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세와 JK 1권 후기, 여고생과 사귀게 되었습니다
- 문화/라이트 노벨
- 2018. 2. 28. 07:30
[라이트 노벨 감상 후기] 29세와 JK 1권, 업무명령으로 여고생과 사귀게 되다!
아주 우연히 만난 작품이 정말 내 취향에 맞는 작품일 때는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다. 오늘 소개할 라이트 노벨 <29세와 JK 1권>이 딱 그랬다. <29세와 JK 1권>을 알게 된 것은 애니메이션 커뮤니티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정말 재미있는 작품이에요.’라는 추천 댓글을 본 게 최초의 계기다.
올해 29살이 된 나는 왠지 모르게 끌려 <29세와 JK 1권>을 읽기로 했고, 실제로 읽은 <29세와 JK 1권>은 기대 이상으로 재밌었다. 외모는 전혀 다르더라도 29살이 가진 로망, 아니, 꿈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들을 주인공에게 투영하여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주인공이 너무나 부러웠다!
<29세와 JK>이라는 제목은 29살의 주인공 ‘야리바 에이지’와 히로인인 고등학교 1학년 ‘미나미사토 카렌’이라는 여고생(女子高生 죠시코세이=JK)이 중심이다. 두 사람이 만나게 되는 과정부터 크게 웃었는데, 두 사람 앞에 놓여진 상황과 전개는 실로 훌륭하게 작품에 몰입하도록 해주었다.
<29세와 JK 1권>을 읽는 시간은 다른 라이트 노벨보다 조금 길었지만, <29세와 JK 1권>을 읽는 동안 따분하거나 지루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 매 에피소드마다 볼 수 있는 히로인 카렌을 비롯해 주인공의 곁에 있는 여동생 히나나, 직장에서 후배인 와타라세, 주점의 소꿉친구 사키 등 모두가 재밌었다.
<29세와 JK 1권> 이야기 시작은 주인공 야리바 에이지의 소개와 함께 그가 어떻게 돈을 내서라도 사귀고 싶은 여고생과 플래그를 꽂게 되었는지 설명한다. 야리바 에이지의 소개를 읽으면서 ‘어,이나 이에 벌써 도쿄 내 아파트라니?’라며 그의 능력에 놀랐는데, 또 한편으로 놀란 건 그의 스펙이다.
야리바 에이지. 쇼와 62년.1987년에 태어난 29세 회사원.
중학교 2학년 여동생과 도쿄 내 아파트에서 둘이 살고 있다.
결혼 예정 업음. 여친도, 없음.
이런 나의 베스트 플레이스는 근처의 인터넷 카페다. 토, 일요일에는 점심까지 자고, 일어나면 여기에 와서 다섯 기나 1,500엔 정액제를 끊어서 실컷 만화를 보며 보낸다.
나는 만화를 좋아한다. 소설도 좋아하고, 애니메이션도 좋아한다. 게임은 학창시절 때는 곧잘 했지만 취직하고 나서는 시간이 너무 들어서 하지 않는다.
요약하자면 ‘이야기’를 좋아한다. (본문 5)
아주 덤덤히 적힌 자기소개이지만, 이미 스펙만 보면 ‘왜 여자친구가 없지?’라는 의문이 들 정도다. 아마 여자친구가 없는 이유로 만화와 소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탓인지도 모른다. 한국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같은 취미를 가지지 않은 사람끼리는 쉽게 플래그가 서는 일이 어렵다고 하니까.
하지만 야리바 에이지가 우연히 만난 여고생 카렌이라는 히로인은 바로 그와 같은 취미를 가진 인물이었다. 그녀와 만나게 된 장소는 서점이다. 카렌이 서점에서 자신의 키보다 높은 책장에 놓인 라이트 노벨 <오버로드>를 꺼내려다 쓰러질 때 주인공이 뒤에서 받쳐주며 살짝 혼을 낸 게 시발점이다.
이 장면을 읽으면서 ‘흠, 역시 일본 서점은 플래그가 서는 곳인가!?’라는 망상을 하기도 했지만, 주인공이 아니라 나 같은 인물이 서 있으면 ‘기분 나쁜 오타쿠’로 여겨질 뿐이다. 아니, 오히려 성희롱으로 신고를 당할지도 모른다. 아아, 젠장! 역시 사람은 조금 거친 분위기가 있어도 인물이 좋아야 해!
그렇게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의 외모에 머리를 부여잡는 것도 잠시, 주인공에게 반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카렌이 주인공에게 공들이는 모습은 그야말로 ‘히로인’ 그 자체였다. 일반인이라면 ‘내가 JK와 사귄다니!’라며 호들갑을 떨겠지만, 상식 있는 사회인은 그 선택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원조로 오해받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야리바는 이윽고 애플파이 안에 감춰진 고백 편지를 받은 이후 그녀에게 거절의 뜻을 전하는데, <29세와 JK 1권>의 본격적인 전개는 바로 이때부터 시작한다. 그가 거절한 소녀는 자신이 다니는 외국계 보험사의 사장이자 그룹 내 NO.3였다.
