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이자와 주민센터 소식 1권 후기
- 문화/만화책 후기
- 2018. 9. 6. 08:00
[만화책 감상 후기] 하나이자와 주민센터 1권, 기묘한 공간의 이야기
우리 한반도는 남과 북이 지뢰밭으로 나누어져 있다. 독일 같은 유럽 국가에서는 바로 길을 건너면 이웃 나라고 갈 수 있는 국경선을 자유롭게 밟으며 왕래하지만, 한국은 발을 한 발자국만 잘못 내디디면 국가보안법 위반을 비롯해 목숨이 위태하다. 만약 평범한 도시 한가운데에 이런 장소가 생긴다면?
오늘 소개할 만화 <하나이자와 주민센터 소식 1권>은 바로 그런 상상에서 출발하는 만화다. 그런 상상에서 출발했다고 말해도 작가가 어디서 영감을 얻어 이런 작품을 쓰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 기묘한 만화 <하나이자와 주민센터 소식 1권>은 별것 아닌 내용인데도 너무나 흥미로웠다.
<하나이자와 주민센터 소식 1권>의 무대가 되는 하나이자와 마을은 보이지 않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예를 들면, 우리가 판타지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외부인의 출입을 막거나 내지인의 출입을 막는 결계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결계와 비슷한 보이지 않은 벽이 마을을 둘러싼 탓에 격리가 되어버렸다.
그 벽은 처음에 셸터 혹은 형무소에서 사용하기 위해서 생명 반응이 있는 유기체 같은 건 통과시키지 못하도록 연구 개발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중에 사고가 나서 하나이자와 마을이 벽으로 내부와 외부로 단절이 되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이자와 마을에는 사고 전 세대와 후 세대가 생겨났다.
상상해보자. 만약 보이지 않는 벽으로 나누어진 마을이 생긴다면, 과연 그곳은 어떻게 되어버리는 걸까?
가장 쉽게 상상할 수 있는 법리가 무너져 무법천지 지대가 되는 거다. <눈먼 자들의 도시>라는 작품은 보이지 않는 벽은 없어도 눈이 보이지 않게 되는 병으로 격리 공간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격리 공간에서 처음엔 공동체 생활을 하는 듯했지만, 이윽고 무법지대가 되어버렸다.
외부에서 간섭할 수 없는 곳은 그렇게 법이 쉽게 무너질 수 있다. 하지만 ‘상식’이라는 게 존재하는 곳에서는 역시 법치를 따를 수밖에 없는데, 하나이자와 마을에서도 비슷했다. 어린아이들은 인터넷 강의로 수업을 들었으며, 일하는 것도 재택근무 혹은 쓰레기 같은 걸 처리하는 일이 전부였다.
또한, 하나이자와 마을은 사고로 격리되어버린 지역이기 때문에 당연히 정부의 지원금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정권이 바뀌거나 외부 사회에서 ‘그런 곳에 쓸 헛돈이 어디 있느냐!?’라는 목소리가 나오면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는 문제였다. 하나이자와 마을은 그렇게 좁고 정말로 작은 마을이었다.
만화 <하나이자와 주민센터 소식 1권>을 읽어보면 사실 크게 범법 행위 같은 게 그려지진 않는다. 다만 이 좁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몇 가지 문제가 살짝 위기를 느끼게 하기도 하고, 시점을 돌아가며 그려진 이야기에서 다음은 또 무슨 일이 그려질지 궁금하기도 했다. 대체 이 작품은 어떻게 흘러가는 걸까?
오늘 만화 <하나이자와 주민센터 소식 1권> 후기는 여기까지다. 지금까지와 조금 다른 만화, 기묘한 방식으로 전개되는 만화를 찾는 사람에게 <하나이자와 주민센터 소식>을 추천하고 싶다. 아무도 나가지 못하고,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린 채 죽어가는 작은 마, 하나이자와의 이야기를.
* 이 작품은 대원씨아이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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