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7.5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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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노벨 감상 후기]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7.5권, 봉사부의 단편집


결혼. 그것은 인생의 무덤이다.

기혼자는 너나 할 것 없이 결혼 생활의 좋은 점을 어필하느라 바쁘다.

집에 왔을 때 다녀왔다고 인사할 상대가 있다는 게 기쁘다느니, 곤히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면 일할 의욕이 샘솟는다느니…….

하지만 부디 잘 생각해 보길 바란다.

부모님과 함께 살아도 인사는 주고받을 수 있고, 정 안 되면 구강 청정제를 사서 하마에게라도 인사하면 그만이다. 게다가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본다는 건 곧 야근 지옥에 시달린다는 뜻이다.

그러한 삶을 진정한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행복을 논하는 그들의 눈은 나와 마찬가지로 퀭하게 썩어, 마치 남을 진흙탕으로 끌어들이려는 좀비 같았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묻겠다. 과연 그러한 삶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행복이란 뭐랄까, 지금처럼 이른 아침에 앞치마 차림의 여동생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부엌에서 아침밥을 차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시간을 말하는 게 아닐까.


 이건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애니메이션 OVA에서 볼 수 있었던 하치만의 독백부분이다. 이번 11월 신작 라이트 노벨로 발매된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7.5권'은 애니메이션 OVA 내용을 책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에서도 상당히 재밌었지만, 책으로 읽는 건 다른 방식으로 좀 더 재밌었다고 생각한다. '결혼'이라는 소재로 참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그려냈는데, 하치만의 독백은 어쪄면 지금 우리 시대에서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대변해주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아하하.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7.5권, ⓒ미우


 이번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7.5권'은 단순히 이 내용만 담고 있지 않았다. '치바현 횡단 고민 상담 메일'이라는 작은 웃음코너와 함께 유이가하마의 생일 파티와 유도부가 봉사부 의외를 해결해주기 위해 움직이는 편을 담고 있다. 이번 7.5권의 표지 모델이 미우라였기 때문에 혹시 미우라에 대한 다른 이야기를 읽을 수 있을지 내심 기대했었는데, 책에서는 읽어볼 수가 없었다. 물론, 책에서 미우라가 나오고… 대사도 여왕답게 했지만― 딱히 큰 내용은 없었다. 왜 표지를 미우라로 했는지 궁금하지만, 그냥 외전이다보니 미우라를 메인으로 쓴 듯하다. 애초 겉모습은 좋은 캐릭터이니까.


 뭐 미우라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하도록 하자.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7.5권'에서는 굳이 그녀의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뿐이었으니까. 결혼이라는 소재 부분에서는 히라츠카 선생님이 주요 포인트였고, 유이가하마 생일 파티 부분에서도 엇비슷했다. 단순히 모두 함께 노는 그런 이야기였고, 하치만의 개인에 대한 이야기로 상당히 재미를 잘 살려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7.5권'의 꽃은 바로 마지막에 읽을 수 있었던 봉사부의 유도부 의뢰를 해결하는 편이었다. 우리의 하치만은 역시나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 의뢰를 해결하게 되었는데, 여러 가지로 상당히 재밌으면서도 유익하게 읽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 유도부의 문제의 중심이었던 인물 같은 사람들이 현실에서도 상당히 많으니까. 괜히 다른 곳에서 자신이 설자리가 없자 약한 곳으로 와서 왕 행세를 하는… 그런 빌어먹을 놈들이 말이다. 하치만은 역시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를 잘 해결한다.


"대학 운동부는 동호회와 달리 무진장 빡빡하잖아요? 놀아도 되는 건 고등학생 때뿐이라고요."

"닥쳐."

충동적으로 선배가 한 발짝 다가섰다. 그 반응은 마치 빨리 시합을 끝내서 내 말을 중단시키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가온 만큼 물러서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그리고는 피식 웃어주었다.

'하여튼 세상은 가혹하다니까."

내 목소리는 과연 얼마나 되는 관객들에게 전해졌을까.

구경객의 수는 시합 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

아니, 실제로 들리든 말든 상관없다. 그저 들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만 심어줄 수 있으면 족하다.

"정말이지 선배가 말한 대로라니까요. 그래서 이곳으로 돌아온 거지요?"

"……."

선배는 말문이 막혀버린 기색이었다. 자기가 내뱉은 말에 의해.

이것으로 내 목적은 달성되었다.

공공의 면전에서 퍼붓는 통렬한 질타. 선배로서의 체면을, 자존심을 손상시키는 것.

수많은 학생들이 들었다고 선배가 믿게 만드는 것. 실제로 들렸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선배가 사람들을 볼 낯이 없다고 생각하게 만들기만 하면 된다.


 내가 선후배 문화와 함께 수직적 구조 문화를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번 이야기에서 볼 수 있었던 어떤 합리적인 이유도 없이 무조건 비합리적인 일을 시키는 무능한 윗사람 때문이다. 내 귀한 시간을 그런 무능한 사람 때문에 낭비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어떤 선후배 관계에 엮이는 걸 싫어한다. 뭐, 애초 이건 내가 혼자라는 걸 변명하는 꼴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세상 속에서 엮어 살고 싶지는 않다. 나는….


 뭐, 그런 식으로 여러 생각을 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7.5권'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읽었던 '캄피오네! 10권'은 정말 머리가 아팠지만,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7.5권'은 그저 웃으며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다음 8권을 언제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빨리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음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8권' 감상 후기에서 또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치만의 독백을 남긴다.


나도 유키노시타를 따라 가방에서 책을 꺼내 책갈피를 끼워둔 페이지를 펼쳤다.

하지만 활자를 눈으로 좇아도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아 결국 포기하고 책을 덮었다.

선배에게 이 학교는 틀림없이 '돌아오고 싶은 장소'였을테지. 그립고 편언하고 행복해서 저도 모르게 도망쳐오고 싶어질 만큼.

그러나 도망쳤다는 사실은 또다시 자신을 압박한다. 그렇기에 그 스트레스를 끌어안은 채 더 멀리 도망치고 싶어진다. 현실 도피의 무한 루프다.

그야말로 거울을 들여다보듯, 세상 사람들과 하늘이 보고 있다는 생각이라도 하지 않는 한 그 사실조차도 깨닫지 못한다.

결국 자신이 만들어낸 스트레스는 본인밖에 해소하지 못한다.

계속해서 도망칠 것인가, 아니면 뒤돌아 맞설 것인가. 선배는 과연 어느 쪽을 선택했을까.

하긴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마지막에 들은 선배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했다.

창밖을 내다보았다.

멀리 수평선 위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뭉게구름. 운동부의 구령 소리와 취주악부의 연주 소리. 그리고 부실 안에 떠들썩하게 울려 퍼지는 두 사람이 아옹다옹하는 소리.

문득, 내게도 언젠가.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장소가 생길까.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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