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엔드 이코노미카 2권 후기
- 문화/라이트 노벨
- 2018. 8. 3. 07:30
[라이트 노벨 감상 후기] 월드 엔드 이코노미카 2권,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나서 4년
나는 내가 책 읽는 속도가 빠르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라이트 노벨인 경우 읽는 속도가 제법 빠른 편이라고 생각한다. 라이트노벨 한 권을 읽기 시작하면 빠를 때는 1시간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 읽고, 느려도 2~3시간 안에 다 읽을 수 있다. 많은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한 속독이라고 할까?
하지만 오늘 소개할 라이트 노벨은 라이트 노벨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데에 무려 일주일이 걸리고 말았다. 물론, 그 일주일 동안 내내 한 권의 라이트 노벨만 읽은 건 아니다. 만약 그 정도로 시간이 걸리는 책이라면 라이트 노벨이 아니라 그야말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읽는 수준일 거다.
오늘 소개할 라이트 노벨을 읽는 데에 시간이 걸린 이유는 정말 이야기를 하나하나 꼼꼼히 읽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통 하루 동안 책 읽기에 투자하는 시간을 사용해서 다 읽을 자신이 없어서 다른 책과 번갈아 가면서 읽은 탓에 일주일이 걸리고 말았다. 오늘 드디어 마지막 장을 읽었다.
일주일이나 걸린 작품은 <월드 엔드 이코노미카 2권>이다. <월드 엔드 이코노미카 1권>을 읽는 데도 제법 시간이 걸렸지만,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워 재미있게 읽었다. 물론, 이번에 7월 신작으로 만난 <월드 엔드 이코노미카 2권> 또한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돌아가는 상황이 너무나 흥미로웠다.
<월드 엔드 이코노미카 2권> 시작은 지난 1권에서 투자에 실패한 주인공 하루가 어렵게 재활을 하고 있는 장면이다. 하루는 지난 1권에서 겪은 사건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었는데, 이미 2권에서 그 사건이 있고 나서 무려 4년의 세월이 흘러 있었다. 이 정도의 시간 동안 복구가 안 되면 끝난 거다.
하루는 간신히 호흡기를 단 채로 연명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진짜 호흡기를 달고 살았다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 비유라는 걸 알아주기를 바란다. 주식 투자에 눈을 빛내며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한사코 쉬지도 않고 노력한 주인공 하루가 주식 투자와 돈, 야망을 포기하고 지낸 건 사망 직전이었다.
<월드 엔드 이코노미카 2권>에서 하루에게 새로운 숨결을 집어넣는 건 크리스와 크리스를 통해 알게 된 ‘엘레노아’라는 이름의 소녀다. 엘레노아는 <월드 엔드 이코노미카 1권>에서 하루가 만난 하가나와 무척 닮은 분위기를 가진 소녀인데, 그녀가 하루에게 제안한 일을 계기로 하루는 다시 일어서게 된다.
지금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까 무척 책이 간단한 것 같은데, 제안을 받기까지 과정도 <월드 엔드 이코노미카 2권>은 세밀하게 그리고 있다. 그 이야기를 천천히 읽다 보면 자연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하루가 다시 시작하기로 결정적 계기가 되어준 인물인 크리스의 존재감도 2권에서 굉장히 컸다.
크리스는 하가나와 하루가 만든 프로그램을 개량하여 주식 투자를 돌리고 있었는데, 하가나 프로그램 업그레이드 버전은 놀라울 정도로 큰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정말 <월드 엔드 이코노미카 2권>을읽는 동안 “이 프로그램 제발 나 좀 줘!!!!!”라고 외치고 싶었다. 내 주식은 -10%에서 벗어나질 못하니….
내가 주식에서 욕심을 부리다 손해를 본 건 다음에 이야기하자. <월드 엔드 이코노미카 2권>에서 중요한 건 크리스가 하가나 프로그램을 개량해 주식을 돌리면서 4년 전 하루가 목표로 한 금액이 우스울 정도로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다는 거다. 물론, 크리스는 그 이야기를 하루에게 일절 하지 않았다.
