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부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개막식에 참여하다
- 일상/일상 이야기
- 2016. 10. 24. 07:30
서브컬쳐 블로그 운영 5년 만에 초청받은 공식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후일담
라이트 노벨, 만화, 애니메이션을 소재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벌써 몇 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그저 내가 읽는 재미있는 작품에 대해서 재미있게 소개하고 싶어서 글을 쓴 게 벌써 1,500개에 달하고 있다. 블로그를 오랫동안 운영하면서 점차 새로운 관계가 생기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제법 오래전에 메일로 부천에서 열리는 '제18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 축제에 파워블로거 기자로 초대한다'는 메일 한 통을 받았다. 다른 티스토리 블로그를 통해서 제안을 받은 적은 몇 번 있지만, 이렇게 라이트노벨과 만화, 애니메이션을 소재로 운영하는 블로그로 이런 제안을 받는 건 정말 드물었다.
마침 부천 국제 애니메이션 축제에서 한참 한국에도 소문이 자자한 산카이 마코토의 <너의 이름은> 작품이 상영하고, 개막식 참여를 통해서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관련해 새로운 사람과 인연을 맺을 수 있을 것 같아 조금 무리를 해서 참여하기로 했다. 행사 당일이 대학 시험 마지막 날이라 다행이었다.
그렇게 새로운 경험을 꿈꾸며 서울로 향하는 발걸음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왜냐하면, 하필 호텔을 예약한 다음 날에 학교에서 일본인 유학생과 페어가 되어 듣는 한 수업에서 특별 워크샵이 있다는 공지를 통보받았었기 때문이다. 동경대 교수님이 참여한다는 그 특별 워크샵은 정말 매력적인 수업이었다.
그러나 이미 호텔은 취소가 불가능해서(환불 불가) 나는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부천 국제 애니메이션 축제 개막식이 열리는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부천은 서울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1시간 정도 거리에 있어 조금 시간이 걸리는 것 이외에 불편한 부분은 없었고, 행사 장소고 쉽게 찾을 수가 있었다.
사람의 인생은 한번 꼬이면 계속 꼬이는 법이라고 했던가. 나는 그곳에서 기대와 달리 너무나 엉망이 되는 스케줄에 상당히 고전해야 했다. 아마 내가 좀 더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했던 탓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부천국제애니메이션축제에서 가장 기대한 <너의 이름은>을 볼 수 없었던 거다.
개막식이 열리는 금요일 당일에 서울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부천으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이미 티겟팅 부스에서 '이미 모든 표가 예매되고 없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프레스 카드를 내밀면서 '프레스가 있어도 참석이 불가능한가요?'라고 몇 번이고 물어보았지만, '불가능하다.'는 대답을 들었다.
내심 혀를 차면서 나는 아쉬움을 숨길 수가 없었는데, 딱 이 말을 들었던 순간에 '아, 그냥 개막식은 뒤로하고 동경대 교수님이 온다는 워크샵에 참여할걸! 호텔값은 그냥 버려야 했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기적인 욕심일 수도 있겠지만, 이번 초대장에 응한 가장 큰 이유가 사라졌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도 많은 유명한 사람이 참여한 부천국재애니메이션 축제 개막식을 처음으로 접한 건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절대 내가 직접 챙겨볼 일이 없었던(일본 작품만 보기 때문에) 극장 애니메이션 <쿠보와 전설의 악기>도 볼 수 있었고, 절대 인연이 닿지 못했을 사람과 대화를 나누었기 때문이다.
개막식 상영작으로 본 <쿠보와 전설의 악기>는 스톱모션 촬영기법으로 촬영된 애니메이션 영화인데, 정말 부자연스러움이 드러나는 부분이 찾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내용도 좋아서 '보지 않았으면 아쉬웠을 작품'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
그리고 무슨 용기가 나서인지 공식 개막식이 끝난 이후의 리셉션에도 참여했는데, 아는 사람이 전혀 전혀 없는 터라 '내가 미쳤어미쳤어미쳤어미쳤어'라며 되뇌며 좌불안석으로 앉아있었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만화·애니메이션 전공 교수님과 그 학생들이라 잠시 대화를 나눈 게 다행이었다.
솔직히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니라는 걸 눈치로 주었던 것 같은데, 사람의 넘치는 파도에 당황해있던 나는 잘 눈치를 못 챘다. 어쨌든, 리셉션에 참여해서 다양한 외국 감독과 유명한 사람들이 함께한 장소에 있었던 것만으로 만족했다. 서울에 올라와서 공짜 밥도 먹을 수 있었고. (웃음)
리셉션이 종료된 이후 다음날에도 아침에 찾아와 '<너의 이름은> 상영작에서 프레스 석은 따로 마련된 게 없느냐?'고 물어보았지만, 고위 관계자가 아닌 알바생들이 들려주는 말은 한결같아서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더 나아갔다만 갑질 블로거로 뉴스에 뜰 것 같아 한숨만 삼켜야 했다.
덕분에 토요일에 있을 예정인 학교에서 열리는 동경대 교수의 워크샵을 놓치고, 아는 사진 블로거가 함께 부산 불꽃놀이를 찍자던 제안도 거절했던 나는…. 잘한 선택이었던 걸까? 그런 자조적인 질문을 하면서 토요일 당일 KTX를 끊어서 다시 김해로 내려왔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았던 일정이었다.
그래도 점점 규모를 키워가는 부천국제애니메이션축제(BIAF)가 어떤 행사이고,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알 수 있었던 건 좋았다. 리셉션 자리에서 만난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꿈을 쫓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조금 다른 자리에 서 있지만, 더 열심히 하고 싶은 자극을 받을 수 있었다.
다음에는 조금 더 준비된 자세로 이런 행사에 참여하고 싶다. 조금 더 정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 축제 참여는 만화책과 라이트 노벨로 꾸준히 덕질을 한 덕분에 이런 행사에서 초청을 받을 수 있었던 좋은 경험으로 여기고 싶다. 내년에는 라이트 노벨 축제에서 공식 초대를 해주지 않으려나….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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