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앨범2 6권, 카즈사의 결심과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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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노벨 감상 후기] WHITE ALBUM2 6권, 화이트 앨범 계절의 끝


한 소년이 있었다.

그는 옆자리에 앉은 한 소녀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반해버리고 말았다.

그는 학교 수업에 일절 관심도 보이지 않고, 모든 것에 흥미를 두지 않는 그녀에게 늘 말을 건네며 설교를 했다.

결코 닿지 않을 것 같은 그 마음을 몰래 품은 채, 그녀에게 다가가고자 했다.

그리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했고, 한 소녀가 부른 'WHITE ALBUM'의 노래로 둘은 서로를 드디어 마주 보게 되었다.

노래를 부른 소녀는 그와 그녀라는 친구가 생겼다.

서툴지만 그 아름다운 마음을, 서로를 향한 마음을 가진 그들의 연주는 시작되었다.

하지만 조금씩 엇갈리기 시작하며 그 마음은 세 명 모두에게 절실한 감정과 상처와 후회와 성장을 반복하게 했다.

그와 그녀와, 그녀의 이야기.

그게 바로 《WHITE ALBUM2》의 이야기다.


 쌀쌀한 가을바람이 부는 계절이 왔음을 체감하는 10월이다. 아직 겨울이라는 계절은 멀기만 하지만, 나는 어떤 책을 읽으면서 진짜 겨울을 마음속으로 느끼고 있다. 아니, 그 이전에 내가 지금 이 순간을 사는 데에 잊어버린 살아가는 즐거움이 한순간, 한순간을 겨울이라고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따뜻해지지 않은 가슴을 부여잡고, 남몰래 눈물을 흘리는 걸까?


 10월 신작 라이트 노벨이 도착하기 전에 읽고 있는 일본 소설 《WHITE ALBUM2》. 이번에 드디어 연재된 소설 시리즈 중 마지막 권인 《화이트 앨범2 6권》을 읽게 되었다. 6권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고, 눈물을 흘렀고, 진심으로 즐거워했고, 책을 읽는 그 순간에는 완전히 현실의 일을 모두 잊어버렸었다. 이때까지 읽은 소설 중에서 가장 아픈 소설이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소설이 될 것 같다.


 애니메이션과 라이트 노벨 같은 장르를 조금 무시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하는 이 말이 우습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작품 《WHITE ALBUM2》가 가진 이야기는 뭐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절실하다. 그 절실한 감정이, 서툴러서 아파하는 그 모습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전해져 온다. 그래서 작품에 그토록 빠져들 수 있었고, 마지막 장을 넘길 때에는 눈물이 흐른 얼굴로 웃을 수 있다.


화이트 앨범2 6권, ⓒ미우


 소설로 연재된 《화이트 앨범2》의 마지막 권인 《화이트 앨범2 6권》은 원작 미연시 CODA 부분의 마지막 부분에 해당한다. 하루키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한 카즈사와 그런 카즈사 곁에서 아파하고, 세츠나를 떠올리며 방황하는 하루키의 심정을 아주 잘 그리고 있다. 그리고 하루키가 선택하려고 한 모두를 버리고, 혼자 어디로 떠나겠다는 결정은… 하루키가 카즈사와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든다.


 그 이야기 전에는 하루키가 이오와 타케야, 토모 세 명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여기서 타케야의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토모와 이오는 끝까지 세츠나의 편에 서서 세츠나를 지키기 위해 하루키를 정말 질책한다. 그러나 타케야는 달랐다. 그도 하루키를 원래대로 돌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는 끝까지 하루키의 편에 있으려고 했다. 정말, 타케야는 멋진 놈이었다.


 그리고 카즈사와 하루키가 사랑의 도피와도 같은 여행을 할 때, 그 여행 속에서 볼 수 있던 크고 작은 이야기는 정말 마음을 아프게 했다. 특히 하루키와 시간을 보내면서 카즈사가 스스로 도달한 하나의 결론, 그리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위해 그 순간의 행복, 그리고 짧은 순간을 영원한 행복으로 기억하려는 그 모습은 눈물을 흘리게 했다. 아아, 정말 이 작품은 눈물을 흘리지 않고서는 볼 수 없는 작품이다.


 이 끝에 해당하는 부분은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고 있을 때 읽었는데, 그런 장소에서 읽은 게 잘못이었다. 책을 접어서 넣기는 싫고, 계속 읽고는 싶은데… 눈물이 흐르는 것을 조절할 수가 없었다. 코를 훌쩍이면서, 시야를 뿌옇게 흐리면서 읽었는데… 내가 생각해도 난 가관이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휴지 좀 달라고 했었으니.) 하지만 그만큼 이 작품이 손을 뗄 수 없게 하고,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대단한 작품이라는 것을 뜻한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자. 카즈사와 하루키는 온천 여행에서 돌아오고, 카즈사는 일주일 후의 콘서트를 위해 피아노 연습게 매진한다. 하루키는 그저 죽지 않을 정도로 시간을 보내며 버티고 있었는데, 그와 그녀의 시간이 완전히 다른 길로 나아가게 되는 건 바로 이 콘서트 때의 일이다. 카즈사는 하루키와 세츠나에 표를 건네주고, 자신의 콘서트에서 카즈사는 하루키와 세츠나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화이트 앨범2 6권, ⓒ미우


 위에서 볼 수 있는 일러스트 두 장이 바로 그 부분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애니메이션으로 본 것도 아닌데, 단지 책으로 읽었을 뿐인데… 이야기를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그 이미지가 4K 화질로 재생되었다. 귀로 들리는 카즈사의 애절함이, 절실함이 담긴 피아노 소리, 그리고 서로의 마음에 관해 이야기하는 세츠나와 하루키의 모습은 책을 읽는 동안 바보처럼 울게 하였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책이다. (나도 어쩔 수 없는 녀석이고.)


