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 영애 레벨 99 5권 후기

악역 영애 레벨 99 5권 표지

 레벨 상한선을 돌파한 이후 끝자리 두 자릿수를 99로 만들기 위해서 00으로 만들었다가 다시 99를 반복하는 유미엘라의 이야기가 그려지는 라이트 노벨 <악역 영애 레벨 99>의 5권은 지난 2023년 1월을 맞아 한국에 정식 발매되었다. 2023년 1월에 발매된 신작은 오늘 2024년 1월에 읽는 건…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지난 라이트 노벨 <악역 영애 레벨 99 4권>은 유미엘라가 레벨을 나타내는 수정 구슬에 뜬 '13'이라는 숫자와 얽힌 사건이 그려졌다면, 오늘 읽은 <악역 영애 레벨 99 5권>은 그 숫자와 상관없이 외부에서 유미엘라를 이용하려고 하는 인물들에게 얽힌 사건이 그려졌다. 바로, 귀족제 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정치 문제다.

 

 '마왕'이라는 이명을 가진 유미엘라를 이용한다는 것은 스스로 목숨을 깎는 일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그럴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유미엘라를 상징적인 의미로 이용해서 자신들의 결속력을 다지기 위한 도구로 사용할 정도의 담력을 가진 인물이 있었다. 바로, 유미엘라가 있는 나라의 재상인 프라이넌 후작이었다.

 

악역 영애 레벨 99 5권 중에서

 후작은 몰락한 공작가의 영향을 받아 힘이 약해진 과격파를 완전히 억누르기 위해서 이름 뿐인 '호국경'이라는 중앙 귀족의 직위를 가진 아키엄 백작으로부터 돌려받고자 한다. 하지만 아키엄 백작은 자신의 선조가 열심히 분투해 손에 넣은 중앙 귀족 직위를 쉽게 버릴 수가 없었다. 자신의 욕심이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중앙 귀족 직위를 가진 것만으로도 귀족 사회에서는 평가가 달라질 뿐만 아니라 타 귀족들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력 자체가 다르다. 그리고 아이들의 결혼 상대를 찾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직위이기 때문에 직위를 쉽게 포기할 수가 없었다. 아키엄 백작은 최종 수단으로 딸 도르시아의 친구 엘레노라를 보살피는 유미엘라에게 부탁한다.

 

 유미엘라는 단호하게 그 부탁을 거절했었지만, 엘레노라가 아키엄 백작 가문의 집사인 케빈에게 넘어가면서 유미엘라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하게 되자 유미엘라는 직접 후작을 만나러 간다. 처음에는 엘레노라 때문에 유미엘라가 살짝 이성을 잃은 듯이 보였지만, 사실 그녀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생각을 읽으면서 행동하고 있었다.

 

악역 영애 레벨 99 5권 중에서

 단, 그렇게 행동을 하고 있다고 해도 유미엘라는 '레벨 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폭주하는 것은 여전했다. 유미엘라가 가진 그 기질을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던 후작은 유미엘라를 이용해 온건파의 결속을 다지려는 계획을 추진하다 크게 호된 꼴을 당할 뻔했다. 아주 철저한 정치술은 아니었지만… 유미엘라는 있는 그대로 활약했다.

 

 덕분에 아키엄 백작은 아이들을 위해 억지로 유지하려고 했던 중앙 귀족 직위를 포기하기로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는 아키어 백작만이 아니라 그의 딸인 도로시아가 "그런 건 필요 없어요!"라면서 적극적으로 의사를 피력했다. 여기서 두 부녀와 가족들이 왕도에서 생활하기 위한 중앙 귀족 직위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직시한 게 컸다.

 

 모든 문제는 상대방과  똑바로 마주하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럴 것이다'라고 막연하게 추측하면서 행동한 데에서 비롯되는 법이다. 라이트 노벨 <악역 영애 레벨 99 5권>에서 볼 수 있는 유미엘라를 이용하고자 했던 후작도 그랬고, 중앙귀족 직위인 '호국경'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아키엄도 그랬었다.

 

 뭐, 유미엘라 같은 경우에는 마지막에 혼자 폭주했을 뿐이지만, 그 폭주가 오히려 후작에게는 공부가 되어 앞으로 유미엘라와 얽히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악역 영애 레벨 99 5권>을 읽어보도록 하자. '호국경'이 '레벨 업 경'으로 변질되어 유미엘라가 집착하는 마지막 모습은 크게 웃을 수 있었다.

 

악역 영애 레벨 99 4권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