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는 H를 할 수 없다 1권, 사신 리사라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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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노벨 감상 후기] 그래서 나는 H를 할 수 없다 1권, 사신 리사라를 만나다


 애니메이션으로 《그래서 나는 H를 할 수 없다》를 봤었지만, 썩 끌리는 작품은 아니었기에 라이트 노벨을 구매해서 읽어보려고 하지 않았었다. 뭐, 무엇보다 애니메이션으로 방송되었을 때 국내에서는 라이트 노벨이 발매되어 있지 않았던 시점이기도 했고, 애니메이션의 내용이 워낙 흥미를 끌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모에가 조금 재미있기는 했지만, 단지 그거 하나 뿐이었다. 아무리 나라도 애니메이션으로 어느 정도 내용을 알 수 있는데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한 구매하지 않는다.)


 그런데 라이트 노벨 출판사 노블엔진에서 이번 2014년 1월 신작으로 《그래서 나는 H를 할 수 없다》 라이트 노벨이 정식 발매되었다. 1권과 2권 합본판도 함께 판매되었기에 꽤 긴 시간동안 이 작품을 구매할지 말지 고민했어야만 했다. 《R-15》라는 라이트 노벨도 처음에 이런 식으로 고민하다가 구매하지 않았기에 이번에는 그냥 한 번 구해해보기로 결정하고, 과감히 구매를 했다. 그렇게 해서 이렇게 《그래서 나는 H를 할 수 없다 1권》을 읽고 감상 후기를 쓰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H를 할 수 없다 1권, ⓒ미우


 애니메이션으로 보았던 《그래서 나는 H를 할 수 없다》를 읽으면서 놀랐던 건 작품 배결 설정이 애니메이션과 전혀 달랐다는 점이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사신의 존재가 인간계에 알려지지 않았었지만, 라이트 노벨에서는 이민 사신과 계약이 평범히 자산관리사와 계약하는 수준보다 훨씬 더 널리 퍼져있었다. 뭐, 애니메이션에서도 주인공이 그람을 각성시켜 어느 적을 처리한 후에 사신과의 계약이 널리 퍼지는 듯했으나 라이트 노벨은 다른 배경 설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꽤 놀랐었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내용인 듯하여 꽤 기대를 품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마르벡 씨는 훌륭한 분이잖아요.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니까."

"뭐? 멍청한 소리 말아. 인간을 지원하는 건, 일이야 일. 사신계에서 가장 돈이 잘 벌리는 일이거든. 어쨌든 간에, 인간은 우리에게 있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니까."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가요?"

"그래. 인간의 영력은 우리 세계의 에너지이지만, 동시에 스피릿 머니라고 하는데, 요컨대 돈이라 이거야. 생각해 봐. 인간을 가만히 내버려 두기만 해도 돈이 굴러들어온다고. 그러니 필사적으로 계약을 맺고 지원하는 거지."

"그렇군요.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인간을 지원하나요?"

"그러고 보니 선생은 아직 미계약이지? 그러게, 맞선 자리를 준비한다든지, 빚이 밀린 인간을 대신해서 머리를 조아리는 일? 아아, 가장 지독했던 일은 전화로 울고불고 사정을 하는 인간의 집에 며칠 묵으면서 마감 직전의 원고를 도와줬을 때려나? 내가 담당한 인간 중에선 가장 많은 영력을 지닌 인간이라서 거절할 수 없었지. 일이 다 끝났을 때는 완전히 폐인이 되어 버렸어. 아, 여기요! 한 잔 더!"

"아하, 선생님은 내장 꼬치랑 얼음을 넣은 아마미 소주를 부탁할게요~~. 그나저나 사신도 큰일이네요. 듣고 보니, 완전히 만능 심부름꾼인데요."

"심부름꾼? 하인? 잡일꾼? 뭐, 말단 사신은 그거보다 더하지만. 아~아~ 나도 재능만 있었으면 상급 시험에 도전했을 텐데. 그랬으면 인간계에서 고생하지 않아도 되고, 좋은 남자를 낚아서 장밋빛 인생을 보냈을 텐데."

"어라? 마르벡 씨는 남자들한테 인기가 많아 보이는데, 결혼 상대가 없나요?"

"있을 리가 없지! 이렇게 일하면서, 언제 남자를 만나라는 거야! 하아, 이젠 나이가 나이라서, 소개팅 권유도 없는데……."

"으으, 선생님도 소개팅 나가고 싶어요……."

""하아.""

그렇게 독신 여신들의 한숨 소리는 분위기가 무르익기 시작한 선술집 내부의 소음에 묻혀 사라지고 마는 것이었다……. (p120)


 윗글에서 읽어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이 작품 《그래서 나는 H를 할 수 없다》에서 등장하는 사신은 사람의 목숨을 앓아가거나 데스노트를 주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일종의 매니저 혹은 비서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존재다. 더욱이 어떤 사신은 지독한 일을 한다고 하니 3D 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로 해석할 수도 있다. 참 독특한 설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특히 윗글은 책에서 읽을 수 있는 '어느 독신 사신과 독신 교사의 독백'이라는 부분이다. 이 부분도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요소 중 하나였다.


