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스노키는 이미지 변신에 실패하고 있다 4권 후기
- 문화/만화책 후기
- 2025. 8. 2. 07:26
만화 <쿠스노키는 이미지 변신에 실패하고 있다 4권>은 지난 2권에서 등장했던 헤비카와 리리카에게 극도로 경계심을 갖고 있던 주인공 시즈키 케이스케가 그녀와 만나는 장면으로 막을 올린다. 헤비카와는 시즈키를 전혀 기억하고 있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의 자세를 통해 뭔가 수상쩍다는 것을 느끼고 그를 기억해 낸 거다.
헤비카와 리리카와 시즈키 케이스케
자신에게 트라우마 덩어리나 다름없는 헤비카와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기억해 낸 것에 대해 시즈키는 얼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중학교 시절 아무리 그녀를 좋아했었다고 해도 자신이 당했던 처우와 괴로운 기억은 여전히 그녀를 볼 때마다 헛구역질을 하게 하면서 시즈키를 심리적으로 괴롭혔다.
하지만 헤비카와는 그런 시즈키가 재미있다면서 놀리거나 괴롭히려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다. 오히려 진심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는 말을 하면서 시즈키만 아니라 책을 읽는 우리 독자도 혼란스럽게 했는데, 헤비카와가 말한 "네가 멋대로 꿈꿨던 것뿐이잖아."라는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시즈키도 똑같았다.
모두가 무시하고 하찮게 여기던 자신을 평범하게 대해주었던 헤비카와에게 무심코 그런 마음을 품는 건 중학교 시절의 시즈키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중요한 건 사소한 친절을 가지고 멋대로 호의로 해석해 과잉 해석을 한다면 그것 또한 잘못되었다는 점이다. 사람에게 상처를 받지 않으려면 기대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즐거운 기억을 많이 만들지 않을래요?
어떻게 보면 팩트 폭력이라는 것을 당한 시즈키는 다소 침울해져 있었는데, 그런 그를 격려해 준 건 고등학생이 되어 친구가 된 쿠스노키였다. <쿠스노키는 이미지 변신에 실패하고 있다 4권>에서 읽어볼 수 있는 쿠스노키의 대사는 언뜻 보면 너무나 당연한 말이기는 해도 절대 쉽지 않은 말이기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어볼 수가 있었다.
"쿠스노키는, 안 좋은 기억을 지우고 싶을 때 어떻게 해?"라는 시즈키의 질문에 쿠스노키는 이렇게 답한다.
"나라면… 애니와 만화죠! 좋아하는 애니를 보거나 만화를 보면서 잊으려고 해요! 아, 그리고 게임도! 하지만… 아마 잊을 수 없을 거예요. 좋아하는 일을 해도 밥 먹을 때나 목욕할 때처럼 평범한 순간에 또 생각이 나 괴로워지죠. 그런 게 반복돼요. 나도 옛날에 굉장히 괴로운 일이 있었는데요, 아직도 문득문득 생각이 날 때가 있어요. 안 좋은 기억을 없앨 수는 없어요. 하지만 최근엔 기억나는 횟수가 엄청 많이 줄었어요. (중략) 안 좋은 기억은 지울 수 없지만 그래도 즐거운 기억을 많이 만들면 옅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러니까… 앞으로 나랑 같이 즐거운 기억을 많이 만들지 않을래요?"
그녀의 말을 들은 시즈키는 그녀의 말에 감사하면서 그녀와 함께 있을 때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그리고 시즈키는 쿠스노키에게 품은 마음이 단순한 우정이 아니라 이성으로서 그녀를 좋아하는 호감임을 깨닫게 된다. 그냥 친구로 지내고 싶었을 뿐인데 이성으로서 좋아하게 되었을 때 시즈키는 어떻게 해야만 할까?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만화 <쿠스노키는 이미지 변신에 실패하고 있다 4권>에서는 쿠스노키가 함께 놀자는 제안에 시즈키는 당장 그것을 받아들이고 싶으면서도 그녀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니 부끄러워서 단둘이서 만나는 게 어려워졌다. 그렇게 그는 친구들과 함께 쿠스노키와 모에를 만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여기서도 시즈키는 쿠스노키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살짝 거리를 두었다가 쿠스노키 덕분에 다시 평소처럼 그녀를 대할 수 있게 되었지만, 문제는 시즈키가 이성으로서 좋아하는 마음을 품게 된 쿠스노키는 여전히 그를 향해 "우리는 친구니까…."라고 말했다는 점이다. '친구'라는 관계에 얽혀 있는 이상 앞으로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시즈키는 "우리는 친구니까…."라며 웃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살짝 낙담한 듯 "응."이라고 대답했어도 그의 마음은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대로가 좋아. 지금의 관계가 무너지느니 이대로가 나아.'라며 굳이 쿠스노키와의 관계를 변화시키려고 하기보다 지금처럼 친구로 지내는 것을 선택하고자 했다. 연애라는 게 이렇게 어렵다.
그리고 또 하나 우리는 <쿠스노키는 이미지 변신에 실패하고 있다 4권>에서 읽어볼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서 남녀 사이에 친구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 중 일부는 남녀 사이라고 해도 친구로 지내는 경우가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이렇게 무심코 친구였던 사람이 이성으로 보이는 법이다.
앞으로 쿠스노키와 시즈키는 어떻게 될까? 그리고 만화 <쿠스노키는 이미지 변신에 실패하고 있다 4권> 마지막 장에서 읽어볼 수 있었던 헤비카와와 쿠스노키의 일은 또 어떻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만화를 읽어볼 수 있도록 하자. 크게 흥미로운 전개는 없었다고 해도 충분히 재미있게 책을 읽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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