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의 본망 7권 후기, '나'라는 존재
- 문화/만화책 후기
- 2017. 5. 12. 07:30
[만화책 감상 후기] 쓰레기의 본망 7권, 나로 있기 위해서
삶을 살아가다 보면 '나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는 고민을 할 때가 있다. 많은 사람이 거리를 걷는 곳에서 나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지, 나는 살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을 맞닥뜨릴 때가 있다. 우리는 그때를 사춘기라고 말하고,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의문을 맞닥뜨리는 데에는 때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사춘기에는 자기 정체성에 대해 질문하지 않았는데, 어른이 되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할 때가 있다. 좋아하지도 않은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라거나 특별하다고 생각한 내가 많은 사람 중 하나임을 실감할 때다.
애니메이션으로도 방영된 만화 <쓰레기의 본망>은 자신의 정체성을 타인을 통해서 찾다가 비로소 자신을 마주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다. 단, 제목에 '쓰레기'라는 말이 붙은 것처럼, 주인공들은 '쓰레기라는 말을 들어도 변명할 수 없는 일을 한다. 바로, 사람의 마음을 갖고 노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쓰레기의 본망 7권>은 하나비가 자신의 오빠에게 고백을 했다가 차인 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 이후 하나비는 사나에를 찾았다가 사나에와 헤어지고, 하나비가 비로소 홀로서기 시작하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사나에는 끝까지 하나비를 위한 역할을 자처하면서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나비가 이렇게 스스로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을 때, 무기는 여전히 자신의 감정에 이끌려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 같은 상태였다. 무기는 아카네 선생님과 집에서 몇 번이고 하면서 자신이 그녀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깨닫지만, 아카네에게 무기는 자신의 욕구를 위해 그저 가지고 노는 장난감에 불과했다.
무기는 아카네를 독점하고 싶은 욕심을 품으면서도 아카네는 자신과 전혀 다른 사람임을 자각하게 된다. <쓰레기의 본망 7권>은 그렇게 모두가 자신의 마음을 정리해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이야기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그 사건의 마지막은 아카네와 카나이 두 사람이 서 있었다.
아카네 또한 하나비와 무기 등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에 대해 질문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왜 이렇게 됐지?'라는 '아카네'라는 이름을 가진 자신의 욕구가 무엇인지 고민했다. 다른 남자와 쉽게 자면서도 카나이 선생과 계속 만나고 있었는데, 문득 그녀는 자신의 상태가 평소와 조금 다른걸알게 된다.
묘한 기분 속에서 그녀는 '이제 그만해야지.'하고 카나이 선생님께 작별을 고하려던 순간, 조금 뜻밖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과거 그녀와 함께했던 남자가 나타났고, 너무나 손쉽게 그 남자가 아카네의 정체를 카나이 선생에게 밝혀버린 것이다. 여러모로 상황이 최악에 가까운 마무리가 되는 듯했다.
그러나 아카네는 거기서 변명을 하지 않고, 언짢은 기분 속에서 사실 그대로의 자신을 카나에 선생에게 털어놓는다. 위 사진이 그 장면 중 하나다. 그녀의 솔직한 고백은 아마 보통 남자라면 정이 뚝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카나이 선생은 "그… 그만두지 않아도 괜찮아요!"라는 말을 해버린다.
<쓰레기의 본망 7권>을 읽으면서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라는 딴죽을 걸고 말았는데,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아카네가 흔들리는 모습은 굉장히 놀라웠다. 그동안 자신의 가치를 다른 사람을 통해서 채울 수밖에 없었던 아카네가 비로소 달라지기 시작한 건 '전혀 다른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 아닐까?
감정적 욕구를 이용해서 타인이 나를 원하게 하는 건 자기만족에 불과하다. 진정으로 자신의 가치를 채우기 위해서는 온전히 자신을 바라보는 일이 필요하다. 아카네는 자신의 텅 빈 그릇을 스스로 채우지 못했고, 주변에서도 그저 공허함을 욕구로 채우는 일밖에 하지 않았다. 그런데 카나이는 달랐다.
과연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이 될까? 애니메이션은 이미 완결이 되었지만, 나는 미처 애니메이션을 챙겨보지 않았다. 그래서 <쓰레기의 본망 8권>이 무척 기대된다. 무기와 아카네, 하나비 이 세 사람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게 될까? 본능적 욕구를 넘어선 자아실현의 욕구는 이제 꽃을 피웠다.
* 이 작품은 대원씨아이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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