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이세계에 오지 마세요 후기
- 문화/라이트 노벨
- 2018. 3. 31. 07:30
[라이트 노벨 감상 후기] 더 이상 이세계에 오지 마세요, 독특한 시점의 라이트 노벨
라이트 노벨을 읽다 보면 별의별 이름을 가진 작품을 만날 때가 많다. <인기 라이트 노벨 작가인 남고생이 연하의 클래스메이트이자 성우인 여자아이에게 목을 졸리고 있다> 같은 작품처럼, 제목 하나로 승부하는 작품이 트렌드처럼 번진 거다. 오늘 소개할 라이트 노벨은 제목이 역대급이다.
자, 먼저 숨을 한 번 길게 들이쉬고, 아래에서 제목을 한 번 읽어보자.
<이 세계는 이미 내가 구해서 부와 권력을 손에 넣었고, 여기사와 여마왕과 성에서 즐겁게 살고 있으니 나 말고 다른 용자는 더 이상 이세계에 오지 마세요>.
처음 글을 시작하면서 언급한 라이트 노벨과 비슷한 길이의 작품이지만, 요악해서 제목 <더 이상 이세계에 오지 마세요>으로 소개할 라이트 노벨은 훨씬 더 제목에서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제목에 적힌 그대로 다른 어떤 수식어가 필요 없을 정도로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다.
<더 이상 이세계에 오지 마세요> 시작은 어느 인물이 여신 듀토리얼(이름이 듀토리얼이다.)에게 마왕을 물리치고 세상을 구하라는 계시와 함께 이세계로 전생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만약 이 작품이 평범한 작품이라면, 그 인물은 현재의 모습 그대로 트러블을 해결하며 성장하게 된다.
그러나 이세계로 건너온 그 인물은 갑작스레 어느 군세의 총공격을 받는다. 총공격을 감행한 인물은 <더 이상 이세계에 오지 마세요>의 주인공인 쿠제 슈이치다. 그가 이세계에 등장한 새로운 용자를 곧바로 공격해 의식을 잃어버리게 하는 이유는 새롭게 소환된 용자를 다시 일본으로 돌려보내기 위해서다.
이번에도 쿠제 슈이치는 용자를 원래 세계로 돌려보낼 생각이었는데, 새롭게 소환된 용자가 ‘현역 여고생’이라는 말에 대뜸 크게 반응하며 반색한다. 그동안 주인공은 남자 용자만 마주하며 다시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는 일을 했기 때문에 ‘현역 여고생 출신 용자’라는 타이틀에 들뜰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용자로 선택되어 이세계로 건너온 현역 여고생 용자, 유즈가 곧이곧대로 슈이치의 말을 모두 믿을 리가 없었다. <더 이상 이세계에 오지 마세요> 초반부는 슈이치의 행동이 가진 정당성을 증명하기 위해서 적지 않은 지면을 할애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또 새로운 용자가 이세계에 등장했다.
유즈는 큰 능력 없이 이세계로 건너왔지만, 일본의 니트족은 대체로 치트 능력을 가진 채로 이세계로 건너왔다. 그래서 새롭게 등장한 인물은 처리하기가 꽤 골이 아팠다. 힘이 강하기도 했지만,이세계에 건너온 인물이 ‘일본으로 돌아가기 싫다.’고 말하는 귀가 거부 용자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번 생각해보자. 만약 돈이 부족한 상태에서 어떤 일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멸시의 시선을 던지는 세계에서 갑작스럽게 치트 능력을 가지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이세계에 건너왔다. 이 경우 이 글을 읽는 사람이라면 어느 쪽의 삶을 선택하겠는가?
물어볼 필요도 없이 열의 아홉 이상은 후자의 삶을 선택할 것이다. 이 글을 쓰는 나 또한 그렇다. 자유롭게 마음껏 살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춘 상태에서 이세계 생활을 하지 못할 게 무엇인가. 물론, 진지하게 생각하면 화장실 문제를 비롯해 여러 환경 문제가 있겠지만, 즐거운 세계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이세계에서 남는 용자는 이세계에 지나친 영향을 미쳐 세계를 바꿀 확률이 높다. 특히 용자라고 해서 모두 착한 것이 아니고, 이세계 사람을 우습게 여기면서 ‘영웅도 되고 싶고, 악당도 되고 싶어 하는’ 인물들의 경우가 가장 골 아프다. 그래서 슈이치는 사전에 막으려고 하는 거다.
어떻게 보면 단순히 기득권을 챙기기 위한 모습으로도 보이지만, 세계의 균형을 적절히 유지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독자가 공감할 수 있도록 작가가 잘 이끌어가고 있다. 덕분에 독특한 설정을 제외하면 크게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는 이야기가 제법 매력 있게 느껴진다. 이게 작가의 힘일까?
물론, 이건 어디까지 나의 개인적인 의견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크게 다를 수도 있다. <더 이상 이세계에 오지 마세요>을 읽은 나 또한 적잖게 제목에 낚인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니까. 그래도 한 번쯤은 레드오션에서 개척한 블루오션 상품을 한 번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이세계에 오지 마세요>은 치트 용자 다음으로는 요리 체인점과 함께 이세계로 건너온 인물을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고, 다음으로 자위대 부대 자체로 이세계로 건너온 인물들을 협박 섞인 설득을 통해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는 이야기를 다룬다.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책을 읽어보기를 바란다.
<더 이상 이세계에 오지 마세요>은 ‘1권’이라는 글자가 적혀있지 않으니 아마 단편인 것 같다. 막상 책을 읽어도 ‘딱 한 권으로 갖춰진 에피소드’라는 느낌이기 때문에 <더 이상 이세계에 오지 마세요> 하나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당신이 이세계로 전생한다면, 어떻게 삶을 살고 싶은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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