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인 1~2권 후기, 표적을 지키는 자
- 문화/만화책 후기
- 2018. 11. 30. 07:30
[만화책 감상 후기] 표인 1~2권, 만화가 허선철이 그린 무협 만화
늘 일본 만화와 라이트 노벨을 주로 읽기 때문에 한국 만화를 읽는 일은 꽤 드물다. 라이트 노벨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서는 한국 라이트 노벨 작가가 집필한 시드노벨 장르를 읽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인 성향으로 일본 만화와 라이트 노벨을 좋아해 그런 분야는 잘 손을 대지 않는다.
한국 만화와 라이트 노벨은 정말 우연히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하거나 어쩌다 우연히 손이 닿은 작품만 읽을 뿐이다. 오늘 소개할 만화 <표인 1권>과 <표인 2권>은 바로 그렇게 만난 한국 만화로, ‘무협 만화’라는 약간의 잔인함과 함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빠질 수 있는 작품이다.
<표인 1권>을 펼쳐서 읽기 시작할 때부터 주인공 ‘도마’가 자기 아들(?) ‘소칠’을 데리고 현상 수배범을 협박하는 장면을 읽을 수 있다. 생동감 넘치는 그림체와 연출이 ‘호오!’라는 작은 감탄과 함께 이야기에 몰입하도록 했는데, 도마가 벌이는 싸움과 그 결말에 대한 이야기도 대단히 흥미진진했다.
이 작품은 단순히 협객을 하는 도마가 의뢰를 받아 의뢰를 수행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작품 내에서는 ‘나찰’이라는 존재가 등장한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나찰은 악귀를 말한다. 사람의 살과 피를 먹으며 하늘을 날거나 땅으로 다니는데 민첩함이 가히 두려울 만하다.’라는 존재가 나찰이었다.
중국의 수당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거칠게 살아가는 협객의 삶을 그린 만화가 아닌, 조금 더 판타지적 내용이 들어가 ‘무협’이라는 장르를 완성한 만화가 바로 <표인>이었다.
<표인 1권>은 도마가 적사진으로 들어가 ‘상귀인’이라는 인물을 대적하고, 그가 의뢰를 받았던 ‘쌍두사’라는 인물을 찾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이 과정에서 볼 수 있는 격렬한 싸움은 그야말로 무협 만화의 왕도를 보았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잘 묘사가 되어 있었다.
그저 욕심을 위해 목숨을 거두지 않는 도마의 행동은 그야말로 의인. 의인이라고 말하기에 살짝 부족한 부분이 없지도 않지만, 그가 걷는 길은 협객으로 살아가는 길에 합당했다. <표인 1권>은 주인공 도마가 어떤 인물인지 보여준 이후 새로운 인물을 꺼내며 ‘장안성’을 무대로 가져온다.
장안성이라는 단어와 함께 시작한 <표인 2권>은 마치 괴물 같은 수나라 황제의 모습이 그려지는데, 어쩌면 이 황제를 묘사한 괴물 같은 모습은 ‘나찰’을 뜻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욕심에 물든 사람의 악의는 ‘나찰’이라는 악귀와 같다고 말하거나 혹은 그야말로 황제가 괴물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겨우 <표인 2권>을 읽은 상태에서는 알 수 없지만, 그 황제가 쫓는 ‘지세랑’이라는 인물은 당나라 시대를 여는 인물이라는 추측만 가능했다. 지세랑은 도마에게 자신을 장안까지 호위해달라고 의뢰한다. 그 의뢰를 모 씨 영감을 통해 받은 도마는 영감의 딸 아유리와 함께 장안으로 발을 향한다.
도마가 의뢰를 받은 이유에는 그에게 숨겨진 이력이 관련되어 있었는데, 이 부분은 앞으로 <표인>에서 중요한 복선이 될 것 같았다. <표인 1권>에서 지세랑의 입을 통해 언급된 도마의 정체와 관련된 이야기가 어디까지 깊어질지 궁금하다. 아마 그 비밀은 장안에서 황제와 대적할 때 드러나지 않을까?
하지만 단순한 협객이 황제를 마주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홀로 버티기에 너무나 어려운 일이기에 동료가 필요한데, <표인 2권>은 길을 가다 우연히 그 동료를 만나는 듯한 전개로 이야기가 그려진다. 2권의 표지에 등장한 한쪽 눈에 상처인지 문신인지 알 수 없는 흔적이 있는 인물이 그렇다.
협객 도마가 걷는 길을 막아서는 건 그에게 걸린 현상금을 노리는 도적과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겁 없이 날아드는 쓰레기 같은 놈들이다. 그 녀석들을 정리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도마 앞에 기다리고 있는 건 무엇인지 궁금하다. 4800리를 가야 장안에 도달하는 이야기는 언제 막을 내릴까?
오늘은 오랜만에 한국 만화를 읽었는데, 역시 이렇게 독자를 빠르게 끌어당기는 호흡이 빠른 작품은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표인 1권>과 <표인 2권>에서 볼 수 있었던 묘사와 전개는 무협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좋아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 이 작품은 대원씨아이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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