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아카메가 벤다 후기, 부패한 제국을 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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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감상 후기] 아카메가 벤다, 잘 나갔지만… 막판 엔딩이 좀 그랬던 작품


 12월도 이제 중순에 접어들면서 3분기에 시작한 2쿨 애니메이션과 4분기에 시작한 1쿨 애니메이션이 서서히 끝을 맺고 있다. 여러 작품 중에서 가장 먼저 '완결!'이라는 도장을 찍은 애니메이션은 바로 <아카메가 벤다>이라는 애니메이션인데,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정말 재미있게 보았었다.


 <아카메가 벤다>는 보통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누구나 다 좋아하는 그런 설정을 가진 애니메이션이었다. 판타지가 섞인 액션 배틀의 장르인 <아카메가 벤다>는 '제구'라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는 도구를 이용해서 주인공과 주변의 인물들이 자신의 정의를 위해 싸우는 이야기이다.


 어릴 적에 우리가 보았던 히어로가 나오는 작품은 대체로 정의의 편에 선 용사들이 완벽히 악의 무리라고 말할 수 있는 적을 쓰러뜨리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요즘에 나오는 작품은 대체로 인간의 탐욕과 타락, 그리고 거기에 저항하는 소시민의 어떤 강한 바람을 담은 작품이 많다.


 아무래도 일본 사회를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사회가 빈부 격차가 심해지고, 가진 자가 계속 더 가지게 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사람들의 어떤 바람이 반영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여러 문학 작품을 보면, 그 작품이 만들어진 시기의 사회적 분위기를 볼 수 있다.


ⓒ아카메가 벤다


 지금 일본은 '아베 노믹스' 이후 물가가 상승하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실업률이 높아지는 것만이 아니라 급속한 고령화로 이미 경제가 침체기에 들어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그런 상황 속에서 극우는 점점 활개를 치고, 인간의 이기성과 탐욕은 더 강하게 두드러졌다.


 이 애니메이션 <아카메가 벤다>는 그런 배경을 한 것은 아니겠지만, 작품 자체는 탐욕스러운 인간과 다툼을 좋아하는 인간의 이기성과 잔인성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싸움을 그린 작품이다. 단순히 제구를 찾아 여행하며 착한 척하는 작품과 달라서 나는 이 작품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작품의 이름은 <아카메가 벤다>이지만, 작품의 시점은 '타츠미'이라는 한 캐릭터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타츠미는 군인이 되기 위해서 제국에 찾아왔지만, 그는 겉으로 풍요로워 보이는 제국의 실체를 알게 되었고, 그 자리에서 탐관오리를 멸하는 암살 집단 '나이트 레이드'에 들어가게 된다.


 실질적으로 <아카메가 벤다>에서 정의의 편이라고 말할 수 있는 '나이트 레이드'에는 세례, 마인, 리바, 아카메, 레오네, 브라트, 나젠다가 초대 멤버로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 주변의 인물은 쉽게 죽지 않는다.' 같은 설정을 찾아볼 수 없다. 시작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동료가 죽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타츠미 죽음이 가장 충격!, ⓒ아카메가 벤다!


 그리고 이 멤버의 보충은 변장 제구를 가진 첼시와 생물형 제구인 스사노오로 채워진다. 하지만 이 두 명도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정말 주인공 주변의 인물이 이렇게 쉽게 죽는 작품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제발, 더는 죽이지 마…!' 같은 하소연을 후기에 쓰기도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설정이 상당히 현실적이라 괜찮다고 생각했다. 어떤 캐릭터의 죽음에 대해서는 안타까워하기도 했지만, 역시 '정의'이라는 건 결코 희생 없이 이루어질 수 없으니까. 썩어빠진 제국을 고치려는 혁명군이 무혈 승리를 한다는 건 솔직히 말이 안 되는 일이지 않을까?


 그래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아픔과 상처는 주인공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해당하기에 어떤 작품에서라도 볼 수 있는 하나의 요소이기도 했었고. 뭐, 브라트의 죽음 이후에 타츠미가 제구 잉크루시오를 이용해서 강해지고, 에스데스의 예거즈와 맞서는 이야기는 재밌었다.


에스데스 사랑해요!, ⓒ아카메가 벤다


 이 작품 <아카메가 벤다>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소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인물이 있다. 바로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에스데스'이라는 인물이다. 에스데스는 <아카메가 벤다>에서 제국이 편에서 싸움을 즐기는 가장 강한 적으로 나오지만, 그녀가 보여주는 여러 행동은 '타츠미의 진히로인!'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았다.