그 사장이 에이지를 따로 불러 임명장을 건넨다. 그 임명장에는 ‘금일을 기점으로 미나미사토 카렌과의 교제를 명한다.’라고 적혀 있었다. 말문이 막힌 에이지는 사장에게 ‘왜 이런 데서 그녀의 이름이 튀어나오는 거야?’라며 당황하는데, 에이지는 사장이 자신이 거절한 JK의 할아버지임을 알게 된다.
임명장을 건넨 후 사장이 에이지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 너무나 재미있어 실컷 웃고 말았다.
“한 달 전에, 카렌이 네놈의 이야기를 하더군. 인터넷 카페에서 할아버지네 회사 사람과 알게 되었다고. 취미가 같아서 이야기하는 게 즐겁다고 하더군. 그 아이가 그렇게 기뻐하는 얼굴을 보는 건 오랜만이었어. 그날 밤. 네놈을 이불 속에서 1억 번 정도 패준 건 말할 것도 없겠지. 깃털 베개를 세 개 정도 쓰레기로 만들었어.”
“…….”
“카렌은 주말이 되면 새벽 네 시에 일어나서 부지런히 과자를 만들고 외출했지. 정성껏 몸단장하고, 평소에는 뿌리지도 않는 향수까지 뿌리며 싱긍벙글…….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야리바아아아아아아! 본인은 네놈을 죽이겠다! 제기라아아아아아아알!”
피가 맺힌 듯한 목소리로 외치며 사장은 블라인드를 콱 움켜쥐었다. 얄팍한 알루미늄이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내며 찌부려졌다. (본문 129)
지금 다시 후기를 쓰면서 읽어도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앞날을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야이바 에이지는 결국, 사장의 명령을 ‘사(社)’의 일로 받아들인다. 라이트 노벨 쓰기에 빠져 있는 카렌과 만나 소설 쓰기 코치를 해주면서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지고, 야이바가 힘들 때 카렌으로부터 큰 격려를 받기도 한다.
<29세와 JK>가 단순한 러브 코미디라면 약간 흥이 식을 수도 있었겠지만, 나이 차가 나는 주인공과 히로인이라는 설정과 함께 보험사에서 일하는 주인공의 모습도 잘 보여주고 있어 적절히 균형이 잘 잡혀 있었다. 또한, 경쟁자 히로인 또한 대단히 매력적인 인물이 많아 ‘최고다!!’라며 절찬하고 싶다.
<29세와 JK 1권>에서 등장하는 후배 히로인 와타라세와 소꿉친구 히로인 사키의 모습은 그야말로 메인 히로인이 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그동안 고교 학원 러브 코미디만 읽는 사람들에게는 <29세와 JK 1권>이 무척 매력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29살인 나는 정말 유쾌하게 책을 읽었다.
책을 읽으며 ‘저런 히로인을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냉정한 법이다. 책을 읽으면서 대학 후배에게 “이런 히로인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더니 “가슴에 손을 올리고 생각해봅시다. 과연 저희가 돈 많은 여고생이었다면 저희랑 만날지 ㅋㅋㅋ”라는 답이 돌아왔다. 딱, 그 말 그대로다. (좌절)
<29세와 JK 1권> 주인공은 스스로 거친 인상이라고 말하지만, 거친 인상을 커버하고도 남을 정도로 상냥하고 카리스마가 있는 인물이었다. <29세와 JK 1권>에서 터진 문제를 해결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인망이 두터운 인물임을 잘 보여주었다. 앞으로 이야기에서 그의 매력은 더욱 터질 것 같다.
<29세와 JK 1권>을 읽으면서 ‘같은 나이의 29살인 나는 지금 이게 뭐지?’라며 씁쓸한 웃음을 짓기도 했고, <29세와 JK 1권>에서 읽은 소설 쓰기에 푹 빠진 카렌의 이 이야기에 자극을 받기도 했다. 무엇을 좋아한다면 전심전력을 다 할 수 있어야 비로소 길을 만들 수 있는 법이다. 카렌의 이야기는 이렇다.
“소설을 ‘직업’으로 삼고 싶어요.”
하지만, 그녀는 단언했다.
“이야기를 자아내며 살아가고 싶어요. 커다란 무대에서 작품을 계속 탐구하고 싶어요. 제 작품을 세계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 가치를 알고 싶어요. 확실하게 밝히고 싶어요! 쓰레기인지, 다이아몬드인지. 분명, 지금은 아무 가치 없는 쓰레기일테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가 될 때까지 계속 써 나아가고 싶어요. 제 작품이 세상에 받아들여지느냐 마느냐는, 카렌의 평생을 건 싸움이라구요!”
평생-.
내 인생의 반밖에 살지 않은 소녀는, 그런 말을 입에 담았다. (본문 206)
이 글 이후에 이어지는 주인공 야리바 에이지의 이야기도 무척 인상적인데,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29세와 JK 1권>을 읽어보기를 바란다. 우연히 알게 되어 있게 된 작품이지만, 무엇하나 부족한 점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만족스럽게 읽은 라이트 노벨이었다. <29세와 JK 1권>, 정말 강력히 추천한다!
아아, 나도 이런 주인공이 되고 싶다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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