 카즈사는 피아노 연주를 통해 그들에게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하루키와 세츠나는 그 마음을 듣고 있었다. 자신과 다른 세계의 사람임을, 이렇게 하루키를 좋아하고, 아니,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마음속으로 받아들이면서. 이 부분의 이야기를 다 옮기고 싶지만, 일본어로 읽을 수 있는 것과 그 부분을 정확히 옮기는 것은 다른 일이라 옮기지 못하는 것을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아무튼, 이 부분은 정말 마지막 하이라이트이자 눈물이 멈출 수 없을 정도로 흐르는 부분이었다. 카즈사가 마지막에 피아노로 들려준 '닿지 않는 사랑'은 피아노로 그토록 치고 싶은 곡이기도 했는데, 뭐라고 말할 수가 없다. 지금 키보드로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마음이 아파져 온다. 카즈사의 절실함에, 하루키의 아픔에, 세츠나의 마음에…. 정말 이토록 마음을 아프게 하면서도 끝까지 하게 하는 작품이 있을까?


 아마도 난 없다고 생각한다. 이때까지 많은 라이트 노벨을 읽었고, 많은 소설을 읽었지만… 이처럼 마음에 깊게 와 닿는 이야기는 없었다. 오랫동안 간직하게 될 이야기는 없었다. 정말 일본어를 공부해서 다행이다. 일본어로 소설을 읽을 수 있어 다행이다. 이 이야기를 책으로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행운이다.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지만, 이게 내 심정이다. 아하하.


화이트 앨범2 6권, ⓒ미우


 《화이트 앨범2》의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카즈사의 짧은 이야기가 나왔고, 추가 단편 스토리에서는 하루키와 카즈사가 다른 선택을 한 이후의 모습을 읽어볼 수 있었다. 《화이트 앨범2 4권》의 추가 단편 스토리에서 읽어볼 수 있었던 코하루와 하루키의 선택에서 볼 수 있었을 미래에 대한 이야기 같은 내용이었는데, 이 부분의 이야기는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행복한 이야기였다.


 키타하라 하루키와 키타하라 카즈사. 이 둘의 이야기였다. 그저 쓸데없는 잡담을 나누는 이야기일 뿐이지만, 앞의 이야기를 읽은 사람이라면 그 내용을 알고 있기에, 원작 이야기를 전부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알고 있기에, 더 웃으면서 '잘 됐다'라는 생각을 하며 읽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WHITE ALBUM2》의 팬이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소설과 마지막 부분은 꼭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이렇게 내가 《WHIITE ALBUM2》의 이야기를 읽는 여정은 끝이 났다. 11시에는 무조건 잔다는 나와의 규칙을 깨면서 이 글을 밤에 적고 있는 이유는(발행은 아침 8시에 예약 발행) 그저 이 작품을 읽은 그 순간의 감정을 글에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 글을 쓰면서 앞의 부분을 다시 읽어보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같은 느낌인데, 그저 '이 작품은 정말 대단한 작품이다.'이라는 사실이 전해졌으면 한다.


 키타하라 하루키, 오기소 세츠나, 토우마 카즈사. 이 세 명의 주인공이 그리는 이야기는 '인생' 그 자체였다. 작가 후기에서도 읽을 수 있었던 인생을 다룬 이야기가 바로 《WHITE ALBUM2》다. 앞으로 현실을 살아갈 우리 앞에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이 올 것이고, 어떤 선택에 영원히 아파할지도 모른다. 특히 사랑이 관여하는 어떤 선택에 관해서는 더욱더.


 그러나 이 작품처럼, 정말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으로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를 그릴 수 있을지는 모른다. 나는 아직 그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마음 아파하고,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정이입을 하지만… 현실에서는 비슷한 경험도 해본 적이 없다는 건 참 아이러니하다. 그러면서도 그런 독자가 이토록 공감할 수 있게 한 작가의 능력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화이트 앨범2 6권》의 감상 후기를 마치고자 한다. 이 작품은 25년간 읽은 여러 작품 중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오랫동안 내 마음에, 아니, 영원히 내 마음에 남을 것 같다. 소설로 모든 이야기를 읽었지만, 다시 만화책으로 읽게 될 이야기도 기다려진다. 빠르게 진행되는 만화책이라 부족한 부분이 있겠지만, 그래도 만화책의 이야기는 또 그 나름의 매력을 지니고 있을 테니까.


 이 작품은 아직 국내에 한글 정식 발매가 되지 않았기에 일본어를 할 수 있는 사람만 읽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주기를 바란다. 꼭 한국 독자를 위해 한글 정식 번역 발매가 되었으면 하는 작품 0순위다. 한글로 발매되면 당연히 나도 구매할 것이지만! 아하하.


 언젠가 이런 절실한 감정을 나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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