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멸의 칼날 21권 옛 기억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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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멸의 칼날 21권 표지

 마침내 상현 1 고쿠시보를 쓰러뜨리는 데에 성공한 귀살대이지만,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는 토키토가 여기서 목숨을 잃은 것은 뼈아픈 일이었다. 그리고 겐야 또한 반 오니가 되어 무잔에 대항할 비장의 수가 될 수도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겐야도 고쿠시보와 싸움에서 끝끝내 목숨을 잃으면서 시나즈가와가 목 놓아 울부짖을 수밖에 없었다.

 

 만화 <귀멸의 칼날 21권>은 그렇게 크게 상처를 입었지만, 무잔 다음으로 가장 위협적인 적인 고쿠시보를 쓰러뜨렸기 때문에 짧게나마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본디 절망이라는 것은 희망이 눈앞에 보이는 순간에 더욱더 커다랗게 그림자를 드리우는 법이다. 타마요와 우부야시키의 공격을 맞았던 무잔이 마침내 회복을 마치게 되었다.

 

 무잔은 자신의 주변에 있던 귀살대를 모조리 전멸시킨 이후 성을 돌아다니며 다진 고기를 만들고 다니는데, 무잔과 가장 먼저 만난 주는 수주 기유였다. 기유 옆에는 우리 주인공 카마도 탄지로도 함께였기에 무잔과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면서 담소는 나누지 않고, 서로의 가치가 절대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탄지로는 크게 분노한다.

 

귀멸의 칼날 21권 중에서

 그런데 만화 <귀멸의 칼날 21권>을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면 무잔의 말도 아예 틀리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무잔이 탄지로와 기유 두 사람에게 한 말을 옮겨 본다면 다음과 같다.

 

"너희는 살아남았으니 그걸로 충분하잖아. (중략) 나한테 죽은 건 그냥 큰 재해를 당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굳이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어. 비가, 바람이, 산의 분화가, 대지의 진동이 아무리 사람을 죽여도 천재지변에 복수하려 드는 사람은 없잖아. 죽은 인간이 되살아날 일은 없으니, 언제까지고 그런 일에 연연하지 말고, 하루 벌어 하루 살며 조용히 살면 되잖아. 대부분의 인간들은 그러고 사는데, 왜 너희는 그러질 않아?

이유는 한 가지. 도깨비 사냥꾼은 정신병자 집단이기 때문이야. 정신병자들을 상대하느라 지쳤다. 이제 그만 끝내고 싶은 건 오히려 내 쪽이야."

 

 무잔은 고의로 사람들을 죽이고 다녔기에 당연히 죗값을 치르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오니라는 건 일종의 재해와 같기 때문에 이 재해를 향해 복수를 하고자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재해로 피해를 입었으면 차후에는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대책을 세우면 된다. 단지, 귀살대가 생각한 이상적인 대책은 무잔과 오니를 멸하는 일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귀살대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은 오니에게 복수를 하려고 하기보다 괴로워도 오늘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천천히 일상으로 돌아간다. 마음속에 트라우마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 많은 사람이 여러 이유로 죽음을 직접 경험하거나 간접 경험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이런 삶이 누군가에게는 더 이상적인 삶일지도 모르겠다.

 

 오늘날 우리는 현실에서도 많은 사람이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 사고 소식을 적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대체로 평범한 사람들은 죽음을 슬퍼하고 애도하면서 괴로워하기는 해도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일부 망가진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우리 애는 안 죽었어요!"라며 울부짖거나 복수의 대상을 찾아 목소리를 높인다.

 

 무잔의 시점에서 본다면 귀살대는 바로 후자에 해당하는 셈이다. 자연 재해와 안타까운 사고와 무잔이 일으킨 일을 똑같이 취급할 수는 없겠지만… 정도껏 슬퍼했으면 이제 죽은 사람은 떠나보내고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도 하나의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복수를 하는 것과 복수를 하지 않고 내 삶을 온전히 살아가는 것 중 무엇이 더 가치 있을까?

 

귀멸의 칼날 21권 중에서

 그렇게 기유와 탄지로를 기점으로 해서 살아남은 주들이 모여 무잔과 승부를 벌이지만, 그 어떤 상형보다 압도적인 위험도를 자랑하는 무잔은 주들이 다 모여도 생채기를 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목을 베고자 목을 베어도 초속 재생으로 곧바로 회복할 뿐만 아니라 상처가 늘어나고 희생이 늘어나는 건 오히려 귀살대와 주들 쪽이었다.

 

 그리고 만화 <귀멸의 칼날 21권>은 의식을 잃은 탄지로가 유전자에 삽입된 듯한 옛 기억을 통해 해의 호읍을 사용하는 요리이치와 자신의 선조가 만난 장면을 보는 모습이 그려진다. 여기서 읽어볼 수 있는 요리이치는 여러모로 안타까운 사정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가 무잔을 처음 만났을 때 보여준 압도적인 강함은 대단히 강했다.

 

 무잔은 <이누야샤>의 빌런 나락처럼 가까스로 죽음을 피해 도망쳐 살아남은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무잔은 고쿠시보와 함께 요리이치가 쓰는 해의 호흡을 아는 검객들은 모조리 죽여버리면서 해의 호흡과 기술은 탄지로 일가를 통해 꾸준히 계승되어 오면서 탄지로가 검을 휘두를 수 있도록 해주었다. 과연 탄지로는 이길 수 있을까?

 

 그 이야기는 만화 <귀멸의 칼날 22권>을 읽어볼 수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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