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 라이프 1권 후기, 이세계 해결사 분투기
- 문화/라이트 노벨
- 2018. 10. 17. 07:30
[라이트 노벨 감상 후기] 프리 라이프 1권, 이세계에서 슬로우 라이프!
이세계로 전생하거나 갑작스럽게 이세계로 들어가더라도 막상 막중한 임무가 있으면 사실 썩 즐겁지 않다. 그냥 유유자적하게 이세계를 즐기고 싶은 게 평범한 사람의 욕심이다. 괜히 현실에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이세계에서 용사 나부랭이가 되서 설치는 꼴은 그냥 한물간 보기 흉한 에피소드다.
이세계에서 복수심에 불타 자신을 배신한 사람을 처리하는 일도 사실 꽤 피곤한 일이다. 이왕 이세게에 전생을 했으니 하렘을 만들거나 유유자적한 생활이 최고다. 마치 <슬라임을 잡으면서 300년>의 주인공처럼 평온한 생활을 하다 레벨 MAX를 찍고, 소박한 일상을 나눌 가족이 생기면 충분하다.
오늘 소개할 라이트 노벨 <프리 라이프 1권>은 우연히 자신이 하는 VR MMO 게임과 같은 이세계로 전이해, 그곳에서 ‘일하기 싫다.’라며 ‘니트 최고!’라는 말을 남몰래 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이다. 처음 <프리 라이프 1권>을 읽을 때는 주인공의 능력이 바로 밝혀지지 않아 상당한 궁금증이 있었다.
보통 게임을 하다가 게임 세계가 이세계인 작품에서는 주인공이 만렙을 찍은 경우가 많다. 어떤 작품의 주인공은 언데드로 활약하기도 하고, 마왕의 모습으로 게임 이세계에 들어간 인물은 자신의 부캐를 만나 활약하기도 한다. 그래서 <프리 라이프 1권>의 주인공은 과연 어느 정도 레벨일지 궁금했다.
주인공의 레벨에 대한 이야기는 <프리 라이프 1권>을 읽으면서 몇 가지 사건이 지난 이후에야 나온다. 주인공이 처음으로 활약하는 에피소드는 ‘만복점’이라는 대중식당에서 일식 요리를 해서 손님들에게 대접하는 편이고, 두 번째 에피소드는 고아원의 소녀들을 부탁으로 귀족에게 경고하는 편이다.
여기 두 에피소드가 끝난 이후에 드디어 주인공의 레벨과 어느 정도 강함을 지녔는지 드러난다.
어느 날 느닷없이 들어오게 된 세계.
<Another World Online>과 똑 닮ㅇ느 세계.
레벨이 있고, 마법이 있고, 마물도 서식하는 이 세게에서—.
어째서인지 나는, VR 게임에서의 나와 같은 힘을 갖고 있었다.
‘만렙 암살자라.’
평범한 고등학생이 아니다. 빈약한 요즘 시절의 젊은이도 아니다.
지금의 나는 레벨 250의 척후 직업, 신조차 죽일 수 있는 <퍼니셔>다.
악덕 귀족 따위, 마음만 먹으면 왕귀지구와 함께 짓뭉갤 수 있다. (본문 56)
신조차 죽일 수 있는 힘을 가진 주인공 타카히로. 그는 그야말로 치트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이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세간의 주목을 받는 걸 원치 않은 주인공은 모험가 길드 내에서는 ‘생쥐’라는 호칭으로 멸시를 받을 정도로 힘을 숨긴 채, 조용히 가난한 생활을 했다.
