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사는 기도하지 않아 1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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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노벨 감상 후기] 도박사는 기도하지 않아 1권, 노예 소녀와 고독한 도박사


 게임에서 승부를 겨룬다는 건 철저한 전략과 스킬을 가지고 서로의 자웅을 겨루는 일이다. 보통 이러한 승부에서는 상대의 심리를 읽어서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유도하고, 때때로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사기 행각을 벌이기도 한다. 게임에서 사기 행각은 나쁜 게 아니다. 당한 사람이 나쁜 거다.


 과거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끈 라이트 노벨 <노 게임 노 라이프>의 주인공 ‘공백’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소라와 시로가 그렇다. 두 사람은 사기 행위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지만, 철저하게 수읽기를 통해 도박이라는 게임을 한사코 자신에게 유리한 흐름을 만들었다.


 오늘 소개할 학산문화사 신작 라이트 노벨 <도박사는 기도하지 않아 1권>의 주인공 ‘리자루스 카인도’ 또한 그런 인물이다. 그는 도박꾼의 양자로 받아들여져 뒤를 잇게 되었는데, 그가 지키는 도박 철학은 ‘지지 않는다.’ ‘이기지 않는다.’를 포함한 세 가지다. 그는 이를 철저하게 지키며 살아왔다.


 도박에 져서 잃지 않고, 지나치게 이겨서 견제 대상이 되지 않는 것. 유명한 도박사는 이름이 알려지기 마련이고, 지나친 이익은 도박장을 경영하는 경영자의 눈에 거슬리게 된다. 왜냐하면, 도박사의 커다란 이익은 경영자의 손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인공은 철저하게 규칙을 지키며 잘 처신해왔다.


 하지만 주인공이 어떤 소녀를 처음 만나는 날은 그 일이 잘 되지 않았다. 리자루스는 지기 위해서 일부러 걸리지 않는 곳에 배팅했지만, 딜러가 실수하는 바람에 마지막 판에서 36배 이익을 보게 된 거다. 어쩔 수 없이 그는 그렇게 얻은 이익을 도박장에게 되돌려주기 위해 도박장의 상품을 사기로 한다.


 그 상품이 사람들 사이에서 거래하는 '노예'라는 이름의 상품, <도박사는 기도하지 않아 1권>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미소녀 ‘릴라’다.



 비록 노예 미소녀를 샀다고 해서 첫날부터 이런저런 일을 즐기는 주인공은 아니었다. 그는 도박 이외의 모든 일은 “아무래도 좋아.”라고 말하는 입버릇을 가졌을 정도로 만사가 대충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다음 날 아침이 될 때까지 그는 자기가 산 것도 잊고 있었다.


 늦은 새벽까지 게임을 한 리자루스가 깊은 잠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을 때, 그를 깨운 둔탁한 노크 소리의 인물이 상품을 건네주러 온 인계 담당자다. 그 인물의 곁에 있던 게 리자루스가 도박장에서 얻은 이익으로 산 노예 미소녀.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녀의 이름이 릴라인 걸 알게 된다.


 릴라는 누가 보기에도 겉보기에 엄청난 미소녀이고, 상당한 재력가가 욕심을 낼 수 있는 인기 있는 상품이었다. 하지만 그렇다는 건 당연히 상당한 교육을 거쳤다는 이야기도 된다. 실제로 릴라가 처음 리자스의 집에 왔을 때는 ‘두려움’이라는 감정 외에는 그녀의 눈에서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리자루스의 말을 대충 알아듣기는 해도, 글을 쓰거나 읽을지도 모르고, 말도 하지 못하는 그녀의 상태는 명백히 어딘가 이상했다. 그녀의 모습을 본 리자루스의 친구이자 권투사인 존은 그녀의 입을 벌려 목구멍을 살펴보더니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잠시 그 장면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그거네! 오히려 말을 못 해서 비싼 유형의 노예야. 이 아이는! 아무래도 목구멍은 나중에 지져진 모양이야!”

결론 짓는 듯한 존의 말투에 리자루스는 눈썹을 찌푸렸다.

“무슨 소리야?”

“반항하려는 마음이 들지 않을 정도로 혼쭐을 내어 귀여운 아이를 교육시켜! 그러면서 목구멍은 약으로 지지고 글자는 가르치지 않지! 그러면 무엇을 하든 어떻게 다루든 결코 거역하지 않고, 만에 하나 도망쳐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노예가 된다는 거야!” (본문 44)


 너무나 가혹한 과정을 겪었을 릴라를 동정하기 전부터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페니 카인드’로 불리는 리자루스 카인드는 그런 사정을 들어도 머릿속에는 먼저 ‘아무래도 좋아.’라는 말이 떠올랐다. 살짝 박정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리자루스에게는 또 나름 그대로 사정이 있었다.



 리자루스 또한 양자로 받아들이기 전에 고아였다. 도박사로 살아가는 그는 도박사의 말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과거 자신을 받아들인 아버지가 어떻게 죽었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리자루스는 ‘아무래도 좋아’라는 말을 버릇처럼 달고 살았던 거다. 정말 그에게 아무래도 좋았던 거다.


 하지만 리자루스의 이런 모습은 릴라를 만난 이후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타인에게 전혀 특별한 감정 혹은 유대를 가지지 않았던 리자루스는 릴라에게 유대를 가지기 시작하고, 점차 그녀가 있는 게 익숙한 나날을 보내게 된다. 당연히 이 나날이 익숙해지면 어긋나는 날이 찾아오기도 하는 법이다.


 그날의 사건은 <도박사는 기도하지 않아 1권> 핵심 사건이기도 하고, 주인공이 도박장에서 철칙을 깨뜨리며 앞으로 나서는 사건이기도 하다. 릴라를 되찾기 위해서 주인공이 건 엄청난 금액의 배팅과 함께 펼쳐지는 놀라운 기교를 갖춘 딜러와 대결은 룰 이해가 어려워도 이야기에 몰입하게 했다.


 멋진 한판 역전승으로 원하는 목적을 성취한 리자루스의 이야기로 끝나는 <도박사는 기도하지 않아 1권>. 다양한 종류의 게임 설명에 머리가 난해하기도 했지만, 이야기 구성은 무척이나 잘 갖춰진 작품이었다. 이 탄탄한 에피소드가 ‘제23회 전격 소설 대상 금상 수상’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도박사는 기도하지 않아 1권>을 읽어보기를 바란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도박사는 기도하지 않아 1권>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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