 아무튼, 배경 설정은 조금 달랐지만 주인공 료스케와 히로인 리사라가 만나는 전개는 거의 비슷했다. 비오는 거리에서 우산으로 시작한 둘의 만남은 여전히 러브코미디라고 말하기에 아깝지 않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듬뿍 보여주었다. (아아, 리사라 모에해~!) 특히 애니메이션보다 좀 더 섬세하게 잘 묘사된 이런저런 이벤트는 책의 매력 포인트라고 말할 수 있다. 특이자를 찾기 위해 온 리사아롸 그렇게 동거를 하며 시작하는 본격적인 러브코미디가 시작된 《그래서 나는  H를 할 수 없다 1권》은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었던 전반적인 내용을 읽어볼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으로 볼 때도 재미있기는 했었지만, 역시 작은 부분을 하나하나 평가할 때는 라이트 노벨이 훨씬 더 나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미나와 큐르가 나타나는 장면 역시 조금 달랐지만, 그 부분도 그래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뭐,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H'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만큼 가장 재밌었던 장면은 료스케가 야한 상상을 하며 리사라와 얽히는 그런 장면들이었지만 말이다.


"저, 저기, 잠시 물어봐도 될까요?"

미나가 리사라를 향해 우물쭈물 말을 걸었다.

"뭘 물어보고 싶은데?"

질문을 꺼낸 장본인인 미나는 몇 초 동안 입을 다문 다음, 결의를 다진 듯이 말했다.

"무, 무슨 관계죠?"

리사라는 한동안 교실 천장에 대고 시선을 이리저리 돌린 다음,

"무슨 관계라니? 설마 이 녀석과의 관계 말이야?"

쿡쿡 하고 다시금 료스케의 정수리를 찔렀다. 미나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자, 교실에 있던 학생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인다.

"관계라. 뭐라고 설명해야 좋을까? 응? 료스케, 어떻게 생각해?"

"나한테 묻지 마."

"어머, 쌀쌀맞긴. 한 지붕 아래서 같이 사는 사이면서."

휘잉. 교실이 정적에 휩싸였다. 호흡이, 아니, 고동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정적이다.

정적 속에서, 료스케는 똑똑히 느꼈다. 시선을, 그것도 살기를 띤 시선을 말이다.

"오오히라인가? 아니, 아니야. 이 살기는 강렬하다. 어젯밤에 리사라에게서 느낀 살기보다 훨씬!'

살기가 사방에서 료스케를 찌른다. 어째서인지, 눈앞에 있는 미나한테서도 살기가 느껴진다.

"아, 아니야. 이, 이건 오해야. 오해라고!"

"어머, 같이 사는 건 사실이잖아. 오늘 아침에도 내가 차린 아침밥을 먹었잖아?"

덜컥 하고 남학생들이 앉은 의자가 일제히 움직였다. 모두들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저건 언제라도 덤벼들 자세다. (p86)


 애니메이션으로 보는 것보다 책으로 읽을 수 있었던 리사라의 모에는 더 귀여웠다. 더 모에했다. 그리고 그람의 각성과 큐르의 굴욕적인 모습은 애니메이션과 달라서 신선하게 읽어볼 수도 있었고, 무엇보다 애니메이션보다 여러 부분에서 완성도가 더 높았기에 괜찮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긴 고민 끝에 구매하였지만, 잘 구매하였다고 생각할 정도로.


 글쎄, 이 작품도 호불호가 심하게 나뉠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단순히 H한 러브코미디 작품으로 손색 없고, 이능력과 함께 앞으로 벌어질 몇 가지 사건을 포함한 이야기는 꽤 재미있을 것 같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시선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어떻게 해석될지 모르겠다. 라이트 노벨 《하이스쿨 DxD》를 재미있게 읽고 있는 사람들은 몇 가지 의미에서 이 작품도 분명히 재미있게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칫, 힘이 너무 넘치는군. 오랜만이라 그런가."

"꺄아악!"

네 발로 기어서 도망치려던 큐르가 검의 압력에 밀려 땅바닥을 굴렀다.

"도망치게 내버려둘 줄 아냐!"

"료스케, 료스케! 아아, 이미 <그람>에게 지배당했구나!"

리사라의 목소리에 아무런 반응도 없이, <그람>이 다시금 검을 높이 치켜든다.

체념했는지, 아니면 공포 탓에 움직일 수 없는 건지, 큐르는 눈을 꾹 감고 몸을 웅크렸다.

"하는 수 없구나. 큐르, 이번엔 네가 빚진 거야."

"어, 언니?"

리사라가 천천히 료스케의 귓가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중얼거렸다.

"료스케, 정신 차려."

따스한 숨결이 귀를 간지럽힌다. 부드러운 가슴이 팔에 밀착한다.

이를 어렴푹하게 느끼고, 료스케는 그저 솔직하게 더욱 느끼고 싶다고 생각했다.

"일어나면…… 아, 알몸에 와이셔츠를 걸치고 검정 타이츠를 신은 모습을 보여줄게." (p244)


 위에서 읽을 수 있는 장면은 <그람>에 지배당해 폭주하기 시작한 료스케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장면 중 일부분이다. 《하이스쿨 DxD》에서도 잇세가 저거노트드라이브로 폭주했을 때 가슴 노래로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었는데, 이 두 작품의 주인공 모두 상당히 밝히는 비슷한 속성이라 여러 부분에서 두 작품을 비교하며 읽어볼 수 있었다. 가만 생각하니 여히로인이 붉은 머리의 사신 혹은 악마라는 이능력자라는 설정과 계약을 통해 둘이 맺어진다는 것까지 상당히 겹치는 듯하다. (여히로인 가슴 크기는 천지차이이지만.) 아, 게다가 리사라는 츤데레이지만 리아스는 잘 받아주는 설정이라는 것도 조금 다른 점일까.


 아무튼, 호불호가 갈리겟지만서도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었던 《그래서 나는 H를 할 수 없다 1권》이다. 이 정도로 감상 후기를 마치고자 한다. 애니메이션보다는 좀 더 안정된 구조로 전개되는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으니, 혹시 이 라이트 노벨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면 한 번 구매해서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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