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이케부쿠로 스트레이 캣츠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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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노벨 감상 후기] 동 이케부쿠로 스트레이 캣츠, 그곳에는 음악이 있다.


 지난 12월 신작 라이트 노벨 중에서 <하느님의 메모장> 작가로 알고 있던 스기이 히카루의 신작이 발매된 사실을 알았다. 그 작품의 이름은 <동 이케부쿠로 스트레이 캣츠>로, 해석하면 이케부쿠로 동쪽에 있는 길고양이라는 의미다. 딱히 해석을 하지 않더라도 제목 자체에서 작품을 알 수 있다.


 <동 이케부쿠로 스트레이 캣츠>의 주인공은 13살부터 2년 동안 히키코모리 생활을 한 ‘오노데라 하루’라는 인물이다. 주인공의 이름에서 문득 <니세코이>의 귀여운 자매 두 사람이 떠올라 무심코 웃을 뻔했지만, 상냥한 두 소녀의 이름을 떠올리는 소년 주인공 오노데라 하루도 착한 인물이었다.


 그는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겪다 방에 틀어박히게 되었다. 어쩌면 자살까지 했을지도 모르는 그의 불안정한 상태를 구원해준 것은 ‘키스’라는 이름의 록 밴드 가수의 음악이었다. 그는 음악 속으로 자신을 도피시켜 그곳에서 살아남았다. 그리고 음악은 그에게 세상을 향한 새로운 출구가 되었다.


 하루가 음악을 통해 바깥으로 나온 계기는 단순하다. 그는 ‘키스’라는 가수가 돌연 사망한 사실을 알게 되어 좌절하다 그의 음반을 버리려다 우연히 기타를 줍게 된다. 그런데 그 기타에는 ‘키스’라는 인물이 빙의되어 있었다. 하루는 유령 같은 존재인 키스로부터 음악을 배우며 음악을 하게 된다.


 여기까지 읽으면 왠지 모르게 판타지적 요소가 엿보이는데, 이 일에는 무언의 사정이 있다. 책을 읽다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는데, 나는 내심 적잖게 놀랐었다. 그저 황당하게 여길 수도 있지만, 그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쯤은 멋대로 해보았을 일이라 큰 공감이 되었다. 아마 내가 특별해서 그런 걸까?



 아무튼, 유령 같은 키스의 존재 덕분에 하루는 음악을 하면서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하루가 키스의 요구를 받아 무리하게 바깥으로 나가 공연을 하는 장면은 대단히 인상 깊었다. 히키코모리가 이케부쿠로 역 앞의 많은 사람 앞에서 공연한다는 건 허들이 무척이나 높은 일을 그는 잘 해냈다.


 여기서 만난 첫 번째 인물은 ‘미우’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한 소녀다. 미우는 하루가 부른 노래에 25점의 점수를 매긴다. 그렇게 미우와 하루의 인연은 시작했고, 이케부쿠로에서 길거리 공연을 하는 길거리 아티스트들과 만나 하루의 세상은 넓어지기 시작한다. 음악과 함께 하루는 앞을 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곧바로 해피엔딩이 되는 건 내심 맥이 빠지는 이야기다. 하루는 한층 더 성장하기 위해서 이별을 경험해야 했고, 홀로서기 시작한 그는 히키코모리 시절에 가진 사람에 대한 두려움 또한 이겨내야 했다. 한때 히키코모리로 살았기 때문에 나는 그런 장면을 무척 인상 깊게 읽었다.


 라이트 노벨 <동 이케부쿠로 스트레이 캣츠>가 가진 읽는 즐거움 중 하나는 음악과 인물의 묘사 하나 하나가 굉장히 섬세하다는 점이다. 음악이 표현하는 세계를 표현하는 일을 통해 사람을 표현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책을 읽으면서 ‘역시 스기이 히카루다!’라고 감탄했다. 아래에서 하나를 읽어보자.


미우는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 무릎에서 기타를 집어 들었을 뿐이었다. 파카 소매로 자판의 눈물을 닦고 말없이 치기 시작했다. 아바 바흐의 첼로 모음곡 중 어느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등을 자동차 엔진음이 할퀴고 갔다. 드러난 내 마음의 공허에 직접 다정하게 속삭이는 듯한 미우의 기타가 울린다. 그래서 나는 참는 것을 포기하고 눈물이 흐르는 대로 뒀다. 생각해 보니 키스가 죽고 처음 흘리는 눈물이었다. 기름내 나는 바람에 흩어지고, 타이어에 뭉개져 사라진다. 남는 것은 노래뿐이다. 그것은 사라지거나 하지 않는다. 거리의 불빛에, 사람의 살갗에, 니스가 칠해진 낡은 나무껍질에 스며들어 언제까지고 계속 붍탄다. 아디오스. 나는 키스에게 겨우 작별의 말을 들려줄 수 있었다. 가슴의 훨씬 안쪽의 안쪽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 목소리로. 앞으로 혼자 걸어 나갈 수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네가 없는 이 이케부쿠로에서 나는 계속 노래를 만들게.

어디서 누가 웃은 것 같았다. 휘파람도 들려왔다. 고함 소리도, 고양이 발소리도. 썩은 물소리마저도. 콘크리트 이음매에서 녹슨 배기구에서, 길 가는 사람들의 이어폰이며 신발 바닥에서, 그런 속절없이 추잡하고 사랑스러운 현실의 밤 속에서, 나는 미우의 기타에 귀를 기울이고 눈물이 마르기를 가만히 기다렸다. (본문 130)



 <동 이케부쿠로 스트레이 캣츠>의 하루는 이케부쿠로에서 알게된 사람들과 협연을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의 간절한 마음을 이어주기도 한다. 책을 읽는 동안 마치 <하느님의 메모장>에서 본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읽는 듯한 느낌도 들어 굉장히 그리운 감정이 들었다. 다른 사람은 어땠을까?


 <동 이케부쿠로 스트레이 캣츠> 마지막 에피소드는 확실히 <하느님의 메모장>에서 본 어떤 아이돌 가수를 찾는 주인공의 모습이 겹쳐졌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일을 ‘일’로 가 지는 사람들이 겪는 문제 앞에서 주인공이 던진 위로와 응원. 역시 음악은, 예술은 멋지다. (웃음)


 아직도 쌀쌀한 겨울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라이트 노벨을 찾는 사람에게 <동 이케부쿠로 스트레이 캣츠>를 추천해주고 싶다. 나는 작년에 겨울에 이케부쿠로를 가본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는 몇몇의 밴드가 길거리 공연을 하고 있었다. 추운 날씨에도 노래를 하는 그들의 모습은 무척이나 빛났다.


 어쩌면 잊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아름다운 작은 추억을 떠올리게 해준 라이트 노벨 <동 이케부쿠로 스트레이 캣츠>. 지금 나는 홀로 피아노 연습을 조금씩 하면서 음악을 하고, 어줍잖은 글을 쓰면서 문학을 하고 있기도 하다.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형태를 갖춰 세상에 내보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이 작품은 학산문화사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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