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한 잔 4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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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감상 후기] 집에서 한 잔 4권, 혼술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독자를 위한 만화


 나는 평소 술을 잘 마시지 않지만, 가끔 호로요이 같은 과실주를 사서 혼자서 마실 때가 있다. 최근에는 통장의 상황이 너무나도 안 좋아서 ‘사치’로 취급하는 먹거리는 죄다 포기하고 있지만, 지난주만 하더라도 드라마 <뷰티 인사이드>를 보면서 호로요이 한잔을 하는 사치를 누렸다. (웃음)


 술에 별 관심이 없다 보니 나는 술을 마시는 일은 물론, 술의 종류도 잘 모른다. 내가 아는 건 일본 문화 수업을 하면서 혹은 학교에서 지원하는 일본 연수 프로그램을 다녀오면서 배운 일본 술뿐이다. 그래서 호로요이 같은 과실주는 가끔 마시고 있고, 뭔가 단맛이 없는 한국 술은 잘 마시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만화 <집에서 한 잔 4권>을 읽다 보면 ‘오호, 이렇게 마시는 방법도 있네!’ ‘이런 술도 괜찮은 것 같다.’라고 생각할 때가 잦다. 그만큼 <집에서 한 잔>이라는 만화가 술을 마시는 모습을 매력적으로 보여주는 거다. 물론,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그 에피소드 자체가 재밌는 작품이다.


 공유 주택에서 함께 생활하는 여주인공 4명은 서로 다른 일을 하면서도 함께 자주 시간을 보낸다. 물론, 그 시간은 대체로 집에서 한잔을 하면서 이래저래 세상 사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야기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나름 또 보는 맛이 상당하다는 게 이 작품의 매력이었다.




 오늘 <집에서 한 잔 4권>은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11월이야. 뭔가 가을다운 일이라도 했나?” 놀라는 미도리카와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딱 만화를 읽는 지금도 11월이라 놀라운 인연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뭔가 가을다운 일이라도 했나?’라며 자문해보며 괜히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렇게 이야기를 시작한 <집에서 한 잔 4권>은 일본의 가을과 연말을 맞아 보내는 소소한 일상 에피소드가 그려진다. 온천을 즐기는 단풍 여행을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도 하고, 소원을 비는 신사에서 ”시간이 멈춰서 나이를 먹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비는 내일모레 30살의 주인공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이 장면을 보면서 나는 문득 달력을 보다가 “저도 시간이 멈춰서 나이를 먹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빌고 싶은 심정이었다. 왜냐하면,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도 만으로 28살(미도리카와와 동갑)이고, 한국 나이로는 29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벌써 내일모레면 나는 기어코 30살이 되어버리고 만다.


 20살에서 나이를 먹지 않을 것 같은 기분으로 20대 중반을 보내고, 20대 후반은 늦은 복학으로 아직 대학을 다니면서 보낸 탓에 대학을 졸업하는 이 시기가 벌써 30살인 거다! 이건 정말 미쳤다는 말로도 부족한 끔찍한 상황이다. 이럴 때는 잘 마시지 않는 술이라도 혼자서 꿀꺽꿀꺽하고 싶다.


 하지만 나에게는 술을 마시는 일보다 이렇게 만화를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최고의 시간이다. 내심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도 <집에서 한 잔 4권>에서 그려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도 내년 이맘때는 일본에서 이런 생활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웃음)




 그런 기분으로 읽은 만화 <집에서 한 잔 4권>은 몇 가지 좋은 말을 듣기도 하고, 이색적인 술의 이름과 칵테일 조합법을 읽으면서 배우기도 했다. 몇 가지 좋은 말 중 하나는 ‘上善如水. 죠젠(上善)이란가장 이상적인 삶을 말한다. 그것은 물과 같아야 한다. (미즈노고토시)’이라는 말이었다.


 이 말을 사용해 주인공 한 명이 한 대사는 다음과 같다.


“물은 안개나 얼음 등 환경에 맞춰서 그 자태를 바꾸는 유연성을 가졌고, 사람들에게 많은 은혜를 베풀면서도 반드시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겸허함을 가졌지…. 이걸 우리에게 적용하면, 결국…! 남친은 꼭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얽매일 필요가 없는 유연성! 타인과 행복 수준을 비교하지 않는 겸허함! 이것이 바로 물처럼 살아가는 것! 이 사고방식을 우리도 진지하게 수용해야 하지 않을까?”


 만화에서 노자 이야기를 읽으니 조금 색다르기도 했고, 이 말을 꺼낸 소재가 청주에 적힌 ‘죠젠미즈노고토시’라는 단어라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보통 술의 상표와 술병 띠지에 이런저런 의미가 있는 문구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이렇게 철학적인 문구가 들어있을 줄이야.


 <집에서 한 잔 4권>은 이런 장면을 비롯해 11월 말과 12월 크리스마스 시즌, 그리고 본격적인 연말과 새해를 맞이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에피소드를 하나씩 읽을 때마다 새로 소개하는 술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비롯해 일상 에피소드, 그리고 생각지 못한 오로나민C 조합 에피소드에 웃을 수 있었다.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는 만화 <집에서 한 잔 4권>을 참고해주기를 바란다. 오늘도 열심히 일하며 집으로 돌아와 혼자 술을 마시며 TV를 보거나 혹은 혼자 시간을 보내는 사람에게 추천하기 좋은 만화다. 아마 남성 독자보다 여성 독자가 더 좋아하는 만화라고 생각하는데, 판단은 직접 읽어보자.


 <집에서 한 잔 4권> 마지막은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며 스텔라 하우스의 집주인이 주인공 4명에게 생각지 못한 문서를 보낸 장면에서 끝났다. 이 문서와 관련된 사건과 새로운 인물이 주인공 4명과 어떻게 어울리게 될지는 <집에서 한 잔 5권>에서 읽어보도록 하자. 오늘 <집에서 한 잔 4권> 후기는 여기까지!


* 이 작품은 대원씨아이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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