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의 하극상 제5부 여신의 화신 6권 후기
- 문화/라이트 노벨
- 2024. 8. 22. 20:18
지난 5월을 맞아 <책벌레의 하극상 제5부 여신의 화신 5권>이 발매된 이후 놀랍게도 3개월이 지난 오는 8월을 맞아 <책벌레의 하극상 제5부 여신의 화신 6권>이 정식 발매되었다. 길찾기는 1년에 약 두 권 정도 <책벌레의 하극상>을 발매하고 있다 보니 사실상 2024년에 읽어볼 수 있는 건 이번에 발매된 제5부 6권이 마지막인 셈이다.
물론, 길찾기가 마음을 바꿔서 <책벌레의 하극상 제5부 여신의 화신 7권>을 발매하는 기적적인 일이 벌어질 수도 있지만, 아마 그 확률은 윤석열 대통령이 고개를 숙이면서 자진해서 대통령에서 물러날 확률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즉, 그만큼 출판사 길찾기가 라이트 노벨 <책벌레의 하극상> 후속권을 발매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8월을 맞아 발매된 <책벌레의 하극상 제5부 여신의 화신 6권>은 지난 제5부 5권에서 있었던 로제마인과 지기스발트 왕자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 제5부 6권의 첫 장에서 읽어볼 수 있는 건 질베스타와 플로렌치아 두 사람이 지기스발트 때문에 로제마인이 왕도로 가는 것을 두고 의논하는 장면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 벌어지는 원흉이 된 지기스발트 왕자에 대한 감정도 탐탁지 않았는데, 제2장 영주회의 보고회에서 볼 수 있는 빌프리트도 참 정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빌프리트의 입장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그의 곁에 너무나 뛰어난 로제마인과 비교를 당하는 건 분명히 그에게도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빌프리트는 더 나아지기 위해서 노력을 기울여도 '대충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라는 수준에 그쳤고, 어릴 때 보여주었던 그 무지몽매한 모습만 아니라 그의 주변에 남아 있는 구 베로니카 파벌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했다. 화합을 외치면서 주도적으로 움직인 로제마인과 달리 빌프리트는 늘 수동적으로 조종당할 뿐이었다.
여기서 그릇의 차이를 분명히 알 수 있는데… 빌프리트는 비록 로제마인과 약혼을 파기하더라도 오누이 관계로 있는 것에는 큰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로제마인도 할 말은 많이 있었지만, 굳이 따질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그와 오누이 관계로 원만하게 지내는 것을 택한다. 어떻게 본다면 큰 문제 하나가 해결이 된 셈이다.
어쩌다 보니 로제마인이 중앙으로 가게 된 만큼 그녀의 주변에 있는 전속들의 관계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로제마인을 따라서 중앙으로 갈 사람과 에렌페스트에 남을 사람을 결정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하르트무트가 클라리사와 함께 이름을 바치는 모습은 무척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도 가볍게 웃을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그리고 로제마인은 귀족으로서 입장만 아니라 인쇄업을 책임지는 경영자로서, 신전을 책임지는 신전장으로서, 고아원을 책임지는 고아원장으로서의 일도 있었다. 참, 그 어린 나이에 영주 후보생만 아니라 많은 직책을 맡고 용케도 모든 것을 소화했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리 성인의 기억을 갖고 있다고 해도 절대 쉽지 않았다.
<책벌레의 하극상 제5부 여신의 화신 6권>에서 읽어볼 수 있는 로제마인이 고아원장으로서 문제를 정리하는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로제마인의 성장만 아니라 <책벌레의 하극상 제2부>에서 등장한 디르크의 성장과 델리아, 그리고 필린느와 그녀의 남동생 콘라트의 성장이 무척 돋보였다.
"저는 로제마인 님이 가르쳐 주신 방식을 지키고, 고아원 사람들과 델리아가 슬퍼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해 주고 싶습니다. 그리기 위해서 귀족 신전장이나 신관장이 되고 싶습니다." (본문 134)
"로제마인 님도 자신의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영주의 양녀가 되셨다고 하르트무트 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저도 로제마인 님처럼 이 고아원과 같이 자란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서 귀족이 되고 싶어요. 이해해 줘, 누나."
"기껏 로제마인 님이 좋게 만들어 주신 고아원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막고 싶습니다. 부탁드립니다, 하르트무트 님. 저를 귀족으로 만들어 주세요." (본문 136)
그렇게 차근차근히 자신이 맡고 있는 일과 관련된 사람들과 일을 정리하는 로제마인의 모습은 대견하면서도 쓸쓸함이 느껴졌다. 물론, 중앙 도서관의 책들을 생각하거나 란체나베의 이야기를 들은 이후 이웃 나라에 있는 책들을 생각하면서 풀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그런 장면이 없다면 로제마인이 너무나 외롭고 힘들 것 같았다.
<책벌레의 하극상 제5부 여신의 화신 6권>에서는 투리의 성인식을 맞아 로제마인이 축복을 내려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최대한 마력을 절제해서 평범한 축복을 내리려고 했던 로제마인이었지만, 투리가 나가는 모습과 가족들의 모습을 본 로제마인은 너무 기쁘고 좋아하는 마음이 가슴속에서 소용돌이치면서 재차 축복이 나가고 말았다.
참, 이런 모습을 보면 로제마인은 성장했으면서도 그 마음은 여전히 여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치 폭풍이 휘몰아치기 전에 볼 수 있는 짧은 평온 같은 느낌의 분위기로 그려진 라이트 노벨 <책벌레의 하극상 제5부 여신의 화신 6권>은 지루하다고 하면 지루할 수도 있지만, 로제마인과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책벌레의 하극상 제5부 여신의 화신 7권>의 표지를 본다면 두 가지 모습을 한 로제마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제5부 7권부터 진짜 재미있는 이야기의 막이 오르기 때문에 가능한 일찍 <책벌레의 하극상 제5부 여신의 화신 7권>이 한국에서 정식 발매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길찾기가 2024년에 세 권째를 발매해 주는 기적이 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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