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첫 갸루 15권 후기, 양다리를 제안받다!?
- 문화/만화책 후기
- 2022. 9. 8. 00:52
지난 14권 막바지에 그려진 놀라운 플레이의 연장으로 시작한 만화 <첫 갸루 15권>은 주인공 쥰이치와 유카나 두 사람이 쥰이치의 방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매력적으로 잘 그려졌다. 그동안 만화 <첫 갸루> 시리즈를 본다면 고등학교 편에서 쥰이치가 막 야한 망상을 하기는 해도 두 사람이 그런 분위기가 되는 장면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대학생 편으로 진입한 <첫 갸루 14권>부터 점차 그런 분위기가 되는 장면이 늘어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14권 막바지에 그려진 개 목걸이를 한 플레이의 연장선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그려진 <첫 갸루 15권>의 첫 편은 '진짜냐 ㅋㅋㅋ'라는 헛웃음이 나왔다. 역시 러브 코미디 만화에서는 이런 장면이 있어야 잘 팔리는 법일까?
만화 <첫 갸루> 시리즈를 집필하고 있는 작가 우에노 메구루가 새롭게 집필하고 있는 <갸루 쌤(ギャルせん)>이라는 작품을 본다면 그 수위는 만화 <첫 갸루> 시리즈와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작가가 완전히 작정하고 에로를 내세워서 그리는 러브 코미디 만화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 이야기는 차후에 후기를 통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오늘은 어디까지 만화 <첫 갸루 15권>에서 읽을 수 있었던 몇 가지 놀라운 장면과 함께 살짝 야한 러브 코미디를 그리면서도 확실히 좋은 이야기를 그린 장면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만화 <첫 갸루 15권>의 살짝 야한 러브 코미디와 좋은 이야기는 모두 지난 14권에서 주인공이 대학에서 만난 오타쿠 동아리의 쿠리하마가 관련되어 있다.
자작 만화를 그릴 정도로 만화와 오타쿠 문화를 좋아하는 쿠리하마는 과거 친구의 추천으로 동인전에 자신의 만화를 그려서 판매에 도전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대체로 처음 만화를 그려서 동인 행사에 참여했을 때 만화가 판매될 확률은 극히 적다. 물론, 작품의 완성도가 대단히 좋거나 좋은 프로듀서를 만났을 때는 다른 결과가 있을 수도 있다.
라이트 노벨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에서 볼 수 있었던 아키 토모야가 이즈미가 처음 동인 행사에 참여했을 때 그녀의 책을 팔리도록 도와줬던 홍보 방식이 대표적이다. 만화 <첫 갸루 15권>에서 주인공 쥰이치도 자신의 여친 유카나와 '양다리'를 걸치면서 취재한 내용으로 그린 쿠리하마의 작품을 홍보하기 위해 그와 비슷한 작전을 펼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쿠리하마가 만화를 새롭게 그리기 위해 '쥰이치의 여친 유카나와 양다리를 걸친' 부분이다. 쿠리하마의 생각지 못한 제안에 쥰이치는 굉장히 당황했지만, 유카나는 오히려 너무나 시원스럽게 그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세 사람과 란코가 얽혀 벌어지는 여러 해프닝이 만화 <첫 갸루 15권>에서 다 재미있게 잘 그려져 있다.
그 해프닝들은 동인 행사에 참여해 쿠리하마가 도전한 러브 코미디 만화 판매 이벤트로 이어진다. 그림이 깔끔하게 잘 그려져 있다 보니 책이 처음부터 좀 팔리지 않을까 싶었지만, 사람들은 좀처럼 쿠리하마의 만화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그때 쥰이치가 행사장을 방문한 유카나를 보고 떠올린 방법이 부장과 마찬가지로 코스프레를 하는 것이었다.
딱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유카나의 교복 코스프레 덕분에 사람들은 조금씩 흥미를 보이면서 쿠리하마의 만화를 집어 들었고, 만화의 내용과 퀄리티에 만족한 사람들이 조금씩 만화를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쿠리하마가 찍은 50부는 완판을 찍을 수 있었다. 역시 오타쿠는 뻔한 술수에 걸려들 수밖에 없는 족속들이었다. (웃음)
라이트 노벨을 구매할 때도 우리는 제목과 표지 일러스트를 본 이후에야 줄거리를 잠깐 읽어보게 되는데, 보통 제목과 표지 일러스트가 흥미를 자극하지 않을 경우에는 줄거리를 읽어보는 일이 적다. 일부 작품은 표지에 그려진 일러스트만 보고 구매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하니, 어떤 작품을 판매할 때 대외적인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쿠리하마가 그린 만화는 절대 나쁘지 않았지만,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어필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주목을 받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런 약점을 쥰이치가 부장의 코스프레 ROM 판매 전략을 보고 유카나에게 부탁해 그녀의 작품을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게 해주었고, 쿠리하마는 남성들만 아니라 여성 독자도 만나면서 하나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이건 단지 좌절하지 않는 한 꿈은 이루어진다고 말하기에는 맞지 않다. 좌절하지 않고 꿈에 도전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꿈에 도전하면서 실패를 경험했을 때 우리는 '왜?'라는 질문을 던져서 타개책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을 만화 <첫 갸루 15권>에서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음, 여기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좀 어불성설일까?
아무튼, 만화 <첫 갸루 15권>은 쿠리하마로 인해 벌어진 해프닝으로 시작해 마지막까지 쿠리하마를 중심으로 살짝 야한 장면이나 아주 가슴이 훈훈해지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고코마치와 쥰이치 사이에 데자뷰가 느껴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끝을 맺었는데, 다음 <첫 갸루 16권>은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된다.
비록 한국에서는 정식 발매가 더는 되지 않아 읽을 수 없는 러브 코미디 만화 <첫 갸루>이지만,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거나 일본어 공부를 어느 정도 한 독자라면 꼭 만화 <첫 갸루> 시리즈를 원서로 구매해서 읽어볼 수 있도록 하자! 망가 포켓에서 읽는 것보다 역시 종이책으로 직접 읽었을 때 느낄 수 있는 재미는 오타쿠로서 절대 놓칠 수가 없으니까.
이 글을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