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13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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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노벨 감상 후기]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13권, 드디어 완결입니다!


 하나의 시리즈가 끝난다는 건 굉장히 시원섭섭하다. 이야기가 진부하게 길어지는 시리즈일 경우에는 빨리 결말이 났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매회 이야기가 흥미진진한 시리즈는 ‘언제 끝이 날까? 아니,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같은 바람을 품게 된다. 오늘 읽은 라이트 노벨이 바로 후자의 작품이었다.


 오늘 소개할 라이트 노벨은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13권>이다.


 이미 애니메이션 방영을 통해 작품 속 히로인의 매력이 널리 알려지며 ‘신의 작품’이라는 이름의 반열에 오를 정도로 유명해진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시리즈가 드디어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13권>으로 끝을 맺은 거다. 이 작품의 꾸준한 팬 중 한 명으로서 정말 심정이 복잡하다.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13권>을 택배로 받았을 때는 솔직히 앞서 소개한 다른 작품보다 제일 먼저 읽고 싶었다. 하지만 재미있는 작품은 조금 뒤로 미루고, 여유 있을 때 천천히 음미하며 읽고 싶었다. 그래서 오늘 2월 18일 일요일 저녁에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13권>을 읽게 된 거다.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13권>은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이야기로, 작품을 읽는 내내 ‘아아, 미치겠다아아아아아!’ 같은 반응을 하며 혼자 별의별 짓을 다하게 했다. 역시 작품 하나를 읽을 때마다 도무지 남에게 보여줄 것이 안 되는 이 리액션은 어쩔도리가 없다. 정말 나는 뼛속까지 덕후다. (웃음)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13권> 시작은 아키 토모야가 카토 메구미에게 고백한 장면이다. 이미 지난 12권과 걸스 사이드 3권을 통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읽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서두르는 기분으로 읽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 또한 그랬다. 그리고 두 사람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몸부림쳤다.


 토모야의 고백에 메구미가 보여주는 태도가 너무나 귀엽고, 너무나 모에하고, 너무나 히로인 같아서 뭐라 표현할 수가 없다. 두 사람이 서로 장난 치다 살짝 볼과 입을 부딪히는 키스를 비롯해 콩트 같은 장면을 읽으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책을 읽는 동안 두 사람의 행복한 기분이 나에게도 전해졌다.


 좋은 이야기라는 건 바로 이렇게 책을 읽는 동안 진심으로 즐거울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13권>을 읽으면서 많은 장면에서 태클을 걸거나 메구미가 보여주는 모습에 전율했다. 그리고 천천히 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게 확연히 알 수 있어 너무 아쉬웠다.


 책 한 장을 넘길 때마다 ‘이제 이것밖에 안 남았어!’라며 아쉬워하는 작품이 과연 몇 개나 될까? 지금까지 많은 라이트 노벨과 소설을 읽었지만, 남은 페이지가 너무 적다는 걸 아쉬워 한 작품을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재미있는 작품과 마지막이 아쉬운 작품은 그만큼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는 것이다.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13권>을 읽는 동안 남은 페이지 수가 줄어든다는 게, 내가 앞으로 이 히로인들을 만날 계기가 줄어든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 언젠가 <시원찮은그녀를 위한 육성방법>의 주인공들로 팬 소설을 한 번 써보고 싶다. 스핀오프 격으로 이야기를 쓰더라도 재미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욕심을 품기에 내가 가진 글의 재주는 보잘 것 없고,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13권>에서 읽은 개운하고 긴 여운을 남긴 엔딩은 만들 수 없을 것 같다. 13권에서 토모야는 메구미와 관계를 분명히 하고, 에리리와 우타하와 만나 작별을 고한다. 단, 이건 ‘한때의 감정’의 작별일 뿐이었다.


 살짝 쳐질 수 있는 슬픈 분위기를 다시 모두가 웃으면서 맞이할 수 있도록 해준 것 또한 작가가 가진 기술이었다. 이렇게 이야기를 만들어간다는 건 정말 부러운 일이다. 글 하나하나를 읽으면서 천천히 작가가 가진 기술을 훔치고자 했고, 인상적인 부분에서는 개인적인 감상을 길게 덧붙이고 싶었다.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13권>에서 읽은 이야기 중 에리리의 대사가 와 닿았다. 에리리는 이렇게 말한다.


“음,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어. 재미있어 보이는 일, 장기적으로 해야 하는 일, 내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일, 돈을 잔뜩 벌 수 있는 일…….” (본문 152)


 에리리가 말한 여러 가지 일을 해보고 싶다는 건 그야말로 지금의 내 심정이다. 이제야 겨우 졸업반에 들어간 나는 아직도 1년을 더 대학에 다녀야 하지만, 일반 회사 취업이라는 진로가 아니라 이것저것해 보고 싶은 일이 많다.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과 대학 전공인 일본어 통번역을 통한 길은 무수히 많으니까.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13권> 엔딩도 아키 토모야가 놓인 여러 개의 길 가운데 하나, 아니, 둘을 선택하는 모습으로 끝을 맺었다. 이건 어디까지 ‘확정’이 아니라 ‘일단은’이라는 느낌이기 때문에 아키 토모야가 걸을 길은 또 달라질지도 모른다. 원래 삶이라는 건 매 그 순간 순간의 선택인 법이다.


 이때까지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고, 다음에 또 이 작가의 신작이 발매된다면 꼭 읽어보고 싶다. 역자 후기를 읽어보니 극장판 애니메이션 개봉도 확정된 상황이라고 하니, 앞으로 조금은 더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의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을 읽은 일은 라이트 노벨을 읽으면서 절대 후회하지 않는, 내가 스스로 아주 잘했다며 칭찬해주고 싶은 일이었다. 언젠가 나 또한 이런 느낌의 이야기를 적을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 만약 작가가 되지 못한다면 아키 토모야 같은 라이트 노벨 블로거가 되고 싶다. 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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