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이야기(오니모노가타리), 시노부의 옛이야기
- 문화/라이트 노벨
- 2013. 9. 22. 08:00
[라이트 노벨 감상 후기] 귀신 이야기(오니모노가타리), 시노부의 옛 이야기
어제 블로그에 예약발행 되었던 '비탄의 아리아 14권 일러스트집 한정 세트 구매 후기'에서 '시간이 허락한다면, 귀신 이야기 감상 후기를 올리도록 하겠다'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다리에서 전해져 오는 작은 아픔을 참으면서 결국 '귀신 이야기(오니모노가타리) 감상 후기'를 쓰게 되었다. 귀신 이야기는 니시오 이신의 '이야기 시리즈' 작품 중 이번 9월에 한국으로 정식 발매가 된 작품으로, 이번에도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귀신 이야기, ⓒ미우
이번 '귀신 이야기'에서는 코요미와 마요이가 갑작스럽게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둠'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고, 좋지 않은 예감을 느낀 코요미와 마요이는 그 어둠으로부터 도망친다. 사실, '어둠'이라고 이름을 붙였기 때문에 어둠이지 책에서는 좀 더 묘하게 표현이 된다. 내가 잘 표현할 수 없는 이 묘한 것을 책은 아주 잘 묘사하고 있다. 정말 니시오 이신의 문장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 중 하나였다. 그 묘사 일부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그것'이 무엇인지 확정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에게는 '그것'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보이지 않는 존재를 목격했다는 표현도 어쩐지 그 자체가 모순되어 있다는 기분도 들지만, 이 경우에는 그 표현이 가장 정확하다.
왜냐하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은 결코 투명하다는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앞서 고민했던 것처럼 유령 소녀인 하치쿠지 마요이의 모습은 일반인의 눈에는 인식되지 않는데(이것은 마요이가 오인이라서 고민이란 단어를 엇걸어 장난치려는 것은 아니다. 재치 있지도 않고, 불경스럽기까지 하다), 그럼 그것을 가지고 하치쿠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가 하면… 사실 그렇다고만은 할 수 없다. 어째서냐면 눈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라는 '인식'을 '인지'할 수 없다는 이야기니까.
보이지 않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그것은 바꿔 말하면 있지 않다, 라는 뜻이다.
인식할 수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인간의 머릿속에는 그런 이론이 성립한다.
그리고 이 경우에 나는 보이지 않는 '그것'을 인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도 그럴 것이 그곳에는 '어둠'이 있었으니까.
어둠…. 암흑이라고 바꿔 말해도 좋다.
혹은 그저 검은 것.
다시 한 번 말해 두는데, 지금은 한낮이다. 그것도 한여름의 한낮이다. 하늘에서 태양빛이 쨍쨍 내리쬐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땀에 푹 적을 것 같은 그런 날씨. 요컨대 시야가 양호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그런 환경 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것이다.
그 '어둠'은.
(p36)
'귀신 이야기'는 그 어둠을 만난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한다. 시노부는 이 어둠이라는 존재를 400년 전에 만난 적이 있었는데(시노부는 흡혈귀라는 괴이다. 지금은 코요미의 그림자 안에 있지만, 전성기의 시노부는 지구를 통째로 파괴할 수 있는 힘을 지녔었다), 그 이야기에는 시노부의 첫번째 권속이라고 말할 수 있는 초대 괴이살해자가 언급된다. 시노부가 이야기의 화자가 되어 코요미에게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귀신 이야기'의 대부분은 과거 시노부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재미있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재미는 액셀 월드에서 읽을 수 있는 긴박감이 넘치는 그런 재미가 아니라 이야기가 뒤로 이어지는 그런 재미다.
다시 한 번 더 어둠이 나타나기 직전까지 이 이야기는 계속 되고, 작품의 8할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지겹지는 않았다. 어둠의 두 번째 습격에서 도망친 코요미는 가엔 이즈코를 만나 어둠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책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겠지만, 어둠의 정체는 말 그대로 어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장난하느냐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이 어둠의 정체를 읽게 되면… 그 말밖에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아무튼, 그 정체를 알고 되고― 왜 습격을 해왔는지― 목표는 무엇인지를 가엔 이즈코를 통해 코요미와 마요이는 알게 된다. (한 명이 더 있는데, 일일이 언급하는 건 귀찮으므로 생략하도록 하겠다.) 그 해결책은 '성불'이라는 것인데… 이 단어를 언급한 것으로도 어떤 식으로 해결이 되었는지 알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귀신 이야기'는 그 끝을 맺는다. 다음에 우리 한국 독자가 읽어볼 수 있는 니시오 이신의 시리즈는 '사랑 이야기'라고 한다. 그 이야기는 또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정말 기대가 된다. 그리고 '귀신 이야기'와 함께 읽어 볼 수 있었던 니시오 이신의 최신작 중 하나인 '소녀 불충분'이라는 책은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링크)라는 블로그에 후기를 쓸 생각이다. 혹시 관심이 있다면, 블로그를 방문하여 찾아보기를 바란다.
그럼, 이 정도로 '귀신 이야기' 감상 후기를 마치도록 하겠다. 책을 읽으면서 시노부의 재생력과 회복력이 정말 부러웠다. 발목이 개방형 골절로 부숴지는 바람에 아직도 물리치료를 받고 있고, 'ㄴ' 자로 박힌 두 개의 핀 중 가로로 된 핀을 뽑기 위해 10월에 또 수술을 하고― 긴 시간동안 재활을 해야 하는 시점에서 흡혈귀의 그 경이로운 생명력은 부러울 수밖에 없으니까. 아아, 젠장. 정말 빨리 낫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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