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코모리들에게 내 청춘이 농락당하고 있다 1권 후기
- 문화/라이트 노벨
- 2014. 6. 18. 08:00
[라이트 노벨 감상 후기] 히키코모리들에게 내 청춘이 농락당하고 있다 1권
뭔가 이번 6월 신작 라이트 노벨 중에서 상당히 재미있어 보이는 신간이 눈에 띄었다. 그게 바로 이번에 구매한 《히키코모리들에게 내 청춘이 농락당하고 있다 1권》이었는데, 제목만 보고도 흥미가 생겨 2014년 6월 신작 라이트 노벨을 구매하면서 함께 구매하게 되었다. 뭐, 폭탄이면 읽지 않으면 되는 거고, 재미있으면 꾸준히 읽으면 되는 라이트 노벨이니까.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구매한 《히키코모리들에게 내 청춘이 농락당하고 있다 1권》은 여러 가지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한 권의 라이트 노벨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글쎄, 다른 대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라이트 노벨에 비해서 크게 재미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앞으로 진행될 이야기는 상당히 구미가 당기는 맛을 풍긴 그런 작품이라고 해야 할까?
전체적으로 작품 자체는 준수한 편이었다. 하지만 각 캐릭터의 특성을 잘 살린 갈등과 갈등 해소를 통한 이야기 전개는 왜 이 작품이 일본 일신사 문고 대망의 첫 대상 수상작인지 알 수 있게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독자에 지나지 않는 내가 전문적인 평가를 하기는 어렵고, 그냥 '볼만한 라이트 노벨이 한 권 더 늘었다'고 판단하면 쉽다.
히키코모리들에게 내 청춘이 농락당하고 있다 1권, ⓒ미우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일단, 주인공에 대해 간단히 소개를 해보자. 위 이미지에서 볼 수 있는 《히키코모리들에게 내 청춘이 농락당하고 있다 1권》의 표지를 장식한 건 이 작품의 여주인공이자 메인 히로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 미즈도리 시하네다. 남주인공 아오미 하루야는 과거 시하네에게 도움받은 일로 그녀를 쭉 동경하고 있었는데, 과거에 전학을 갔다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을 때 다시 그녀가 있는 곳으로 '혼자' 돌아오는 그런 설정을 가지고 있다.
이 설정은 어느 라이트 노벨이나 애니메이션에서 유독 흔히 볼 수 있는 속성 중 하나다. 특히 이 작품에서도 남주인공의 부모님이 갑자기 해외로 전근을 간다는 아주 손쉬운 설정으로 남주인공 하루야가 과거 소꿉친구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게 하였으니까. 현실에서는 이런 이야기는 전혀 없다. 애초에 과거 남주인공처럼 왕따를 당했던 내가 같은 지역에 있어도 여전히 남아 있는 건 어렸을 때부터 날 괴롭혔던 녀석들과 간간이 만나는 쓸데없이 불편한 스침 뿐이니까.
그런 면에서 《히키코모리들에게 내 청춘이 농락당하고 있다 1권》은 그 부분을 아주 절묘하게 잘 피해갔다. 고등학교에 갔을 때 남주는 초등학교 시절과 180도 다른 모습으로 아주 인기남이 되어 있었는데, 그런 남주를 본 과거에 괴롭혔던 한 인물은 그저 스스럼없이 친구가 된다. 참, 현실에서는 '얼마나 잘나게 됐다고 설쳐!?' '뭐? 이 쓰레기가?'라는 고성이 오가며 학교 뒷골목에서 인파이트로 한 번 대결해야 하는 그런 구조인데 말이다. 심지어 칼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라이트 노벨이나 애니메이션에서 그런 이야기는 없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남주의 예상과 하나 어긋난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자신이 과거 동경하면서도 좋아했던 소녀 미즈도리 하야네가 히키코모리가 되어 등교거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충격받은 남주가 그녀를 포기할 리가… 없다! 당연히 그는 담임 이누카이 토모노의 여러 쓸데없는 조력으로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고, 이런저런 일을 거치며 그녀를 밖으로 데리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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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히키코모리들에게 내 청춘이 농락당하고 있다 1권》에서 읽을 수 있었던 초반부의 내용이었다. 단지 그녀를 밖으로 데리고 나오는 데에도 꽤 많은 사건이 있었지만, 그녀를 밖으로 데리고 나오고 나서 더 많은 사건이 남주 앞에서 벌어진다. 남주 앞에 차례차례 등장하는 새로운 인물은 중2병이라는 속성을 가진 거유 미소녀도 있었고, 하루네를 히키코모리로 만든 얀데레 미소녀도 있었다. 이들이 벌이는 여러 이야기는 작품을 읽으며 웃을 수 있게 해준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뭐, 이 부분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기도 하지만… 이런 식으로 글을 쓰다 보니 이 일면의 내용에 대해 언급하기는 좀 어려울 듯하다. 그저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데, 간단히 몇 마디를 던지자면… 납치·감금·19금 드립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그런 이야기이다.
