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앨범2 5권, 다시 움직이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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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노벨 감상 후기] WHITE ALBUM2 5권, 다시 만난 카즈사와 흐르는 시간


 내가 가장 읽기 좋아하는 이야기는 읽는 내내 '오오!' 같은 감탄사를 내면서 흥미진진한 전개 속에서 싸움이 벌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떤 사건을 두고 범인을 추리하거나 일상 속의 수수께끼를 추리하는 이야기도 아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는 읽으면서 마음이 아파지고, 책의 주인공과 함께 내 마음이 움직이는 그런 이야기를 가장 좋아한다.


 책을 읽으면서 아파하고,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훔치고, 책을 읽으면서 응원하고, 책을 읽으면서 힘을 얻고, 책을 읽으면서 삶을 고민하게 되는… 이야기가 담긴 책을 말이다. 솔직히 라이트 노벨을 이야기하는 이 블로그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조금 맞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좀 더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다른 블로그에서 하는 게 맞을 테니까.


 그러나 이 이야기를 한 이유는 최근 10월 신작 라이트 노벨을 기다리며 읽는 작품이 바로 그런 작품이기 때문이다. 아직 한국에는 정식 번역 발매가 되지 않아 일본어로 된 책을 읽고 있지만, 책을 읽는 내내 많은 몰입과 감정을 쏟으면서 읽고 있다. 그 작품은 바로 이틀 전에 감상 후기를 올렸던 소설 《화이트 앨범2》 시리즈이다.


 원작 《WHITE ALBUM2》는 정말 뭐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작품이다. '백색 마약'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중독되게 했으며,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정신 붕괴가 온다'는 말을 부르기도 했다. 그래도 끝까지 작품을 읽으면서 감동하고, 응원하고, 몰입하게 되는 게 이 작품의 대단한 매력이다.




화이트 앨범2 5권, ⓒ노지


 이번에 읽은 《화이트 앨범2 5권》은 CC가 끝나고, CODA가 시작하는 이야기다. 5권은 작은 독백으로 시작하는데, 이 독백 부분에서 '5권에서 펼쳐질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인가'에 대한 추측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다. 그저 가볍게 읽을 수 없는, 이 작품 《화이트 앨범2》가 가진 그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설렘과 두근거림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대학교에서 다시 하루키가 세츠나와 사귀기 시작하고 나서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하루키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곳의 정사원이 되어 이제는 마리의 영향력 덕분에 대활약하고 있는데, 설마 그의 이 활동이 다시 한 번 과거의 시곗바늘을 움직이게 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거다. 그가 이 편집부의 일, 앙상블의 일의 추가로 프랑스 파리에서 인터뷰하는 대상이 카즈사였다니.


 하루키는 세츠나와 함께 유럽으로 출장을 갔고,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다 세츠나와 잠시 헤어졌을 때… 그는 우연히 카즈사를 만나게 된다. 우연히 하루키를 본 카즈사가 전력으로 그를 따라온 것이다. 그리고 그 짧은 재회는 또 인터뷰하는 재회로 이어지고, 여전한 두 사람의 감정은 《WHITE ALBUM2 5권》 CODA의 중심에서 시간을 움직이는 역할을 한다.


 하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할까. 사실, 이야기를 읽는 건 쉽지만, 이야기를 어떻게 읽었는지를 이야기하는 건 상당히 어렵다. 앞에서 볼 수 있는 이미지는 5권의 표지 일러스트와 5권 내에서 볼 수 있는 카즈사의 일러스트다. 이 두 일러스트가 나오는 부분은 읽는 내내 카즈사가 가여워서, 카즈사가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여리게 느껴져 어쩔 수 없이 눈물이 나왔던 부분이다.


 "내가 먼저란 말이야. 내가 먼저라고….", "키스를 한 것도, 안은 것도, 좋아하게 된 것도…… 전부 내가 먼저였어.", "여기까지 이야기해도 농담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너무해…… 하루키." … "정말 좋아해, 하루키." "그만둬….", "정말 좋아해." "그만, 해줘.", "사랑해." 같은 여러 대사는, 카즈사아 하루키를 향한 마음이 담긴 그 대사는 읽는 내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글쎄, 원작을 한 사람은 카즈사가 자신의 마음을 강하게 전달하지 못한 부분을 비판하기도 하고, 늘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하루키를 비난하기도 하고, 언제나 제멋대로 하려는 세츠나를 욕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도 이렇지 않을까. 사랑 따위 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마음이, 이렇게 간절히 원하는 마음이 진짜 사랑이 아닐까 싶다.



 카즈사의 일본 공연 첫 스타트는 대실패로 끝나버리고 말았다. 카즈사가 일본에 돌아와 하루키와 보낸 그 시간이 카즈사가 다시 연주할 수 있도록 해주었지만, 마지막에 엇갈린 둘의 마음이 어쩔 수 없게 만들어버렸다. 하루키, 카즈사, 세츠나 이 세 명이 그리는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아직도 서로에게 상처를 주면서, 자신에게 상처를 주면서, 좋아하는 그 감정이 계속되고 있다.


 CODA 부분은 직장인이 되어서도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언제나 삶의 앞에는 선택의 순간과 함께 마음과 머리가 따로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화이트 앨범2 5권》에서 읽을 수 있었던 절실한 그 마음이 담긴 이야기는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현재 힘든 상황에 있는 내게 더 눈물을 흘리게 했고, 더 몰입하게 했다.


 그래서 나는 이 작품이 좋다. 그저 아프기만 한 현실 속의 생활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의 이야기 속에 몰입해 현실을 잊게 해주니까. 애초에 현실을 포기했다면, 이런 일도 없겠지만…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는 곳이 현실이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오늘도 힘내서 아등바등 오늘을 살고 있을 뿐이다. 하루키처럼, 카즈사처럼, 세츠나처럼…. 비록 함께 있어주는 누군가는 없더라도…… 말이다.


 《WHITE ALBUM2 5권》 감상 후기는 여기서 마치고자 한다. 다음 6권에서는 드디어 마지막 이야기다. 잠깐 일러스트만 먼저 보았는데, 이 엔딩은 세츠나 노멀 엔딩이 아니라 카즈사 노멀엔딩… '바람 엔딩'으로 불리는 그 엔딩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4권의 마지막에서 읽을 수 있었던 것처럼 카즈세 트루 엔딩이 적혀있는 것 같은데, 6권의 이야기가 정말 기대된다.


 (정말 내가 카즈사의 옆에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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