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색 원룸 1권 후기
- 문화/만화책 후기
- 2018. 4. 9. 08:00
[만화책 감상 후기] 행복색 원룸 1권, '그날, 소녀는 유괴됐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소소하더라도 행복이 필요하다. 작은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오늘을 버틸 수가 없고, 내일이 반가워할 수가 없다. 행복이라는 것은 대단히 멀리 있는 것 같지만, 사실 행복은 늘 우리 곁에 있다. 우리가 지금 이렇게 평범하게 글을 쓰거나 읽는 것도 작은 행복이니까.
‘행복’이라는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오늘 소개할 만화의 제목이 <행복색 원룸>이기 때문이다. 처음 읽게 된 <행복색 원룸 1권>은 책의 표지에서 알 수 없는 매력이 느껴졌고,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읽은 이야기는 ‘호오?’라며 노골적으로 독자의 관심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다.
<행복색 원룸 1권>의 이야기는 주인공이 14살의 여자아이를 유괴해 원룸에서 함께 사는 이야기다. 처음에는 ‘뭐야? 이거 납치물이야?’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주인공이 한 일은 ‘유괴’보다 ‘구출’에 가까웠다. 주인공이 납치한 여자아이는 온몸의 멍이 사라지지 않을 정도로 가정폭력을 당했다.
그녀를 지켜보면서 스토커처럼 좋아한 주인공은 그녀를 데리고 온다. 뉴스에서는 주인공을 가리켜서 유괴범이라고 떠들고 있었지만, 주인공과 함께 있는 소녀는 “오빠는 날 구해줬는데 말이야! 그 사람들한테서 날 숨겨주고 있는걸.”이라고 말한다. 첫 번째 에피소드의 시작 부분만으로 작품에 끌렸다.
<행복색 원룸 1권>에서는 주인공이 유괴범이고, 히로인이 피해자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 스톡홀름 증후군이 떠오른다. 스톡홀름 증후군은 피해자가 범인에게 동조하거나 감화되어 자신이 피해자인 것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행복색 원룸 1권>의 주인공과 히로인의 상황은 조금 달랐다.
주인공에게 있어 히로인은 ‘살아가는 이유’에 해당했고, 히로인은 주인공이 있어 살아갈 수 있는 인물이었다. ‘유괴’라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함께 원룸에서 지내게 되었지만, 비로소 자신이 갖지 못했던 평범한 행복을 느끼는 히로인의 모습을 보면 가슴이 저려온다. 어쩜 이 모습을 이렇게 잘 그렸는지!
<행복색 원룸 1권>의 특징 중 하나는 주인공과 히로인 두 사람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는다는 거다. 주인공은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유괴범’ 혹은 ‘오빠’라는 지칭으로 불리고, 히로인은 주인공이 본명을 말하기 전에 주인공에게 새로 이름을 지어달라고 조르며 ‘사치’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그게 전부다.
<행복색 원룸 1권>에서 그려진 에피소드는 히로인 사치가 과거 집과 학교에서 어떤 학대와 폭력을 당했고, 폭력이 일상이 된 탓에 망가진 사치의 마음이다. 이야기를 천천히 읽어가며 어릴 적에 내가 겪었던 학교 폭력과 가정 폭력 사건이 떠올라 입술을 질끈 깨물기도 했다. 참, 이런 게 무척 괴롭다.
다행히 히로인 사치는 주인공과 함께 지내면서 비록 그것이 거짓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도 ‘행복’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던 자신을 베려고 하는 같은 반 친구들의 말의 아픔도 느낄 수 있게 된다. 행복은 불행의 감도를 알 수 있게 해준 약이었다.
만약 계속 불행한 상태로 있었다면, 사치는 그 아픔을 재차 느낄 필요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사람이란 원래 반복되는 고통에 무뎌지는 법이기 때문이다. 아픔에 무뎌지는 일은 너무나 괴롭고 비참한 일이다. 그것은 극복하는 게 아니라 끝이 없는 나락의 구덩이에 자신의 몸을 빠뜨려 자신을 죽이는 일이다.
나는 그 끔찍한 구덩이에서 책과 애니메이션을 만나서 탈출할 수 있었고, <행복색 원룸>의 히로인인 사치는 주인공을 만나 탈출할 수 있었다. <행복색 원룸 1권>은 그렇게 사치가 조금이나마 행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주인공과 함께 하는 원룸을 행복으로 채우고자 하는 장면에서 끝을 맺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만들어진 외부의 상황이 좋지 않다. 유괴범과 피해자. 이것을 좋게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물며 이를 비정상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기대할 수 없다. 다음 권 예고를 읽어보면 그런 인물이 나타난다. 과연 어떻게 전개될까?
오늘 만화 <행복색 원룸 1권> 후기는 여기까지다. 평범한 모에 러브코미디, 이계치렘무쌍 미스터리 장르가 아니라 조금 더 내용이 있는 만화를 읽고 싶은 사람에게 <행복색 원룸 1권>을 추천하고 싶다. <행복색 원룸 1권>은 분위기가 어두워도, 주인공과 히로인의 행복을 응원하게 되는 작품이다.
* 이 작품은 학산문화사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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