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사랑을 받아서 죄송합니다 1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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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노벨 감상 후기] 운명의 사랑을 받아서 죄송합니다 1권, 완전 재미있어!


 나는 운명 같은 단어를 믿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얼마나 열심히 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 타입이다. 예를 들면, <쿠로코의 농구> 시리즈에서 볼 수 있는 미도리마 같은 입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고, 나머지 결과는 그저 천운에 맡기는 일이다.


 그런데 이것도 운명을 믿는 거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마 부분적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악착같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스타일이라 운명을 거부한다. 그래도 종종 '이건 운명이야!' 같은 감탄사를 할 일을 만나는데, 오늘처럼 굉장히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났을 때가 그렇다.


 오늘 소개할 <운명의 사랑을 받아 죄송합니다 1권>은 9월 신작 라이트 노벨이 아니다. 이 작품은 5월이 발매된 작품이지만, 그때는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읽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작품을 후원받을 수 있어서 이 작품을 읽게 되었는데, 나는 이 작품과 만난 일이 정말 '운명 같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운명의 사랑을 받아 죄송합니다 1권>은 왜 이때까지 빠르게 알려지지 않았는지 궁금할 정도로 재밌었기 때문이다. 작품의 띠지를 보면 '제21회 전격 소설 대상 금상 수상작'이라는 문구를 볼 수 있는데, 과연 금상 수상 작품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운명의 사랑을 받아 죄송합니다 1권, ⓒ미우


 <운명의 사랑을 받아 죄송합니다 1권>은 어느 학교에서 일어나는 운명 같은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시작한다. 그 학교에는 매주 월요일마다 새로운 전학생이 오고, 그 전학생이 가진 '운명력'이라는 불가사의한 힘은 월요일 단상에 올라 예언을 하게 된다. 그 예언은 곧 현실이 되는 '운명'을 가지고 있었다.


 남자 주인공 사츠키 준은 그 운명에 휩쓸려 새로운 학생회장으로 선출된다는 예언을 받는다. 그 예언을 듣고 지난번 선거에서 이겨 학생회장으로 당선된 이가라시 유비 선배가 격노한다. 그녀는 학생회장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사츠키를 납치하여 감금하고, 자작극을 벌여서 죄를 씌우는 행동을 한다.


 하지만 사츠키는 당연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는다. 그는 이 운명을 받아들이면서 학생회장과 맞서기 시작하는데, 이 과정이 정말 유쾌할 정도로 재밌었다. 마치 오래전에 읽은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 시리즈의 첫 이야기와 <신만이 아는 세계>의 즐거움이 융합된 최고로 웃을 수 있는 전개가 되었다.


 사츠키와 현 학생회장 이가라시가 당기는 승부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서로 지지 세력을 늘리기 위해서 동아리 회장의 힘을 빌리거나 자신에게 붙도록 만들고, 첨예하게 갖은 술수를 동원해서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이가라시 회장이 사츠키의 약점을 붙잡는 장면은 무심코 웃을 수밖에 없었다.


"사츠키 님……."

귓속말을 다 들은 이치고가 무거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무슨 일 있어?"

"……보고입니다. 이가라시 회장이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설마 이곳을 공격하는 건가?"

"아니, 그게 아니라――."

이치고는 말하기 어려운 듯이 보고를 계속했다.

"――사츠키 님의 아드님을 위로하는 책의 리스트가 내걸려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눈앞이 새까매졌다.

엄청나게 깊은 절망 속으로 내던져졌다. (본문 92)


아가라시 선배의 방송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었다.

[딱 이틀 기다려줄게요. 이틀째인 일요일까지 투항하지 않는다면 얼굴 사진과 함께 사츠키 준 컬렉션 전시회를 실시할겁니다. 장소는 제1 체육관. 입장료 무료. 그러면 좋은 대답을 기대하죠. 그럼 이만.]

교내 방송이 딩동댕동 끝났다.

나는 머리를 감싸 앉고 주저앉았다.

"저 인간은 악마인가……."

