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토 소년과 투고 소녀 후기
- 문화/라이트 노벨
- 2018. 1. 15. 07:30
[라이트 노벨 감상 후기] 검토 소년과 투고 소녀, 무척 애틋한 라이트 노벨
최근 내가 이야기를 쓰고 싶어 한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근래에 들어 소설 쓰기에 관한 책을 많이 만났다. 블로그에서도 앞서 소개한 적이 있는 <죠가사키 나오와 전격문고 작가가 되기 위한 10가지 방법>이라는 책이 대표적이다. 라이트 노벨 작가로서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소개할 라이트 노벨 <검토 소년과 투고 소녀> 또한 <죠가사키 나오와 전격문고 작가가 되기 위한 10가지 방법>과 닮은꼴의 라이트 노벨이다. 이야기 부분에서는 오히려 전작보다 이 작품을 더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라이트 노벨 자체의 재미와 원고 작성에 큰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검토 소년과 투고 소녀>는 제목 그대로 원고를 투고한 소녀와 원고를 검토하는 소년이 주인공이다. 남자 주인공 투고 소년은 중학교 시절에 우연히 삼촌의 제안으로 라이트 노벨 신인상 응모작 제1차 검토를 하게 된다. 책을 읽는 일을 무척 재미있어 한 주인공은 한 달에 30여 편의 응모작을 읽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도 주인공 카제타니 아오는 응모작 중에서 같은 고등학교 출신의 ‘히노미야 히유 키’라는 이름을 발견한다. 히노미야 히유키는 반에서 ‘얼음 여왕’으로 불릴 정도로 뛰어난 미소녀인 동시에 다른 사람이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공기를 두른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이 쓴 응모작의 제목이…
「외톨이인 내가 이세계에서 용사이고 마왕이고 하렘왕」이었다. 도저히 학교 내의 이미지와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 ‘갭’이 있었는데, 아오가 읽은 원고 또한 평소의 히유키의 모습에서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스타일로 적혀 있었다. 자연스럽게 아오는 히유키가 가지고 있는 뜻밖의 면에 흥미를 품게 된다.
그렇게 시작하는 <검토 소년과 투고 소녀>의 이야기는 굉장히 온화한 풍경 속에서 라이트노벨 원고를 소재로 아오와 히유키가 만나는 과정을 풀어나간다. 두 사람이 원고를 앞에 두고 마주하기 위해서 작은 해프닝을 겪어야 했지만, 그 해프닝이 표현된 러브코미디도 조금의 부족함도 없이 재밌었다.
얼음 여왕으로 학교 내에서 불리지만, 아오에게 “나한테 라이트 노벨 쓰는 법을 가르쳐 줘.”라며 얼굴을 붉히며 말하는 장면은 저절로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검토 소년과 투고 소녀>을 읽으면서 인물의 감정과 표정, 말투를 묘사하는 장면 하나하나를 인상 깊게 읽었다. 굉장히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두 달 동안 함께 원고를 검토하며 7월 15일 공모전에 응모하는 걸 목표로 세운 두 사람의 이야기는 소설과 사랑 두 가지를 함께 키워나간다. 물론, 두 사람이 가슴 아래에서 서서히 피어오르는 사랑을 눈치채는 이야기는 조금 뒤의 이야기이지만, 그 과정이 무척 순수하고 아름다워 읽는 맛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라이트 노벨을 쓰고자 한다면 주의해야 할 점을 쉽게 읽을 수 있어 무척 좋았다. 책에서 읽은 여러 장면 중에서 눈을 번뜩이며 가지 장면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히노미야가 제일 쓰고 싶은 소설은 어떤 거야?”
히유키의 눈에 곤혹스러운 빛이 떠올랐다.
“제일…?”
“응, 제일. 레이블 색깔에 맞춘다거나 독자 반응이 좋을 만한 걸로 고른다거나, 그런 걸 고려하면서 소재를 정하는 것도 전략적으로 괜찮은 방법이지만 우선 한번은 원점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어.”
아오가 읽은 히유키의 투고작은 일단 어딘가 어설펐고, 독자 반응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무리하게 전개하는 듯한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히유키가 쓰고 싶은 대로 쓰게 해 주고 싶었다.
