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몸을 잃은 자전거를 보았다
- 일상/일상 이야기
- 2014. 9. 7. 08:00
몸통은 온데간데없이 앞바퀴만 남은 자전거, '자전거는 많고, 자전거 도둑도 많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 때부터 어디를 가더라도 늘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지금은 살이 많이 쪄서 오히려 살을 빼야 하는 몸이지만, 어릴 때에는 몸이 많이 약해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일을 하지 못했다. 오랫동안 걷지도 못했고, 늘 '헉헉'거리기가 일상다반사였다.
학교에 통학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다녀야만 했는데, 오랫동안 걷지 못하니 자연스럽게 다른 대체 수단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버스를 이용하는 데에는 너무 불편함이 있고, 그렇다고 매번 엄마가 태워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가장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자랑할 수 있는 자전거 통학을 선택했다. 처음 자전거를 탈 때에는 곧잘 넘어지기도 했지만, 그런 날이 하루 이틀 지나니 능숙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다. 역시 무엇이든 넘어지는 실패를 겪어야만 일취월장하는 것 같다.
그러나 자전거로 통학하면서 늘 '편리함'만 있지는 않았다. 비를 맞으며 집으로 돌아왔던 적도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자전거 도둑에게 자전거를 도둑맞았다'는 문제였다. 학원을 마치고, 혹은 독서실에서 나왔을 때 내 자전거가 없었던 그때의 당혹스러움이란…. 아하하.
그 당시의 기분을 쉽게 표현할 수가 없었다. 십 원짜리 욕을 하기도 했었고, 고함을 치기도 했었고, 혼날까 봐 무섭기도 했었고, 다른 자전거를 훔쳐서 타고 갈까도 했었다. 아마 어릴 적에 이렇게 자전거 도둑에 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적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앞바퀴만 남은 자전거, ⓒ미우
앞바퀴만 남은 자전거, ⓒ미우
누군가 훔쳐가려고 했던 것 같다, ⓒ미우
갑자기 내가 자전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건 다름이 아니다. 얼마 전에 길을 가다가 바로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누군가가 자전거를 훔쳐가기 위해 자물쇠가 채워진 앞바퀴만 덩그러니 남기고 몸통을 가져가 버린 것이다.
정말 당혹스럽기 그지없는 일이지만, 이런 모습은 우리가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자전거 주차장이 비치된 곳에는 자주 이런 식으로 몸통을 잃어버린 채 앞바퀴만 달랑 남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이외에도 도난 흔적은 여러 가지 모습이 있다.
예를 들면, 누군가가 자전거 안장을 빼간다거나(실제로 내가 당했다. 학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니 누군가가 내 자전거 안장을 가져가 버렸었다.) 앞바퀴에 맞물린 자전거를 가져가기 위해서 애쓴 흔적으로 앞바퀴가 휘어져 있다거나 등 그런 모습이 말이다. (이 경험도 실제로 겪었었다. 자물쇠가 다 휘어져 있었다.)
이렇게 내가 잃어버린 자전거만 해도 족히 7대가 되는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그 정도로 자전거를 많이 잃어버렸다. 아니, 잃어버렸다고 말하기보다 도둑맞았다고 말하는 게 옳은 표현일까? 정말 소제목 그대로 '자전거는 많고, 자전거 도둑도 많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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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건 나만 겪은 특이한 경험이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오랫동안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다들 한두 번 이런 경험을 겪어보지 않았을까. 새 자전거에 전조등 후미등과 거울을 붙였더니 다음날 자전거를 채로 누가 가져갔다던가… 같은 경험 말이다.
얼마 전에 자전거의 점검을 보면서 전조등과 후미등을 설치하기 위해 자전거 집에 갔더니 아저씨께서 '이 두 개는 꼭 관리 잘하셔야 합니다. 요즘 자전거 도둑이 기승입니다.'라고 말씀해주셨었다. 정말 어느 때나 이런 도둑은 없어지지 않는 것 같다.
정말 자전거를 살 형편이 되지 않아 자전거를 훔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훔친 자전거를 되팔아 이익을 취하기 위해 훔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그냥 야심한 밤이나 새벽에 장난으로 주차된 자전거를 훔치는 사람도 있을 거다. 이유는 제각각이겠지만, 절대 그러지 좀 않았으면 좋겠다.
지나가다 우연히 본 앞바퀴만 앙상하게 남아있던 자전거의 모습. 문득 옛날에 자전거를 도둑맞았던 때가 새록새록 기억난다. 지금 자전거는 절대 도둑맞지 않기 위해 항상 눈에 보이는 곳에 주차를 해두고 있다.
"자전거 도둑들아, 물럿거라-! 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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