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엔드 이코노미카 1권 후기
- 문화/라이트 노벨
- 2018. 1. 8. 07:30
[라이트 노벨 감상 후기] 월드 엔드 이코노미카 1권, 주식을 소재로 한 라이트 노벨
<늑대와 향신료> 작가 하세쿠라 이스나의 신작 <월드 엔드 이코노미카 1권>을 드디어 읽게 되었다. 이 작품은 11월에 발매된 신작 라이트 노벨이지만, 책을 늦게 받았거나 책을 받은 시기가 대학 기말고사 기간 혹은 책이 너무 두꺼워서 다른 작품을 먼저 읽다가 오늘 1월 첫 주말이 되어서 읽을 수 있었다.
책이 너무 두꺼워서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로 나누어서 읽은 탓도 있지만, <월드 엔드 이코노미카 1권>의 이야기는 ‘주식’을 소재로 하여 정말 머리를 풀로 가동하며 읽어야 했다. 아마 주식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월드 엔드 이코노미카 1권>의 주인공 두 사람이 하는 투자에 큰 흥미를 갖지 않았을까?
여기서 이야기하기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나 또한 주식을 한동안 열심히 하면서 이익을 보다가 좀 더 큰 욕심을 부리다가 망한 사람 중 한 명이다. 주식은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인 동시에 돈을 쉽게 잃을 수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여기서 살아남는 사람은 운과 실력을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뿐이다.
<월드 엔드 이코노미카 1권>의 주인공 하루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주식을 극단적으로 파헤치다 보면 결국 근본은 하나야. 이 기업의 주식이 내일, 모레, 혹은 몇 분 후라도 좋으니 아무튼 미래에 그것이 비싸지는지 싸지는지를 맞힐 수만 있다면 그만큼 이득을 얻을 수 있어” (본문352)
평소 ‘주식’과 ‘경제’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월드 엔드 이코노미카 1권>을 읽는 일이 조금 까다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나처럼 주식에 경험이 있거나 어느 정도 경제적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월드 엔드 이코노미카 1권>은 굉장히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월드 엔드 이코노미카 1권> 시작은 주인공 카와우라 요시하루의 소개다. <월드 엔드 이코노미카>의 배경은 지구와 달이 궤도 엘리베이터를 통해 연결되어 있고, 달에는 달의 도시가 세워져 ‘지구 사람들이 목표를 가져야만 갈 수 있는 도시’가 되어 있었다. 하루는 달로 이주한 부모를 둔 가출 청소년이었다.
그가 가출한 이유에는 여러 이유가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중에서도 큰 이유는 빈민가에서 탈출해 부자가 되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품에서는 ‘하루’로 불리는 요시하루는 이미 주식 투자를 통해 상당히 자산을 불러가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독백을 따라 읽는 이야기는 무척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그가 가진 철학 중 마음에 들었던 것은 어릴 때부터 들은 ‘몸만은 단련해둬라. 언젠다 반드시 도움이 될 거야.’라는 말이다. 아무리 정신력으로 하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피로는 쌓이기 마련이다. 그 피로를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온전한 체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몸을 단련할 필요가 있는 거다.
<월드 엔드 이코노미카 1권>을 읽으면서 유독 정신적 피로를 많이 느낀 건 몸을 단련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흔히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법이라고 말하니까. 하루를 통해 나는 몸을 단련해야 정신력이 강해질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지금 당신은 몸을 단련하고 있는가?
<월드 엔드 이코노미카 1권>는 하루를 소개하면서 주식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개념을 독자에게 설명한다. 그리고 하루가 가출 청소년을 잡으러 다니는 경찰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임시거주처로 삼은 교회에서 히로인 하가나를 만나고, 그동안 느끼지 못한 따스함을 주는 리사를 만나게 된다.
하가나는 ‘천재’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수학 천재였다. 하지만 하가나에게는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빠져 있었다. 하가나가 자신을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그녀의 과거와 연관되어 있었다. 다소 불우한 과거를 가지고 있는 하가나가 하루를 만나 자신의 가치를 찾게 되는 이야기가 제법 멋지다.
당연히 그녀의 가치는 ‘수학’에 있었다. 하루와 함께 모의투자대회에 나서는 하가나는 자신이 가진 수학적 재능을 바탕으로 가까운 미래를 예측하는 데에 성공한다. 주식 시장에서 이른바 ‘퀀트’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자세한 배경은 알 수가 없었다. 아무튼, 두 사람의 호흡은 대단히 환상적이었다.
신용매수와 신용매도라는 방법을 이용하기 전부터 하가나와 하루는 기하급수적으로 모의투자에 사용한 가상 자산을 불리는 데에 성공한다. 이 두 사람의 자신감은 주변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쳐 조금씩 현실의 자산도 건드리고 있었는데, 항상 잘 나갈 때 ‘의도치 않은 악의’가 오기 마련이었다.
그 인물은 <월드 엔드 이코노미카 1권>에서 마지막에 등장한 ‘바튼 크리드비젤’이라는 인물로, 그는 하루에게 선의로 접근하는 척을 하다가 마지막에 뒷통수를 쳐버린다. 주식이라는 것은 정보 싸움이라 누가 어떤 정보를 악의적으로 흘린다면, 압도적으로 불리해질 수밖에 없는 흐름이 생기기도 한다.
한때 비트코인에서 한 한국 고등학생이 트위터로 유사계정을 만들어 장난을 친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만큼 ‘정보’가 중요한 주식 시장은 현장의 뉴스를 비롯해 SNS상에서 퍼지는 작은 루머에도 주가가 오락가락할 수 있다. 나 또한 주식투자를 1년 동안 해보면서 절실히 경험했다.
하루와 하가나는 투자대회에서 결국 최종 목표를 이루지 못했지만, 그래도 성과를 올리면서 모든 이야기를 해피엔딩으로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하루에게 마지막으로 내던져진 과제에서 하루는 하기나 의 말을 듣지 않고 홀로 ‘투자’를 하다 망해버린다. 바로, 그 장면이 <월드 엔드 이코노미카 1권>의 마지막이다.
책이 너무나 두꺼워 읽는 데에 긴 시간이 걸린 <월드 엔드 이코노미카 1권>. 비록 시간이 길게 걸렸지만, 책을 읽는 데에 투자한 시간이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책을 읽는 동안 주식과 경제를 배울 수 있어서 좋았고, 주인공 하루와 히로인 하가나 두 사람만의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책의 띠지에 적힌 ‘청춘X희망X금융’이라는 세 개의 요소가 다 들어있는 라이트 노벨이라고 할까?
<늑대의 향신료> 작가 하세쿠라 이스나가 새롭게 쓴 <늑대와 향신료> 스핀오프 <늑대와 양피지> 시리즈는 썩 추천하고 싶지 않지만, <월드 엔드 이코노미카> 시리즈는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책을 다 읽은 지금, 나는 정신적으로 굉장히 피로하지만, 재미있었다는 만족감이 가득하다!
* 이 작품은 학산문화사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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