타카히로가 바란 조용한 생활은 조금씩 소음에 방해받기 시작한다. 그 첫 번째 단계라고 말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프리 라이프 1권>의 세 번째 에피소드인 한 금발벽안의 부탁을 받아 임시 학원 강사 일을 수락한 일이다. 타카히로는 처음 그 부탁을 받을 때는 마을의 작은 학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안내를 따라 마차를 타고 학원에 도착해보니 그곳은 마을의 작은 학원이 아니었다. 무려 왕도의 귀족들의 자제가 모이는 왕립학원이었던 거다. 그는 여기서도 주목을 받지 않기 위해서 레벨을 속여 ‘레벨은 90 정도’라고 말했다. 타카히로의 발언에 S반 학생들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타카히로가 담당한 S반 학생들은 나름 왕립 학원에서 잘 나가는 인물들이었고, 반의 대표격에 해당하는 인물인 프랑수아는 레벨 94였다. 프랑수아는 타카히로를 수상하게 여기며 무시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역시 교육을 잘 받은 귀족이라 그 불만을 곧장 겉으로 드러내는 일은 하지 않았다.
자신의 레벨이 94라고 밝혔을 때 타카히로가 놀란 모습을 보며 ‘내 레벨이 높아서 놀랐구나’라며 프랑수아는 생각했지만, 타카히로는 레벨이 너무 낮아서 놀랐을 뿐이었다. 왜냐하면, 그와 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동거인 엘프 유마엘도 자신이 잠시 가르쳤을 뿐인데도 레벨 100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왕립학원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정말 재밌었다. 처음에는 자신을 깔보던 학생들이 타카히로가 스킬을 빠르게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고, 미궁에서도 그들이 착각하고 있는 사실을 똑바로 보게 하며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해준다. 물론, 그 모든 과정이 어쩌다 보니 이루어진 거지만.
타카히로의 열렬한 추종자가 되어버린 프랑수아를 중심으로, S반 학생들은 타카히로를 쫓아다닌다. 덕분에 타카히로는 대충대충 학원 강사 생활을 할 수 없게 되어 은닉 스킬까지 써가며 도망치는데, 그러다 만난 인물이 대도서관 출입금지 구역에서 연구하는 에루다.
에루는 ‘에트위키’라는 책을 찾고 있다고 타카히로에게 말한다. 그녀가 말하는 ‘에트위키’라는 건 그야말로 우리가 문득 머릿속에 떠올린 ‘위키’ 사이트로, ‘@wiki’라고 적으면서 그 책을 타카히로가 가지고 있다고 말하니 에루는 완전히 책에 집착해서 책을 보여달라며 타카히로에게 매달린다.
슬로우 라이프를 추구하면서도 점점 여러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게 되는 타카히로의 이야기를 그린 라이트 노벨 <프리 라이프 1권>. 왕립학원에서만 아니라 타카히로는 길드 정례회에서 참여한 몬스터 사냥에서도 갑자기 등장한 레벨 150의 유니크 몬스터에 의해 위험에 처한 모험가를 구해준다.
그 모험가는 알티라는 길드 마스터의 딸인데, 그녀는 의식을 잃기 전에 타카히로가 레벨 150 유니크 몬스터를 너무나 손쉽게 처리하는 모습을 똑똑히 봤었다. 그래서 알티는 타카히로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고 생각해 그를 스토킹하기 시작한다. 과연 앞으로 타카히로의 생활은 어떻게 변해갈까?
라이트 노벨 <프리 라이프 1권>은 이런 이야기다. 이세계에 들어와도 마왕 타도 혹은 복수에 불타지 않고, 그저 슬로루 라이프를 추구하는 주인공이 겪는 사소한 해프닝을 그린 일상 코믹 이야기. 확연히 눈에 띄는 즐거움은 없어도 천천히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즐기는 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었다.
<프리 라이프>의 작가 키가츠케바 케다마는 이 작품을 일본의 ‘소설가가 되자!’에서 연재한 이후 문고본으로 발매한 작품이라고 말한다. 정말 일본의 ‘소설가가 되자!’는 여러모로 대단한 사이트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가가 되자!’에는 또 어떤 재미있는 작품이 잠자고 있을지 궁금하다. (웃음)
이 글을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