* 19금 드립은 요즘 국내에 발매되는 많은 라이트 노벨이 가지고 있는 특정 속성 중 하나인데, 이런 작품이 국내에 많이 나오고 있는 건 그만큼 우리나라도 일본을 따라가고 있다는 또 하나의 모습일까?
책에서 읽을 수 있었던 짤막한 드립 장면 두 개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하나도 효과가 없었다고요, 미스터도넛."
방과 후 체육교사실에서 이누카이 선생님에게 그렇게 말을 꺼냈다.
"어, 뭐라고? 지금은 독서 중이니까 방해하지 말아줄래?"
하지만 체육교사는 아까부터 이번 달에 발매된 점프 코믹스에 집중하느라 내 이야기엔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 지금 읽고 있는 촉수 선생을 좀 보고 배우라고.
"미스터도넛을 들고 가면 대부분의 여자는 넘어온다면서요?"
"엑, 말도 안 돼! 안 넘어왔어? 요즘 젊은 여자들은 멍청하니까 먹을 걸 주면 마음도 다리도 간단히 열 줄 알았는데."
교사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문제 발언. 무엇보다 당신도 아직 그 카테고리 안에 포함되잖아?
"다리를 열게 하려는 건 아닌데요."
"농담이다. 도넛 하나로 마음을 열어준다면 그레이트 티처도 3학년 B반 담임도 필요 없겠지. 선물 하나라도 들고 가면 대화를 나누기가 좀 쉽지 않을까 생각한 거야." (p63)
"좋긴 뭐가 좋아! 게다가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와, 그…… 그런 짓을 하고 싶진 않아."
나도 남자 고등학생이다. 그런 행위에 대한 관심은 당연히 있다. 하지만 욕망을 채우기 위해 상대를 가리지 않는 건 영 내키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는 건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머, 착실하기도 해라. 하지만 아무리 네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네게 안기고 싶어 하는 여자애들은 잔뜩 있을 거야. 괜찮아, 여고생은 머리가 텅텅 비었으니까 조금 웃어주면서 접근하면 다리 정도는 간단히 벌릴 거야. 추녀의 방에 굴러다니는 에로 만화책을 보고 발정할 바에야 그냥 확 저질러버려." (p79)
《히키코모리들에게 내 청춘이 농락당하고 있다 1권》은 이런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 밋밋한 전개 방식에 활력을 넣어준 건 히키코모리라는 속성을 가진 히로인들과 요즘 인기 있는 속성으로 유행하는 19금 드립을 서슴지 않는 20대의 멋진 미모를 가진 여선생이 말하는 작은 코믹 요소였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은 큭큭 웃으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왠지 모르게 허무함이 조금 남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글쎄, 이 작품을 강력히 추천하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냥 무난히 보기에는 괜찮은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오랜만에 손에 든 1권부터 시작하는 새로운 신작이기에 흥미가 생긴다면 한 번 서점에서 구매해 읽어보기를 바란다. 아마 이 작품이 애니메이션화가 된다면, 오히려 그 부분이 더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이 정도로 《히키코모리들에게 내 청춘이 농락당하고 있다 1권》 감상 후기를 마친다. 다음에는 또 다른 6월 신작 라이트 노벨 감상 후기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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