 게다가 팬들 사이에서 '이 작품은 <아카메가 벤다>가 아니라 <에스데스가 얼린다>다!'이라는 말이 쉽게 나올 정도로 에스데스가 가지는 인기는 대단했다. 에스데스는 정말 강한 적이고, 애니메이션에서는 마지막 보스에 해당했지만, 그녀가 보여준 여러 존재감과 행동은 '으아! 역시 에스데스가 진리야!'이라는 느낌이었다.


 <아카메가 벤다> 만화는 아직 완결에 도달하지 않고, 연재가 계속되고 있지만… 애니메이션은 <아카메가 벤다 24화>로 끝이 나고 말았다. 마지막 <아카메가 벤다 24화>에서 에스데스가 죽음을 맞이할 때 타츠미의 시신을 꼭 끌어안은 채 '타츠미, 네가 곁에 있어줬다면 좋았을 텐데….'이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최후를 맞이하는 모습은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에스데스와 타츠미(흑흑), ⓒ아카메가 벤다


 <아카메가 벤다> 애니메이션은 그렇게 마지막까지 아카메를 제외한 주변의 인물이 대거 목숨을 잃으면서 끝을 맺었다. 비록 작품의 제목이 <아카메가 벤다>일지라도 시점은 타츠미의 시점에서 전개되었기에 사람들은 '타츠미가 주인공이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타츠미가 죽어버렸을 때에는 경악에 빠졌다.


 어떤 사람은 '<아카메가 벤다>가 이름이니까 타츠미가 죽을 수도 있잖아?' 하고 말하지만,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전개이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처럼 평범히 다른 작품을 본 사람들은 '아카메와 타츠미가 마지막에 함께 하게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보통 그게 정상이지 않은가?


 <작안의 샤나>를 보더라도,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을 보더라도, <하이스쿨 DxD>를 보더라도 시점의 주인공이 죽어버리는 건 있을 수 없는 전개다! 사카이 유지가 죽었다면- 사냐는 있을 수 없었을 것이고, 쿈이 살해당했다면- 하루히는 이성을 잃었을 것이고, 잇세가 죽었다면- 그리모레 권속은 없었을 것이다.


 뭐, 일부 작품에서는 주인공이 죽더라도 다시 부활하는 전개를 취하기도 하지만(실제로 잇세는 죽었다가 돌아왔다.), <아카메가 벤다>는 그런 것 없이 깨끗하게 끝나고 말았다. 음, 그게 이 작품의 매력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애니메이션 <아카메가 벤다>는 만화책과 달리 '죽는 인물은 죽지 않고, 사는 인물은 죽어서' 많은 사람이 당황케 했다.


 정말 시작부터 거의 끝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애니메이션이지만, 마지막에 독자적으로 선택한 루트는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럴 수는 없어!' 하면서 땅을 탕탕 치게 하였다. 아아, 아카메가 혼자 남아서 다음을 걷는 모습이 얼마나 쓸쓸해보이던지! (이건 배드엔딩인지, 해피엔딩인지 판단할 수가 없다.)



 ……이렇게 볼 수 있었던 애니메이션 <아카메가 벤다>였다. 작품 자체의 완성도는 정말 높은 작품이었다. 작화 붕괴도 없었고, 모든 캐릭터의 장단점을 잘 살려주면서 이야기는 지루함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단점은 역시 주인공 주변의 인물이 죽어버렸다는 점과 타츠미가 죽었다는 점이라고 할까?


 아직 만화책은 어떤 결말을 향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애니메이션 <아카메가 벤다>에서 볼 수 있었던 결말은 여러 가지로 충격이었다. 에스데스가 마지막을 맞이하는 모습도 그랬고, 설마 레오네까지 막판에 그런 식으로 죽을 줄은 전혀 상상도 못 했다. 꼭 죽여야만 했을까? ………하아.


 그리고 이 작품 <아카메가 벤다>를 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제 썩은 제국을 무너뜨렸으니, 다음에는 썩은 한국을 좀 무너뜨리러 왔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볼 수 있었다. 아마 일본 내에서는 '썩은 일본 정치인도 멸해줘!' 같은 반응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람이 사는 건 다 그러니까.


 비록 잔인한 점이 있기도 하고, 아카메를 제외한 나이트 레이드 멤버 모두가 어떤 결말을 맞이하는 건 조금 그렇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 <아카메가 벤다>는 한 번쯤 볼만한 작품이다. 재미있는 작품을 찾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무엇보다 만화책은 국내에서도 정식 발매가 되고 있고.


 그럼, 여기서 애니메이션 <아카메가 벤다> 감상 후기를 마친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딱 하나. 아무리 혁명이 일어나더라도 위정자는 생겨나고, 인간의 탐욕은 멈추는 날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카메는 홀로 남아 싸움을 이어간다. 그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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