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A양을 위한 미스터리 1권 후기
- 문화/만화책 후기
- 2018. 9. 21. 07:30
[만화책 감상 후기] 친애하는 A양을 위한 미스터리 1권, 모리에 사토시 작가의 미스터리
내가 처음 읽은 미스터리 소설은 <셜록 홈즈>다. 아마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중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게 된 특별한 계기는 없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미스터리 소설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미스터리 소설은 잠시 현실을 잊은 상태에서 이야기에 몰입하게 해준다는 거다. <셜록 홈즈>를 읽으면서 이야기의 매력을 알게 된 나는 더 많은 이야기를 찾아서 읽었다. 덕분에 오늘은 현실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책이라는 이차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늘어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떤 사람은 밖에서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 걸 좋지 않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나는 이렇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이 너무나 좋아서 멈출 수가 없다. 오늘도 이 행위 덕분에 만화에서도 아주 매력적인 미스터리를 그린 <친애하는 A양을 위한 미스터리 1권>을 만났다. 이 만화는 무척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작품의 제목에서도 ‘미스터리’라는 단어를 알 수 있듯이 이 만화는 미스터리 만화다. 하지만 <명탐정 코난>처럼 사람이 픽픽 죽는 작품도 아니고, 뭔가 <셜록 홈즈>처럼 해결이 어려운 심오한 사건을 다루는 작품이 아니다. 가장 분위기가 비슷한 작품은 <비블리아 고서당의 사건수첩>이다.
<비블리아 고서당의 사건수첩>은 고서와 관련된 사건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미스터리 작품인데, <친애하는 A양을 위한 미스터리 1권> 또한 책과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품이었다. 뭐, 정확히 말하자면, 책을 지은 작가와 얽힌 사람들의 사건을 다루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친애하는 A양을 위한 미스터리 1권>의 주인공은 표지에서 볼 수 잇는 여자 주인공 아야노, 남자 주인공 노우미 타카유키 두 사람이다. 책을 너무 좋아해서 현실보다 2차원을 더 사랑하는 아야노가고모의 소개로 과거 작가로 활약했던, 지금은 탐정으로 일하는 타카유키를 만나는 것으로 이야기의 막이 오른다.
언뜻 ‘어? <비블리아 고서당의 사건수첩>이랑 무척 닮았는데?’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처음에 그랬다. 하지만 <친애하는 A양을 위한 미스터리 1권>에서 다루는 사건의 분위기는 <비블리아 고서당의 사건수첩>과 확연히 달랐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조금 더 사건에 얽힌 감정의 무게가 다르다고 해야 할까?
<친애하는 A양을 위한 미스터리 1권>을 통해 주인공 아야노가 타카유키와 얽힌 사건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깊이 생각하게 된다. 책을 읽는 행위에서 시작해서 책에 빠져드는 사람의 심리, 그리고 책의 이야기를 독점하고 싶은 사람의 마음 같은 게 다루어지며 ‘책과 사건’을 절묘하게 뒤섞고 있었다.
그 덕분에 책을 좋아하는 나는 <친애하는 A양을 위한 미스터리 1권> 이야기를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만난 사건은 미스터리 작품으로 부족함이 없었고, 책이 항상 소재로 등장해서 읽을 수 있는 책과 관련된 대사와 이야기도 무척 좋았다. 책 덕후를 위한 미스터리 같았다.
<친애하는 A양을 위한 미스터리 1권>에서 가장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지!’라며 공감한 대사는 아야노가 말한 “책의 감상에 옳고 그름은 없잖아.”라는 말이다. 종종 책을 읽고 글을 쓰면 ‘그런 해석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책을 읽는 개인의 감상에 과연 옳고 그름이 있을까?
왜곡된 해석을 지나치게 주장한다면 잘못된 일이지만, 그냥 내가 이렇게 느꼈다고 말하는 건 잘못된 일이 아니다. 책은 작가가 이야기를 만들었을 때부터 그 감상은 오로지 독자의 고유한 권한이 넘어오는 거다. 작가의 의도를 파악한다면 훌륭한 해설가고, 이야기를 즐긴다면 감성이 풍부한 독자다.
나는 전적으로 후자에 해당한다. 때때로 작가가 어떤 의도로 적었을지 고민하기도 하지만, 나는 대체로 그저 이야기를 있는 그 자체로 즐긴다. 그리고 내가 느낀 감상을 오늘처럼 블로그에 글을 써서 소개하는 것으로 큰 기쁨을 느낀다. 책을 읽는 일에 이 이상 어떤 욕심이 더 필요할까?
책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를 읽고 싶은 사람에게 만화 <친애하는 A양을 위한 미스터리 1권>을 추천해주고 싶다. 작품의 분위기와 사건의 진행 과정과 풀이 과정, 어느 하나 흠잡을 곳이 없는 훌륭한 작품이었다. 미스터리를 즐기는 데에도,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즐기는 데에도 더할 나위 없는 작품이다.
* 이 작품은 학산문화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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