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F 2018 토요일 다녀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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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덕후들의 축제 AGF 2018


 지난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분주히 준비해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AGF 2018에 참여하기 위해서 서둘러 집을 나섰다. 처음 집을 나선 시각이 오전 6시 15분경이고, 터미널에 도착해 버스를 타고 서울을 향해 출발한 시각이 오전 6시 40분이다. 참, 지방에 산다는 게 이럴 때 가장 서럽게 느껴진다.


 아무튼, 서울 고속터미널에 도착해서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에 도착했을 때 시계는 약 오후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김해-서울 고속터미널-대화역-킨텍스 제2전시장까지 오는 데에 무려 ‘6시간 20분이 걸린 셈이다. 지금 글을 쓰면서 생각하면 도대체 내가 뭘 얻자고 이 미친 짓을 했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우리 오타쿠라는 족속은 원래 이렇게 뒤를 보고 생각해서 행동하는 게 아니라 일단 마음이 내키는 대로 행동한 이후 땅을 치며 후회하는 족속이다. 물론, 후회보다 ‘그래, 이번에 잘 다녀왔어! 나는 이 소비에 절대 후회하지 않아!’라며 애써 자신을 위한 변명을 하기도 한다.


 AGF 2018에서 적지 않은 돈을 쓴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만족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나는 정말 웃으면서도 웃을 수가 없는 상황인데, 오늘 이 글에서 그 이야기를 간단히 해보고자 한다.





 킨텍스 제2전시장에 도착해 곧바로 ‘입장권 교환 - 사전 예약자’ 창구로 향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정말 많은 사람이 ‘행사장 지금 지옥이다.’라며 인증샷을 찍어서 올렸는데, 다행히 내가 한 예상대로 12시가 넘은 시간에는 사람의 긴 줄을 기다릴 필요 없이 편하게 입장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 오는 데에 길을 헤매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지하철에서 우연히 발견한 AGF 20 18 행사장에 가는 어떤 무리를 따라왔기 때문이다. 나는 킨텍스 제2전시장을 방문한 게 서울 모터쇼를 촬영하기 위해 온 4년 전 정도라 길을 몰랐는데, 몰래 따라가면서 헤매지 않을 수 있었다.


 역시 이런 것도 덕후끼리 통하는 무언의 공감대라고 해야 할까? (웃음)


 행사장에 들어가니 정말 많은 사람이 바글바글하고 있었다. 비록 많은 사람이 바글바글한다고 해도 일본에서 열리는 작은 동인 행사 수준에 해당하는 인원이고, 아직 한국에서는 일본 서브 컬처에 대한 사람들의 인지도가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규모도 그렇게 큰 건 아니었다.







 제일 처음 눈에 들어온 미쿠 부스를 지나서 유포테이블의 사쿠라 등신대를 잠깐 보고, 디앤씨미디어 부스로 향했다. 디앤씨미디어 부스에서는 처음 공지사항에 올라오지 않은 아쿠아 태피스트리와 메구밍 태피스트리를 판매하고 있어 ‘어?? 이거 뭐지??’라며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게 했다.


 알고 보니 스니커즈 문고에서 일본보다 하루 더 일찍 한국에서 판매하기 위해서 직접 공수를 해온 상품이었다. 이 사실을 알기 전에 나는 태피스트리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다 ‘그래. 여기 서울, 일산까지 어렵게 왔으니 하나는 사야지!’라고 생각하며 아쿠아 태피스트리를 과감히 지르고 말았다.




▲ 아쿠아 메구밍 태피스트리 가격은 38,000원




▲ 융융 태피스트리를 갖고 싶었어.



 아쿠아 태피스트리 가격은 38,000원으로, 내가 서울에 올라오는 버스 차비 33,300원보다 비쌌다. 만약 내 수중에 돈이 없었으면 나는 돌아갈 차비로 아쿠아 태피스트리르 산 셈이 된다. 아니, 돈은 여유가 있어도 다른 큰 걸 질러버리는 바람에 현재 내 수중에 남은 통장 잔액은 821원이 남아있다.


 글을 쓰면서 ‘아, 내가 정말 미친 짓을 한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지만, 방에 놓인 책장에 장식한 태피스트리를 보면 ‘그래도 어쩔 수 없었어.’라며 자기 변명을 해버리고 만다. 아마 AGF 2018에서 생각지 못한 소비를 한 사람들은 다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덕질은 늘 그런 법이다.


 지금 내가 가장 후회하는 것 중 하나는 디앤씨미디어에서 한 뽑기다. 뽑기 2번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과감히 럭키백을 사는 게 낫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뽑기 2번을 통해서 원가 절약과 호구를위해서 준비한 아크릴 2개만 손에 쥐었기 때문에 나는 제대로 망하고 말았다. 도대체 왜 뽑기를 했을까…. (한숨)


 디앤씨미디어에 장식된 메구밍과 융융의 다키마쿠라 커버를 구경하고, <고블린 슬레이어>의 여신관 캐릭터 스탠드를 구경한 이후 천천히 다시 AGF 2018 행사장 내부를 돌아다니며 구경을 했다.




 라프텔 부스에서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는 듯한 사람을 지나쳐, 약간의 인연이 있는 소미미디어 부스를 방문했다. 소미미디어 부스는 지난 서울 국제 도서전에서 참여한 라이트 노벨 페스티벌에서  재고가 남은 상품과 소소한 상품 몇 가지를 판매하고 있었다. 스포츠 타월이나 지퍼파일 같은….


 다행히 소미미디어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지갑을 열도록 강요하는 상품이 없어 곧바로 자리를 뜰 수 있었다.


