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플래그를 세우는 100가지 방법 후기
- 문화/라이트 노벨
- 2016. 12. 19. 08:00
[라이트 노벨 감상 후기[] 그녀와 플래그를 세우는 방법 100가지, 연애 금지 학교의 러브 코미디
이제 얼마 지나지 않으면 2016년 12월에서 2017년 1월로 단위가 바뀌게 된다. 보통 우리는 생일이 지나면 한 살을 더 먹는다고 하지만, 실체적으로 우리는 년 단위가 바뀌면 한 살을 더 먹는다고 한다. 나도 이제 30살을 향해서 한 살 더 가까워지는 28살이 되는 끔찍한 현실이 너무나 아프다.
나이를 먹을수록 주변에서는 '이제 여자친구 정도는 사겨야지.'라는 말을 하는 어른들이 늘어나는데, 도대체 여자친구라는 말에 수식어로 '정도는'이라는 걸 붙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러한 일을 하는 건 지구가 역회전하고, 인류가 다시 공존의 길을 걷는 일과 동급인 일이다.
즉, 한마디로 말해서 절대 가능성이 없다는 이야기다. 만약 내가 오늘 소개할 라이트 노벨의 남자 주인공처럼 인기를 얻을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가지고 있다면 모를까! 오늘 소개할 라이트 노벨은 하렘 상태에 놓이지만, 하렘이 너무 힘들어서 평범한 생활을 노리는 남자 주인공의 이야기다.
그러나 그런 남자 주인공이 등장하는 것과 달리 라이트 노벨의 제목이 <그녀와 플래그를 세우는 100가지 방법>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또 뻔한 하렘물이군'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나 또한 이라이트 노벨을 읽을 때 그렇게 생각했고, 아마 작품의 제목만 본 사람들도 다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녀의 플래그를 세우는 100가지 방법, ⓒ미우
그렇다. <그녀와 플래그를 세우는 100가지 방법> 작품은 우리가 뻔히 아는 하렘물이다. 전 학교에서 너무 인기가 많아서 100명의 미소녀가 한 고백을 거절하고, 조용한 생활을 하기 위해서 '연애금지' 규칙이 있는 모미지 학원으로 전학을 온 주인공이 또 플래그를 당연하다는 듯이 세워나간다.
전학 수속을 받는 첫날부터 학교의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미소녀들을 차례로 만나고, 조금씩 도움을 주면서 작은 플래그를 세운다. 이 모습을 읽으면서 '와, 정말 뻔한 전개다!'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행동할 수 있는 행동력을 갖춘 남자 주인공이 부러웠다. 나는 저런 상황이 있어도 안 되니까….
얼마 전에도 버스정류장에서 제법 귀여운 고등학생~대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있었다. 나와 똑같은 목적지 버스표를 들고 있었지만, 이 터미널을 이용하는 게 처음인지 어디에 줄을 서야 할지 몰라서 연신 두리번거렸다. 몇 번이나 눈을 마주쳤지만, 나는 '그냥 여기 있으면 돼요.'라는 말을 못했다.
그냥 계속 지켜보다가 엉뚱한 곳에 줄을 서 있을 때도 가방끈을 잡고 끌면서 "거기 아니에요."라고 말하거나 "XX는 여기에요."라고 말하기 위해 어깨를 두드릴 수가 없었다. 그 여학생은 나중에 XX행 버스가 와서 앞에 선 나를 책망하는 눈으로 바라보았는데, 나로선 어쩔 수가 없었다. (쓴웃음)
참, 행동력이라는 게 중요하다는 걸 난 그때 느꼈다. 그 당시에도 '이건 플래그가 될 수 있는 상황인데 나는 왜 말을 걸지 않는 거지!?'라는 자책을 했었는데, 오늘 라노벨 <그녀와 플래그를 세우는 100가지 방법>을 읽다 보니 괜히 더 그때의 일이 후회된다. 그런데 난 다음에 다르게 행동할 수 있을까? :D
그녀의 플래그를 세우는 100가지 방법, ⓒ미우
나의 불필요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다시 <그녀와 플래그를 세우는 100가지 방법>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그렇게 적극적인 행동력과 우연의 일치로 그는 등교 전날에도 플래그를 세웠고, 변장하고 첫 등교를 한 날에도 미소녀이자 '연도회(연애토벌위원회)'의 아마기 코에에게 플래그를 세운다.
<그녀와 플래그를 세우는 100가지 방법> 이야기는 '아마기'라는 성을 가진 네 명의 자매 아마기 케시키, 아마기 츠즈리, 아마기 이치린, 그리고 아마기 코에까지 각각 플래그를 세우는 이야기다. 다소 뻔한 설정과 전개라 허전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이야기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각 캐릭터의 고유한 성격이 잘 살아있고, 캐릭터의 밸런스가 상당히 좋았다. 닮았지만 다른 네 자매와 이야기를 나누며 플래그를 세워나가는 과정의 이야기는 러브 코미디 그 자체이지만, 지루하지 않게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역시 공모전의 가작이라도 작품이 발매되고 번역까지 될 작품이라고 느꼈다.
주장이 약한 학생회장이지만 사실은 얀데레 성질을 가진 키사키, 천재로 인정을 받으면서 고독을 느끼는 이치린, 너무 귀여워도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는 츠즈리, 누나들에게 둘러싸여 자신의 길을 헤맨 코에. 그 네 사람과 만나 남자 주인공이 벌이는 이야기와 마지막 결말까지 쉬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그녀와 플래그를 세우는 100가지 방법>을 읽어보기를 바란다. 단편으로 나온 작품이니 구매해서 읽는 데에 부담도 없고, 조만간 이 작가의 다른 이야기도 라이트 노벨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오버랩 문고 대상 가작의 작품인 만큼, 전체적인 구성이 상당히 좋았으니까.
오늘은 여기서 라이트 노벨 <그녀와 플래그를 세우는 100가지 방법> 감상 후기를 마치고자 한다. 이야기 중간에 내 이야기가 들어가 버려서 쓸데없이 글이 길어져 버렸지만, 끝까지 후기를 읽어준 독자들에게 심심한 감사의 뜻을 표한다. 아무쪼록 모두 행동력과 몸을 길러 내년에는 주인공이 될 수 있기를!
* 이 작품은 서울문화사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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