일요일까지 투항하지 않는다면 나의 야한 책들이 대중 앞에 드러나게 된다. 그것도 나의 얼굴 사진과 함께…… 도저히 인간이 할 짓이 아니었다. (본문 94)


운명의 사랑을 받아 죄송합니다 1권, ⓒ미우


 이런 장면을 하나하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정말 처절하게 대항하고, 치밀하게 작전을 세워서 학생회장 자리를 걸고 벌이는 전투는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에서 본 소환수를 사용한 학년 설비를 걸고 싸는 싸움 그 이상이었다. 말도 안 되는 바보짓이 많이 나왔고, 그래도 싫지 않은 즐거움이 있었다.


 어느 쪽이 이길지 쉽게 예상할 수 없었던 이 승부는 사츠키의 승리로 결착을 맺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야기는 아직 중반에 해당할 뿐, 이야기는 점점 더 이어진다. 사츠키가 학생 회장이 되어서 바뀌는 여러 모습은 '권력이라는 건 이렇게 좋은 거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그림이 계속 그려졌다.


 그러는 동안 또 하나 새로운 예언이 나오는데, 그것은 전 학생회장 이가라시 유비가 다시 학생회에 복귀할 것이라는 예언이었다. 하지만 이 예언은 '학생회장'이라는 직책이 없었기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는데, 사츠키는 이 예언을 이용해서 아가라시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요구를 해버린다. (웃음)


 그 장면을 옮겨보면 아래와 같다.


"당신한테 어울리는 직무를 생각했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만 골라."

"네, 물론이죠!"

권력을 언뜻 내비치는 것만으로도 솔직해지는 이가라시 선배. 이 사람은 권력과 결혼이라도 할 생각일까.

나는 곧바로 입을 열지 않고, 잠시 동안 애를 태우다가 첫 번째 제안을 내놓았다.

"――하나는 회장 비서다."

"뭐? ………즉, 당신 비서라는 말이에요?"

"응."

"싫어요."

"게다가 비서를 하는 동안에는 항상 학교 수영복 차림으로!"

"그러니까, 싫다고요." (본문 146)


 정말 말도 안 되는 제안이지만, 사츠키가 제안한 두 가지의 선택지 중 또 다른 하나는 오히려 더 거절하고 싶은 직책이었다. 그래서 이가라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사츠키의 비서가 되는데(그것도 수영복 차림으로!), 사츠키는 학생 장으로 비슷한 그림을 여러 번 반복한다. 학생회실에 메이드가 늘었다! (부럽다!!!)


운명의 사랑을 받아 죄송합니다 1권, ⓒ미우


 이 바보 같은 이야기만 읽어도 즐거운데, <운명의 사랑을 받아 죄송합니다 1권>은 조금 더 분위기를 띄우는 사건이 또 발생한다. 바로 새로운 전학생이 새로운 학생회장을 예언한 것이다. 불과 2주 만에 모든 권력을 잃어버리게 된 사츠키는 마지막까지 저항을 하지만, 결국 그는 예언에 패배하고 만다.


 그가 학생회장으로 있는 동안 '나도 저런 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한 많은 장면이 있었지만, 그래도 제법 학생회장을 잘해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이렇게 물러난다는 건 아쉬웠다. 뭐, 이 과정도 절대 순탄치 않았는데, 그 처절한 이야기는 책을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다!


 총체적인 결말 또한 사츠키에게 나쁜 것만 아니었는데, 다음 2권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그리게 될지 무척 궁금하다. <운명의 사랑을 받아 죄송합니다 2권>은 지난 9월 신작 라이트 노벨로 발매되었고, 지금 쓰는 <운명의 사랑을 받아 죄송합니다 1권> 후기를 다 쓰면 곧바로 다시 읽을 생각이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읽을지 모르지만, 이 작품은 정말 내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고 있었다. 학원 코미디물의 정석에 가까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재밌었다. 오랜만에 숨겨진 보물 같은 라이트 노벨을 만나게 되어서 정말 기쁘다. 과연 <운명의 사랑을 받아 죄송합니다 2권>은 어떤 내용일까?


 가슴의 두근거림이 다음 2권을 향해 손을 뻗게 한다. 부디 3권과 그 이후의 이야기도 이른 시일 이내에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주인공처럼 저런 운명의 사랑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아아. 젠장!!! 역시 나에게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뿐인 건가! 저런 이벤트는!?!????


* 이 작품은 서울문화사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았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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