 갔다.

사랑하는 사람들. 그 목소리도 그 모습도, 이제 결코 마음 편히 회고할 수 없다. 대신에 그들은 영원한 악몽 속에서 키리츠구를 괴롭히게 될 것이다. 비정한 판단으로 그들을 버리고 그 목숨을 솎아낸 간 키리츠구를,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정의'라는 것의 처사다. 동경하던 이상의 대가다. (p119)


 키리츠쿠의 독백 부분은 과거 키리츠쿠가 어떻게 절망을 했는지, 어떻게 지금의 선택지 이외에 다른 선택지를 고를 수 없었는지, 왜 그렇게 성배에 '구원의 기적'을 갈구하는지 잘 알 수 있었던 부분이다. 이 이외에도 글 제목 그대로 라이더와 세이버가 한 판 붙는 모습을 5권에서 나지막이 볼 수 있었는데, 여기서 '나지막이'라고 표현하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다. 이야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그리 길게 묘사되지는 않았으니까.


 그래도 이번 《페이트 제로 5권》에서 읽을 수 있었던 유일한 서번트 끼리의 충돌이었고, 앞으로 전개될 전투에서 누가 누구와 싸우게 될지를 엿볼 수 있는 싸움이었다. 다음 6권에서 볼 수 있는 다른 서번트 끼리의 충돌은 이번 권보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좀 더 긴장감 넘치는 싸움을 보여줄 것이다. 특히 라이더와 아처가 맞붙을 때에는… 감동이 몰려온다. 아직 6권의 내용을 모르고 있다면, 정말 기대해도 좋은 이야기다.


 그럼, 이 정도로 《페이트 제로 5권》 감상 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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