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야마는 사춘기 1~2권 후기, 풋풋한 사랑 이야기
- 문화/만화책 후기
- 2016. 7. 1. 12:00
[라이트 노벨 감상 후기] 후지야마는 사춘기 1~2권, 지금이 바로 사춘기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언제부터 이성에 관심이 생겼냐?'고 묻는다면, 아마 나는 '고등학교 마지막 정도에? 아니면, 대학생 정도에?'이라고 대답할 수 있다. 남중, 남고를 나온 시점에서 이미 이성에 관심을 두기보다 혼자서 시간을 보내면서 게임과 애니메이션만 보았던 터라 딱히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다가 대학교에 들어와서 종종 예쁜 사람을 쳐다볼 때가 있었는데, 그 이전에는 그냥 호기심으로 학원에서 눈을 마주친 게 전부인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이 흔들리거나 하지 않았고, '오늘 학교 시험은 너무 쉬웠어!' 혹은 '오늘은 게임에서 뭐 얻을 수 있을까?'는 생각밖에 없었다.
나는 사춘기를 겪은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중학교 때는 학교에서 지속해서 괴롭힘을 당한 탓에 학교에서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고, 고등학교 때는 좀 더 학교생활을 즐길 수 있었지만, 원체 소음이 잦은 가정환경 탓에 사춘기를 겪을 틈도 없이 사회를 비딱하게 볼 수 있는 애어른이 되었다.
솔직히 지금도 어른이라고 말하기는 조금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중학교 시절부터 사회. 정치 쪽에 관심을 두고 신문기사를 체크해서 읽거나 스크랩을 하거나 책을 읽는 시간이 많았다. 하루 중에서 게임에 3/2, 책에 3/1 정도를 쓰면서 보냈던 터라 사춘기의 쓸데없는 고민은 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생이 되어서 갑작스럽게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하고, 이성에 대한 성적 욕구를 겪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뭐,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를 알게 되었고, 별로 없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듣는 이야기가 조금씩 생겨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이 20대다.
아마 내가 아직도 만화책과 라이트 노벨, 애니메이션 같은 장르를 좋아하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친구가 없어 책과 애니메이션이 친구였던 탓도 있다). 나는 술을 마시지 않고, 늘 혼자서 책을 읽거나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글을 쓴다. 지금도 나에게는 그런 일상이 반복될 뿐이다.
이번에 읽은 만화 <후지야마는 사춘기>는 중학교 소년 소녀의 풋풋한 사춘기 연애를 다루고 있는 이야기다. 책을 읽는 동안 그 시절에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경험이자 이야기가 있어서 신선했고, 그동안 읽은 조금은 수위가 있는 이야기와 달리 싱그럽고 풋풋한 이야기라서 상당히 재밌게 읽었다.
<후지야마는 사춘기> 여자주인공은 키가 무려 180센티인 '후지야마 마키오', 남자 주인공은 키가 고작 160센티인 '칸바 유이치'다. 두 사람은 모두 배구부에 소속되어 있으며, 후지야마는 여자 배구부에서 운동을 하고 있고, 칸바는 남자 배구부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게다가 소꿉친구라고 한다.
일본이 만화와 애니메이션에서는 역시 소꿉친구가 빠질 수 없는데, 실제로 일본에서는 종종 소꿉친구가 오랫동안 이어질 때가 있다고 하니 드물지 않게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우리 한국에서는 소꿉친구보다 학원 친구가 오히려 더 많고, 학교 친구라고 해도 예전 시대만큼 딱히 친하지 않으니까.
뭐, 이건 어디까지 친구가 별로 없는 나의 의견이라 참고가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웃음) 다시 <후지야마는 사춘기> 이야기로 돌아가자. <후지야마는 사춘기>는 그냥 소꿉친구로 있던 두 사람이 우연히 그냥 사귀게 되어버리고, 그러다가 점점 사춘기로서 느끼는 연애 감정을 알아가는 이야기다.
'우연히 그냥 사귀게 된다.'는 말이 조금 어설픈 것 같지만, 책을 읽어보면 정말 우연이 그냥 사귀는 거라서 뭐라고 덧붙일 수가 없다. 현실에서는 "무슨 헛소리하는 거야!? 응 이렇게 멋진 여자를 사귀는 일이 쉬운 줄 알아!?"라는 딴죽이 날아올 것 같지만, 책을 읽어보면 정말 칸바와 후지야마는 그렇다.
여학생들의 옷을 갈아입는 장면을 엿보려고 한 칸바는 사춘기가 되면서 키만 아니라 가슴도 커진 후지야마의 모습에 눈을 뺏기고, 함께 학교에서 돌아오다가 후지야마가 다른 아기한테 대하는 태도를 보고 이상한 기분을 주체할 수 없게 되어서 과감히 그녀에게 고백한다. 그렇게 사귀게 된 것이다.
참 쉽게 사귄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귀기로 시작한 두 사람의 행동은 서로 낯설어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휴대전화가 없는 후지야마와 메시지를 일일이 쪽지에 적어서 주고받는 모습이 그렇고, 우연히 눈을 마주치거나 함께 있다가 크고 작은 사건이 일어나는 모습이 그랬다. 정말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다른 작품이라면 벌써 어디까지 나가면서 '그래서 결국은 하는 거냐!?'이라는 질문이 나올 에피소드로 이어지겠지만, 전혀 그런 부분 없이 이야기는 한참 동안 이어졌다. 그러다가 조금 더 사이가 깊어지는 부분이 여름방학을 맞아 운동부 공동합숙을 가게 되는 부분이다. 사고 비슷하게 신체적 터치가 있다.
럭키 スケベ 이벤트가 아니라 합숙 장소에서 어쩌다가 보니 일어난 해프닝이다. 그 이후에는 돌아와서 조금 더 후지야마 앞에서 당당해지고 싶어하는 키가 20센티나 더 작은 칸바의 모습과 함께 사이가 더 좁혀진 듯한 두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서서히 다가가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10대 시절의 연애에는 그 시절만의 특별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요즘에는 조금 지나치게 성인의 문화가 많이 들어가 버려서 갖은 문제가 생길 때가 많지만, 우리가 순수 문학 소설에서 보는 듯한 풋풋한 연애와 함께 그 감정은 아름다운 법이다. <후지야마는 사춘기>는 바로 그런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번 2권까지 읽으면서 두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 아마 서로 다가가는 것만이 아니라 가까워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다툼도 있을 것이고, 또 다른 사람이 나오기도 할 것이다. 사람의 삶이라는 것은 결국 그렇게 흘러가는 법이고, 이야기는 갈등이 있어야 재미가 있는 법이니까.
언젠가 내가 2D 세계에서 눈을 돌려 현실 속에서 연애하게 된다면, 이런 작품을 조금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에서 등장하는 주인공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하지만, 또 그때가 되면 모른다. 하지만 그런 날은 오지 않겠지…. (매력도 없으니)
오늘 만화책 <후지야마는 사춘기> 감상 후기는 여기서 마치고자 한다. 모두 즐거운 한 때가 되기를!
* 이 작품은 AK커뮤니케이션즈에게 무료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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