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키 스가루 신작, 아픈 것아 아픈 것아 날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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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노벨 감상 후기] 아픈 것아, 아픈 것아, 날아가라


 2016년 1분기를 떠들썩하게 한 애니메이션 중에서 <나만이 없는 거리>라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주인공 후지시마 사토루가 '리바이벌'이라는 특수한 능력을 통해서 과거로 날아가서 다시 자신이 겪은 사건을 재구성하는 이야기다. 히나즈키 카요를 구하고, 어머니를 구하고, 아이리를 구하기 위해서.


 <나만이 없는 거리>는 사토루가 범인을 추적하는 동시에, 범인에 쫓기는 사토루의 이야기를 아주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있다. 과거로 돌아가 미래를 수정하는 이야기는 판타지 요소가 들어가는 작품에서 아주 흔한 소재다. 지금은 행방불명이 되어버린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시리즈도 그랬다.


 역시 뻔한 이야기라도 이야기 속에서 반전을 어떻게 끌어내는가, 책을 읽는 독자를 어떻게 착각이라는 틀에 가두어 이야기에 빠지게 하는지가 재미를 결정하는 것 같다. 2월 신작 라이트 노벨을 기다리면서 읽게 된 <아픈 것아, 아픈 것아, 날아가라> 작품은 그 요소를 이용한 멋진 작품이었다.


 멋진 작품이라고 소개했지만, 이 작품은 딱히 멋지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슬픈 작품'이라는 칭호가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저자 미아키 스가루의 소설은 언제나 진한 감동이 길게 남는데, 과거에 읽은 <3일간의 사랑>과 마찬가지로 <아픈 것아, 아픈 것아, 날아가라>도 슬픈 여운이 남았다.


아픈 것아 아픈 것아 날아가라, ⓒ미우


일러스트 카드, ⓒ미우


 <아픈 것아, 아픈 것아, 날아가라>의 주인공은 두 명이다. 위 표지에서 볼 수 있는 여학생과 성인 남성. 남성의 이름은 유가미 미즈호, 여학생의 이름은 히즈미 키리코다. 이 둘의 이름에 사용된 성은 모두 '歪'이라는 한자로(발음 방식이 다를 뿐), 이 한자는 '비틀어짐, 뒤틀림'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히즈미, 유가미로 읽을 수 있는 한자 '歪'는 이야기를 드러낸 단어라고 생각한다. 둘의 만남은 뒤틀어져 있었고, 두 명이 만나서 벌이는 일도 상당히 비틀어진 일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상처를 뒤로 미루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키리코가 뒤바꾼 시간은 슬픈 재화와 사랑과 이별을 만들었다.


 나는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중간에서 어느 정도 이야기를 추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의 추리는 반은 맞았고, 반은 틀렸다. 그저 둘의 인연이 어긋나서 비틀어진 삶을 살다가 뒤늦게 만나게 된 것으로 생각했는데, 설마 중간에서 '그런 일'을 겪은 후에 키리코가 미루기를 실행한 것은 상상 이상이었다.


 <나만이 없는 거리> 작품을 보면, 죽었던 사람이 구해지는 장면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리바이벌이 과연 어느 정도 효력을 미치는가는 알 수 없는데, 이 작품에서 키리코가 쓰는 '미루기'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다. 그녀가 뒤로 미루면서 되돌린 대규모의 미루기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그 자체였다.


 그 사람을 위해 자신과 만남을 없었던 일로 하지만, 다시 만난 사랑했던 사람. 비록 처음에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다 알게 된다. 참, 이 부분을 읽으면서 상실감에 말이 나오지 않았다. 비록 진실한 사랑은 두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었지만, 도달한 장소는 슬픈 사랑이었다.


 <3일간의 사랑>도 비슷한 결말이었다. 이 작가는 이런 결말을 좋아하는 걸까? 책을 읽다가 문득 예전에 사놓은 <스타팅 오버>를 아직 읽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글이 발행되는 토요일은 추가로 주문한 2월 신작 라노벨이 도착하는 날이니, 그 작품을 다 읽은 후에 <스타팅 오버>를 읽을 생각이다.


 빗소리를 들으면서 읽은 아픈 사랑이 가득했던 라이트 노벨 <아픈 것아, 아픈 것아, 날아가라>. 빗소리 덕분인지 여운이 길게 남는다. 아직 이 작품을 읽은 적이 없다면, 꼭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이다. 결말은 아름다우면서도 슬프지만, 분명히 다 읽은 후에 '정말 좋았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추신. 작중에서 두 주인공이 쇼팽 프렐류드 15번(빗방울 전주곡이라 불린다)을 듣는 장면이 있다. 여기서 직접 유튜브 창을 하나 띄워 곡을 들어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쇼팽의 피아노 소리와 이야기가 무척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동영상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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