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불릿 4권, 키사라의 또 하나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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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노벨 감상 후기] 블랙 불릿 4권, 키사라의 내면 속 또 하나의 얼굴


 《블랙 불릿》 애니메이션에 대해 주변 네이버 이웃 블로거와 이야기를 할 때마다 '키사라의 저 웃는 모습 속에 있는 또 다른 키사라를 보시게 되면 정말 놀랍겁니다'는 말을 자주 들었었다. 나는 도대체 키사라가 얼마나 180도 바뀔 수 있는지 궁금했었는데, 그 궁금증을 이번 《블랙 불릿 4권》을 통해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그 모습은 가히 '대박'이라는 말이 어울렸는데… 자세한 건 뒤에서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블랙 불릿 4권》은 시작부터 끝까지 정말 긴장감이 흐르는 전개가 계속 이어졌다. 제일 먼저 읽을 수 있었던 건 지난 3권의 마지막에서 볼 수 있었던 '전투의 시작'이었다. 모블리스가 붕괴되면서 알데바란의 습격에 자위대는 한 순간에 괴멸해버리고, 가스트레아의 수는 더 증폭하면서 도쿄 에어리어는 완전 사상 최악의 위기에 몰리게 된다.


 이번 4권에서는 이 이야기를 지나치지 않게, 모자리자 않게 잘 묘사해주었는데… 아마 애니메이션으로 이 부분을 볼 때는 과연 어느 정도오 완성될지 정말 기대가 되는 부분 중 하나다. 이 긴박한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상황 중 한 부분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생과 사가 다투는 전장에서는 썩 아름다운 미담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불운하게도 간발의 차이로 구조할 수 없었던 이니시에이터가 눈물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빼곡히 늘어선 날카로운 이빨에 짓이겨 삼켜지는 광경도 보았다.

특히 사령탑 겸 정신적 지주인 프로모터를 잃은 이니시에이터의 착란은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한 번은 프로모터의 시신 곁에 주저앉아 있는 소녀를 발견해 일단 안전한 곳까지 데려가고자 손을 잡았으나 완강하게 거부하는 것이었다. "안 돼요. 이 사람 옆에 안 있으면 나 막 때려요."

그 말은 그녀가 프로모터에게 지금까지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프로모터는 이미 죽고 없다고 아무리 말해도 그녀는 그 말을 믿지 않는 통에 렌타로는 별 수 없이 다른 사람을 구조하고자 일단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한 번 되돌아왔을 때, 그 자리에는 수많은 가스트레아가 몰려들어 등을 돌린 채 주둥이를 처박고 앞 다투어 무언가를 뜯어 먹고 있었다. 그들은 렌타로를 알아차린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덤빌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먹고 있는 것이 어지간히도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p54)


블랙 불릿 4권, ⓒ미우


 특히 《블랙 불릿 4권》에서 가스트레아 알데바란의 능력은 가히 최고였다. 불로불사 능력을 지닌 것으로도 모자라 흩어지면 오합지졸에 불과한 저레벨 가스트레아를 효율적으로 통솔하면서 습격과 철저하게 인간을 기만하는 작전을 구사하며 민경과 자위대를 위기로 빠뜨린 것이다. 특히 자위대의 몰락은 거의 지옥 같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블랙 불릿 4권》은 정말 숨 가쁘게 읽어야만 했다.


 렌타로가 이 가스트레아를 처리하기 위해서 애쓰는 모습은 '대단하다'는 말 이외 어떤 말로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 과정에서는 이미 퇴장한 줄 알았던 한 콤비 히구코, 카케타네가 재등장을 하고… 같은 무술을 배웠던 쇼마가 목숨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쇼마는 뒷이야기가 더 있는데, 자세한 건 큰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이야기하지 않겠다.) 게다가 과거 렌타로에게 당했던 쓰레기 집단의 녀석들이 다시 한 번 더 쓰레기 짓을 하는 모습은 욕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그러나 모든 것은 조연이었다. 이번 4권에서 가장 확실히 볼 수 있었던 건 키사라의 모습이었다. 평범한 인간의 몸으로 키사라는 레벨3의 가스트레아를 한 방에 소멸시킬 정도의 힘을 가졌으며, 저주 받은 아이들이나 렌타로 같은 병기조차 쉽게 이길 수 없는 힘을 가진 듯했다. 카케타네가 그녀를 피한 부분에서는 그녀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예측할 수 있었는데, 키사라의 마지막 모습에서 '복수는 나의 것'이라고 말한 부분에서는 섬뜩할 정도였다.


 키사라가 피를 흩뿌린 그 모습을 조금만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사토미 군, 내 발도술에 지혈 기술 같은 건 없어."

"응?"

키사라는 등을 돌린 채 왼손을 수평으로 뻗더니 딱, 하고 손가락을 튕겼다.


"텐도식 발도술 0형 1번 '나선만참화·개화'. …복수는 나의 것."


별안간 도장 내에서 파열음이 울려 퍼지고, 창문과 장지문에 새빨간 것이 흩뿌려졌다.

한순간, 찬물을 끼얹은 듯 세계에 정적이 찾아들면서 매미 울음소리가 멎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도장 내에서 요란한 비명이 들려왔다.

엔쥬도, 티나도, 렌타로도 그 자리에 속박된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몸이 제멋대로 부들부들 떨려오기 시작했다. 설마, 설마―.

확인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렌타로는 천천히 피투성이가 된 장지문에 손을 대고 열었다.

숨이 막혀 오는 피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렌타로의 다리에서 힘이 빠지고, 정신을 차려 보니 눈을 활짝 뜬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 안에는 카즈미츠의 잔해가 흩어져 있었다. 비명을 질러 대는 그의 비서였던 여성은 필사적으로 한때 카즈미츠였던 인간의 잔해를 끌어모으고자 하고 있었다.

듣는 이의 정신을 손톱으로 긁어 대는 것만 같은 비명은 정신을 둘 곳을 잃은 자의 비명이었다. 시이나라고 하던 그 비서의 정신은 두 번 다시 이성과 정상의 세계로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p329)


 이런 일을 감행하고도 키사라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마치 살육을 즐기는 병기 같은 그녀의 모습에서 렌타로는 언제가 키사라를 적으로 돌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고, 키사라의 이 모습은 다시 감춰지고 말았다. 이 엄청나게 말도 안 되는 검술을 자랑하는 키사라의 힘은 과연 그 정점에 이르렀을 때 얼마가 강대할까. 키시라 혼자 알데바란 같은 가스트레아를 처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말도 안 되는 이 강함은 그저 정적만 흐르게 했다.


 《블랙 불릿 4권》에서는 여러 가지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지만, 역시 제일 눈이 갔던 건 키사라의 이 모습이었다. 그리고 자위대가 거의 기능을 상실한 도쿄 에어리어에 다음 5권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시작될까. 두근두근거린다. 이 이외에도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자세한 건 책을 읽어보기를 바란다.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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