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사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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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리는 마음이 애타는 커플의 사랑 이야기


 가끔 소설을 읽을 때마다 ‘사랑’을 다루는 작품은 나에게 기묘한 감정을 품게 한다. 누군가를 좋아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나는 소설 속 주인공과 히로인의 마음을 읽으면서 ‘실제로 이런 마음을 품는 사람들은 어떤 기분일까?’라는 의문과 함께 알지 못하는 감정이 내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런 이야기를 제법 좋아하기도 한다. 그냥 단순히 재미있는 오락 소설, 야한 소설 같은 작품과 달리 순수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소설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마치 오늘 읽은 <너를 사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같은 소설이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다.


 <너를 사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는 ‘처음 겪는 끌리는 마음’을 싱그럽게 풀어내는 소설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어떻게 이런 식으로 인물의 행동과 감정을 묘사할 수 있는 건지 놀랐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상대방에게 전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느꼈다.


 <너를 사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의 주인공은 반에서 최하위 신분 계급에 자연히 속하게 된 남자 주인공 이이지마 야스키와 반에서 인기 그룹이자 상위 계급인 히로인 기타오카 에마 두 사람이다. 이미 설정부터 두 사람의 접점은 없을 것 같았지만, 아주 사소한 계기로 두 사람은 조금씩 거리를 좁힌다.



 처음에는 단순히 서로 상대하기 좀 그런 상대였지만, 학교 여름 합숙 기간에 우연히 야스키가 기타오카를 도와준 일을 계기로 두 사람은 조금씩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그 시간이 늘어난 이유는 오로지 남몰래 적극적으로 나선 기타오카의 영향으로, 두 사람이 함께하는 모습은 참 보기 좋았다.


 한쪽이 먼저 지나치게 좋아하는 마음을 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일에 자신을 가지지 못하는 야스키와 에마 두 사람의 모습을 눈으로 좇으면 금방금방 <너를 사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를 읽게 된다. 어쩌면 이렇게 소설을 읽는 독자를 애태우게 하는 건지….


 기타오카는 인기 그룹에 속한 인물인 동시에 중학교 시절에 겪은 어떤 일로 그룹 내에서 자신과 관련된 이미지에 신경을 쓰느라 마음을 전하지 못하고, 야스키 또한 어린 시절에 겪은 ‘첫사랑’과 ‘두 번째 사랑’이라고 생각한 일로 닫아버린 마음을 열지 못하면서 두 사람은 함께 해도 엇갈리기만 했다.


이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모르겠다. 인기도 많은 데다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면 아무리 기다려 봤자 기타오카는 야스키의 것이 될 수 없다. 그런데 정신을 차렸더니 그녀를 좋아하게 되었다. 가끔씩 보이는 연약하고 애달픈 표정에 저절로 마음이 끌렸다. 하지만 역시나 야스키에게 벅찬 상대다. 하필이면 왜 그런 여자를 좋아하게 됐을까. 자신을 때리고 싶은 기분이다.

마침 보고 있던 영문법 참고서에 ‘~하기로 되어 있다’라는 관용구가 나왔다.

This was never supposed to happen.

마치 자신의 마음과 똑같다. 기타오카를 좋아하다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는데.

딱딱한 책상에 이마를 콕 박았다. 하지만 머릿속은 이미 그날 본 기타오카의 모습으로 꽉 차 있었다. (본문 264)


 그탓에 분명히 서로의 마음이 서로를 향해 가고 있음에도, 서로가 당당히 손을 마주 잡고 나아가는 일을 하지 못해 무척 안타까웠다. 소설을 읽는 내내 언제 두 사람이 고백할지 궁금했다. 하지만 <너를 사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고백하는 장면을 그리지 않았다.


 아마 그 이야기는 제2편인 <너를 사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졸업>에서 그려지지 않을까 싶다. 스미노 요루의 작품 이후 오랜만에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이렇게 독자의 마음을 애태우는 작품을 만났다. 완결이라고 하는 ‘졸업’ 편에서 어떤 이야기가 궁금해 곧바로 졸업 편을 읽어야 할 것 같다.


 올해가 가기 전에 좋은 사랑 이야기를 읽고 싶은 독자에게 <너를 사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과하지 않고, 섬세하면서도 너무나 순수해서 서툴기만 한 주인공과 히로인의 이야기는 분명히 오늘처럼 추운 날 따뜻한 에스프레소 한 잔을 곁들여 읽기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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