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한 잔 1권 후기

[만화책 감상 후기] 집에서 한 잔 1권, 오늘 도쿄에 상경했습니다

 요즘 TV 방송을 보면 이전에는 금기시되었던 음주 방송이 제법 흔해진 것을 엿볼 수 있다. 강호동과 이경규가 진행하는 <한끼줍쇼>에서도 한 끼를 얻어먹으러 간 집에서 반주를 하면 함께 술을 마신다. 이 일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음주’이니까.

 술을 마시는 일을 방송에서 보여주면 어린 시청자(청소년)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대체로 금지되는 분위기가 강했다. 과거 <남자의 자격>에서 양준혁이 선을 보면서 술을 마신 일이 꽤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벌써 그때가 몇 년 전인지도 희미한데, 요즘은 그만큼 분위기가 달라졌다.

 ‘혼밥’과 함께 ‘혼술’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먹방에도 종종 혼술이 등장한다. 한국보다 훨씬 일찍 혼밥과 혼술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일본은 만화와 애니메이션, 드라마를 통해서도 혼밥과 혼술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아졌다. <고독한 미식가>만 보더라도 때때로 술을 마시며 밥을 먹는다. (웃음)

 오늘 소개할 만화 <집에서 한 잔 1권> 또한 술을 즐기는 주인공의 에피소드를 그린 만화다. ‘혼술’은 아니지만, 오카야마에서 도쿄로 상경한 주인공이 거주하는 쉐어하우스에서 함께 사는 사람들과 술을 즐기는 이야기가 재미있게 그려졌다. 놀라운 것은 올해 1월 애니메이션 방영 중이라는 거다!

 처음 <집에서 한 잔 1권> 받고 표지를 읽었을 때 무척 놀랐다. 나름 애니메이션을 챙겨보는 입장에서 전혀 <집에서 한 잔>이라는 작품이 애니메이션으로 방영하고 있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천사의 3P> 같은 모에 작품을 중심으로 보기 때문에 이렇게 드문 장르의 작품은 잘 모른다.

 애니메이션화가 되었다고 해서 제법 기대를 하며 <집에서 한 잔 1권>을 읽었는데, 주인공이 도쿄에 상경해 보내는 여러 일상은 가볍게 읽기 좋았다. 술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살짝 다른 공기가 있기도 했지만, 함께 마시면서 이렇게 바보 같은 이야기와 고민을 주고 받는 일은 무척 분위기가 좋았다.

 과거 일본 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 내가 술을 마시게 된 이유도 소수 몇 명과 함께 마시는 일이 즐거웠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금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마시지는 않지만, 종종 집에서 호로요이, 츄하이 같은 과실주를 사서 혼자 마실 때가 있다. 역시 나이가 30에 가까워지면 술이 당기는 걸까?

 아무튼, <집에서 한 잔 1권>에서 읽은 여러 술을 마시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에피소드는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주인공이 도쿄에서 일하며 ‘첫 출근’을 맞아 겪는 에피소드도 간간이 비쳐 ‘오, 이렇구나!’라며 놀라기도 했다. 뭐, 만화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각색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첫 출근이니 오늘은 일찍 퇴근하게.”라고 말하는 일본 상사의 대사다. 만화에서 이 대사를 읽으면서 ‘레알!? 일본에서는 이런다고?’라며 심히 놀랐다. 왜냐하면, 한국이라면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첫 출근은 빡센 근무와 환영회에서 과한 음주로 엉망진창이 된다.

 환영회는 날을 바꿔서 금요일에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렇게 정시 퇴근도 아니라 조금 더 일찍 퇴근하는 일을 허락해주는 문화는 아직도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일본 또한 회사마다 분위기가 다를 것으로 생각한다. 내가 인턴으로 근무한 회사는 출퇴근 시간까지 자유로울 정도로 유연한 회사였다.

 <집에서 한 잔 1권>을 읽으면서 ‘주인공이 다니는 회사라면 괜찮을지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부분도 다 더 부러운 건 역시 쉐어하우스에서 함께 지내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낯선 도시에 상경해서 좋은 사람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 따기. 만화이기 때문에 가지지 어려운 걸 상상하며 읽을 수 있었다.

 아직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는 만화 <집에서 한 잔 1권>은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처럼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20대 중반을 넘어 후반이 되어버린 사람에게는 제법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많았다. 무엇보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집에서 한 잔 1권>은 술 한잔하며 읽기 좋을지도?

* 이 작품은 대원씨아이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