“게다가 쓰는 사람이 ‘이건 꼭 쓰고 싶다’는 고집을 가지고 쓴 작품을 읽는 사람에게도 전해지게 되어 있고, 응원해 주고 싶어지게 되니까 ‘쓰고 싶은 것’을 중심으로 설정과 스토리를 엮어 나가는 게 1차 통과를 노릴 때 가장 유효한 방법이라고 생각해.” (본문 105)
“...독서 감상문을 쓰기 위해 읽은 책은 내용이 전부 어둡고 슬프기만 했고, 등장인물들도 모두 괴로워하고만 있어서 나도 같이 괴로워지는 바람에… 책 읽기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어… 하지만 그때 읽은 책은 멋진 일, 예쁜 일, 즐거운 일, 기쁜 일로 가득했어. 슬픈 일이 있어도 금세 기쁜 일로 바귀고, 등장인물들이 나누는 대화도 교실에서 아이들이 이야기하는 말투랑 똑같아서… 나도 같이 수다를 떨고 있는 기분이 들어서… 정말 즐거웠어…. 그래서 눈 깜짝할 사이 다 읽어 버리고 나서… 책을 끌어안고… 멍하니 감상에 잠겼지….” (본문 117)
“라노벨의 좋은 점은 자유롭게 뭐든 다 시도해볼 수 있다는 게 아닐까? 새로운 작법이 계속해서 탄생해서 읽는 사람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해주는 거. 그러니까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전부 다 시도해 보고, 쓰고 싶은 게 있으면 다 쓰자! 프로라면 제한이 있을지 모르지만 넌 아직 투고자 신분이잖아! 그러니까 좋아하는 걸 자유롭게 써도 돼. 그리고 그 마음을 어떻게 읽는 사람에게 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보자.” (본문 130)
<검토 소년과 투고 소녀>에서 읽은 여러 장면 중 유독 위 세 가지 장면을 소개하고 싶었던 이유는 특별하지 않다. 라이트 노벨을 즐기는 사람 중 나처럼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라고 생각한다면,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하는 부분은 ‘내가 무엇을 쓰고 싶은가?’라는 질문이 제일 우선이기 때문이다.
내가 무엇을 쓰고 싶어 하는지 분명히 알아야 끝까지 이야기를 적을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글을 쓰는 도중에 이야기가 이탈을 하더라도 다시 주제에 접근하면 이야기의 궤도를 수정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무엇을 쓰고 싶어 하는 지 분명하게 정리해두는 건 이야기를 적는 일의 핵심인 일이다.
그리고 나머지 두 장면은 라이트 노벨을 좋아하게 된 계기와 라이트 노벨의 장점을 설명한 장면인데. 아마 라이트 노벨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소 공감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 나는 히유키가 라이트 노벨을 좋아하게 된 계기를 말하는 부분에서 마치 내 이야기 같아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검토 소년과 투고 소녀>은 무척 아름답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라이트 노벨이다. 주인공과 히로인 두 사람이 조금씩 가까워지며 서로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 장면은 저절로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과연! 이러니까 주인공이지!’라는 감탄을 하기도 했다. 역시 내가 필요한 것도 용기이지 않나 싶다. (쓴웃음)
아주 천천히 이야기를 읽다 문득 주인공과 히로인 한가운데에 서서 이야기를 즐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라이트 노벨 <검토 소년과 투고 소녀>. 라이트 노벨을 쓰는 데에 참고할 수 있는 이야기와 함께 서정적이고 밤에 내리는 함박눈 같은 다정함을 느낄 수 있어 무척 좋았다.
아직 1월 신작으로 발매된 <검토 소년과 투고 소녀>를 읽어보지 않았다면, 꼭 한번 책을 읽어볼 것을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절대 후회하지 않는 라이트 노벨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을 읽는 동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즐거웠고, 가슴이 두근두근했고, 마지막에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아, 나도 정말 이런 글을 쓸 수 있게 되고 싶다. 22일부터 가는 일본 인턴을 돌아오면 곧바로 소설 원고 쓰기에 들어갈 생각이다. 물론, 그 소설은 ‘라이트 노벨’ 장르가 되겠지만, 한글로 쓴 이후 일본어로 번역할 생각이기에 대학 개강 전까지 마무리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래도 도전! 아하하.
* 이 작품은 학산문화사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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