이 정도가 되면 ‘크리스=악’으로 정할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크리스가 하루에게 그 이야기를 하지 못했던 이유는 4년 동안 하루의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크리스는 벌어들인 돈을 교회에 기부하며 교회 운영에 보태고 있었고, 그 교회의 리사는 역시 하루 같은 사람을 돌보며 지내고 있었다.
즉, 크리스가 번 돈은 어떻게 생각해보면 하루가 살아남기 위한 발판이 되었다고 볼 수 있는 거다. 그리고 크리스가 주식 투자를 통해 알게 된 엘레노아와 하루가 알게 되고, 하루가 엘레노아를 통해서 본 절실한 꿈은 다시금 하루에게 경기를 일으키게 했다. 이때부터 <월드 엔드 이코노미카 2권>의 시작이다.
‘정의를 원한다’고 말한 엘레노아의 꿈은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어리석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꿈이었다. 하루와 엘레노아가 있는 달에서는 다른 어떤 것보다 부를 가지는 일이 최고로 대우받는 세계였다. 그렇기 때문에 발생한 부를 축적하기 위한 바이러스 같은 존재들이 일으킨 일들이 많았다.
달의 세계에서 절대적 힘을 가지고 있는 ‘아발론’ 기업이 가진 비밀을 파헤치며 “선으로 위장한 그들은 사실 악이다.”라는 걸 주장하고자 한 엘레노아. 그 어리석어 보이는 꿈에 하루는 엘레노아가 진심으로 힘을 쏟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하게 된다. 그것이 <월드 엔드 이코노미카 2권>의 이야기다.
아발론에 이르기 위해서 파헤쳐야 할 거미줄처럼 엮인 여러 인물과 기업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은 하루와 엘레노아에게 넘기 힘든 벽을 내놓았다. 당연히 하루와 엘레노아는 그 벽을 넘기 위해서 갖은 악을 쓰지만, 도저히 그 벽은 넘지 못할 것 같았다. 하루는 또 한 번 이렇게 좌절하나 싶었다.
하지만 그때 다시금 하루에게 힌트를 준 인물은 <월드 엔드 이코노미카 1권>에서 하루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던 바튼. 바튼은 하루에게 전화를 하면서 “내가 그런 것도 모를 줄 알았나?”라며 빈정대듯 말하는데, 하루는 바튼의 말 속에 있는 숨은 의도를 알아낸다. 그는 정말로 하루에게 충고를 하고자 했던 거다.
바튼의 말을 들은 이후 하루는 자신이 놓쳐버린 일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니고, 마침내 도달한 장소에서 그는 일발 역전을 위한 카드를 손에 쥐게 된다. 당장 손에 카드가 들어왔다고 해도 그 카드를 사용해 “함정 카드 발동!”이라고 외칠 수 없었고, 하루는 자신이 4년 전에 놓친 걸 찾고자 나선다.
하루가 4년 전에 놓쳐버리고 만 것. 그건 바로 하가나다. <월드 엔드 이코노미카 2권>은 하루가 다시 눈에 빛을 되찾으며 4년 전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하루의 모습으로 끝났다. 과연 하루는 하가나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 이야기는 다음 <월드 엔드 이코노미카 3권>을 통해서 읽어보도록 하자.
후기를 적을 때는 <월드 엔드 이코노미카 2권>에서 읽은 다양한 경제적 현상과 용어를 모조리 생략한 탓에 그나마 짧게 적을 수 있었다. 책을 읽을 때는 경제와 관련된 부분의 이해를 포기하면, 책 내용 자체를 이해하기 어려워 하나하나 또박또박 읽느라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재미있는 건 참 묘하다.
<월드 엔드 이코노미카>의 매력을 알고 싶은 사람은 직접 책을 읽어보는 수밖에 없다. 단, 아무리 방대한 분량의 책이라도 오랜 시간을 투자해 읽을 수 있는 사람에 한해서 <월드 엔드 이코노미카> 시리즈를 추천하고 싶다. 정말이지 이 작품은 힘들어도 빠질 수밖에 없는 매력이 있다. (웃음)
* 이 작품은 학산문화사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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