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 불릿 언더그라운드 후기
- 문화/라이트 노벨
- 2020. 7. 10. 09:35
지난 제25회 전격 문고 대상에서 문제작으로 꼽혔던 라이트 노벨 <매드 불릿 언더 그라운드>를 오늘 겨우 다 읽을 수 있었다. 위즈덤하우스 라이트 노벨 브랜드 W노벨에서 발매된 이 라이트 노벨<매드불릿 언더그라운드>는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체력과 기력을 요구하는 라이트 노벨이었다.
처음 라이트 노벨의 개요를 읽었을 때부터 어느 정도 무게가 있는 이야기가 그려질 것은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으니 생각보다 조금 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의 막을 열었다. 그 이야기는 단순히 ‘언더그라운드’라는 말이 어울리는 뒷세계 혹은 지하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곳에서 펼쳐지는 건 인신매매 강도 살인 사건 등과 관련되어 있는 사건을 의뢰받아 해결하는 두 주인공인 랄프와 리자 두 사람의 활약이다. 이 두 사람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소위 ‘괴물’로 불리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존재를 벗어난 존재로 판타지 요소가 진하게 섞여 있었다.
그들이 가진 특별한 능력은 마법 혹은 초능력이 아니었다. 그들의 몸에는 ‘은 탄환’이라는 악마의 힘을 봉인하고 있다는 탄환이 몸에 박혀 있었다. 그리고 은 탄환이 박힌 사람들은 그 은 탄환에 봉인된 악마의 힘을 끌어내면서 다양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런 존재를 가리켜 ‘은사’로 불렀다.
주인공 랄프와 리자 두 사람은 모두 은 탄환이 박힌 은사이지만, 주인공 랄프 같은 경우는 조금 어중간한 위치에 있었다. 왜냐하면, 이 은 탄환의 힘을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방법에 따라 수술을 통해 몸에 심을 필요가 있었는데, 주인공은 자기 스스로 은 탄환을 몸에 박았기 때문이다.
랄프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라이트 노벨 <매드 불릿 언더그라운드>를 읽어보면 자세히 알 수 있다. 어쨌든, 똑바로 된 정규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주인공은 은사로서 힘을 발휘할 수 있어도 리자 혹은 다른 은사처럼 사람의 규격을 벗어난 강대한 힘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은 자신의 인간성이 깎여나가지 않았다. 악마의 힘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하는 은 탄환이 그저 몸에 박는다고 해서 대가 없이 힘을 발휘할 수 있으면 사기다. 은 탄환을 몸에 박은 은사는 그 힘을 이용하면 할수록 조금씩 정신적인 부분에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었다.
은사인 우리도 모르는 것이 많지만, 은 탄환에 봉인된 악마의 능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자질이 필요하다고 전해진다. 아무리 강력한 괴물을 안에 키우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끌어낼 자질이 부족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은 탄환의 이식 수술은 꽤 위험성이 커 네 명 중 한 명은 거부반응을 일으켜 죽거나 폐인이 된다. 만약 살아남더라도 괴물을 몸에 담은 채라면 정신에 악영향이 미치고 만다. 그건 에릭이나 리자만 봐도 알 수 있다. (본문 58)
누군가는 완전히 살인에 미친 폭도가 되어버리고, 누군가는 어떠한 일말의 감정도 느낄 수 없게 되어버리는 등 그 힘에 비례하여 깎여나가는 부분도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의 이름이 <매드 불릿 언더그라운드(MAD BULLET UNDERGROUND)>인 거다. 제목 그대로의 설정을 갖고 있었다.
그렇게 미친 총알이 날뛰는 지하 세계에서 랄프와 리자 두 사람은 ‘시에나’라는 한 소녀를 지키기 위해서 고군분투한다. ‘시에나’라는 소녀를 두고 벌어진 누군가가 짠 아주 교묘하고 큰 판에 떨어진 주인공 두 사람. 그들은 이곳에서 살아남아 최선의 수를 선택하기 위해서 정말 아등바등 몸부림쳤다.
덕분에 이야기를 읽어가는 데에 상당한 피로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마 스토리 구성이 탄탄한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매드 불릿 언더그라운드>는 더할 나위 없는 작품이 되겠지만, 다소 가벼운 장르의 작품을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매드 불릿 언더그라운드>는 읽기 어려운 작품이 될 것 같다.
나는 평소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그려지는 라이트 노벨 <이윽고 사랑하는 비비 레인> 혹은 <86 에이티식스> 같은 작품을 즐겨서읽었던 터라 <매드 불릿 언더그라운드>도 만족하며 읽을 수 있었다. 이야기 구성이 촘촘할 뿐만 아니라 선택의 기로와 삶에서 고민하는 내적 갈등 묘사도 무척 좋았다.
<매드 불릿 언더그라운드>의 사건이 종결되는 부분에서는 이렇게 끝을 맺고 있다.
세상은 미쳐있다. 그야말로 회복될 여지 따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쳐버렸다.
그런 세상에서, 피와 화약 연기에 덮인 일상 속에서, 그래도 제 정신을 차리고 있으려는 내 결의는 너무나도 무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죄와 광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질식당하면서도 나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왜냐하면 경계선 안쪽에 머물러야 할 이유를 손에 넣었기 때문이다. 비슷한 절망 속에 있는 한 명의 소녀를 말았기 때문이다.
나는 내 심장에 사는 괴물을 향해 뱉어내듯 말을 건넸다.
덤비라고. 이 개 같은 자식아. (본문 379)
오늘 또 하나의 미쳐버린 세상에서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이 라이트 노벨 <매드 불릿 언더그라운드>를 권하고 싶다. 아마 라이트 노벨을 읽는 동안 탁한 세상에 깊숙이 빨려 들어가 체력과 기력이 급격히 소모되고 있는 걸 느끼면서도 쉽게 책을 덮을 수 없을 거다. 이 라이트 노벨은 그런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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