 소미미디어 부스 다음으로 둘러본 ANIPLEX 부스에서는 현재 4분기 애니메이션 중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소드 아트 온라인 앨리시제이션>, <전생했더니 슬라임이었다>, <청춘 돼지는 바니걸 선배의 꿈을 꾸지 않는다> 캐릭터 스탠드 외 다양한 캐릭터 상품이 전시되어 있어 즐겁게 구경했다.




▲ 소미미디어 부스





▲ 소드 아트 온라인 앨리시제이션



▲ 전생했더니 슬라임이었다



▲ 청춘 돼지는 바니걸 선배의 꿈을 꾸지 않는다





▲ 11월 15일 애니메이션 극장판으로 찾아올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애니메이션 극장판 배급을 담당하는 미디어캐슬 부스에서는 트위터 혹은 인스타그램에 사진과 해쉬태그를 붙이면, 작은 엽서를 주는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었다. 이 이벤트에 응모하고자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고자 했지만, 인터넷이 잘 터지지 않아 포기했다.


 미디어캐슬 옆에는 명탐정 코난 부스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역시 대중적인 인기를 가진 <명탐정 코난>이라고 해도 오늘날 같은 행사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명탐정 코난 부스에만 사람이 거의 오지 않는 듯 했는데, 직원분들이 어두운 표정으로 사람들을 응시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있다.



 조금 더 이동하다보면 위 사진처럼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의 주인공과 <소드 아트 온라인 앨리시제이션>의 키리토, 앨리스, 유지오 세 사람의 캐릭터 스탠드가 세워져 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관람객이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조명도 설치가 되어 있어 무척 좋은 장소였다.


 이 장소를 지나면 ANIPLUS 뽑기왕이 진행되는 장소와 함께 애니메이트, 카도카와 상품점을 볼 수 있다.





▲ 각 상품별로 뽑기에 도전할 수 있다.






▲ 뽑기 상품보다 얘네들을 더 가지고 가고 싶었다. 아스나, 나와 결혼해줘!



 ANIPLUS 뽑기왕에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은 이었다. 하지만 평소 사행성 아이템에 지나친 투자를 하지 않는 나는 그저 눈으로만 바라보고 고개를 돌렸다. 평소 뽑기 운에 자신이 있으면 했겠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런닝맨>의 이광수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꽝손이라 내 한계를 잘 알고 있었다.


 뽑기를 하는 대신 나는 카도카와 상품점에서 판매하는 아스나와 앨리스 두 사람이 그려진 타패스트리를 과감히 구매했다. 가격은 무려 67,500원. “가격이 왜 이렇게 미쳤어요?”라고 되묻고 싶었지만, 퀄리티가 상당히 괜찮다고 생각해서 조금 무리를 해서 구매했다. 지금은 살짝 후회가 들기도 한다.


 그래도 언제 또 이런 상품을 살 기회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좋게 생각하고 싶다. 애초에 인생이라는 게 항상 마음 먹은 대로 안 되기 때문에 인생이지 않은가. 이렇게 후회와 번민이 가득할 때는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이라도 먹는 게 최고다. 이번 AGF 2018 행사장에는 <고독한 미식가>도 볼 수 있었다.




▲ 사에카노 장패드



▲ 게이머즈 장패드



▲ 카도카와 공식 굿즈 태피스트리




▲ 성시경과 고로 상



▲ 글 쓰는 새벽 2시 배고프다.





 TV TOKYO 부스에서 고로 상이 한국을 출장 방문했을 때의 에피소드가 영상으로 틀어져 있었고, 고로 상의 “腹が,減った。(배 고프다!)”라는 대사가 인쇄된 티셔츠를 비롯해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AGF 2018에서 다양한 상품이 있다고 해도 설마 고로 상의 상품이 여기서 판매할 줄이야!


 일본인 관람객(아마 스태프인 것 같았다.) 두 사람은 한국에서 고로 상이 이렇게 인기가 있는 걸 보면서 놀라워했다. “에-? 한국에서 구루메(미식가)가 이렇게 인기가 많구나. 실제로 일본에서는 이 정도는 아니지 않아?” “맞아. 이 정도는 아니지. 신기하네.”라며 주고 받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고로 상의 캐릭터 스탠드에서 사진을 찍고, 그 이외 크고 작은 부스(페이트 그랜드 오더)를 둘러본 이후 이벤트 무대는 포기한 상태에서 제2전시장을 나왔다. 스테이지 이벤트에 당첨되지 않은 사람도 볼 수 있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었지만, 워낙 사람이 많아서 도무지 장시간 기다릴 수가 없었다.



▲ 이 어린 나루토를 보던 게 언제지.





▲ 소드 아트 온라인 캐릭터 인기 투표, 오베론이 왜 나와?





 양일권을 예매한 탓에 토요일 상황을 보고 일요일도 있을지 말지 결정하려고 했는데, 토요일 하루만 가더라도 충분할 정도로 둘러볼 수 있었다. 스테이지 무대를 보기 위해서 억지로 무리할 정도로 나는 독하지 않았다. 그냥 이렇게 소소한 기념품과 함께 후회, 또는 보람을 가지고 김해로 돌아왔다.


 부디 이런 종류의 행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투자가 조금씩 늘어나 부산에서도 열릴 수 있기를 바란다. 전반기는 서울, 후반기는 부산. 그렇게 말이다. 일본 코믹마켓 또한 여름과 겨울에 2차례열리지 않는가. 비록 그 정도의 규모는 아니더라도 킨텍스(혹은 코엑스)와 벡스코에서 해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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