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12권 후기
- 문화/라이트 노벨
- 2018. 1. 13. 07:30
[라이트 노벨 감상 후기]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12권, 선택과 성장, 그리고 잃는 것
오늘은 택배를 통해 도착한 신작 라이트 노벨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12권>을 다른 일을 제쳐두고 먼저 읽었다. 어제 받은 신작 라이트 노벨이 쌓여 있어도 일단은 가장 읽고 싶은 작품부터 읽어야 적성이 풀리기 때문이다. 아마 이 심정을 라이트 노벨 독자라면 모두 공감하지 않을까?
일본에서 발매가 되었을 때도 ‘원서로 구매해서 읽고 싶다’라며 혼자 끙끙 앓은 라이트 노벨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12권>은 기대한 만큼, 아니, 기대 이상의 에피소드를 읽을 수 있었다.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12권>은 장마다 분위기가 서서히 바뀌며 독자를 끌어당겼다.
제일 먼저 읽은 유키노시타, 유이가하마, 히키가야 세 사람이 함께 보내는 이야기는 어딘가 애틋한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쓸쓸함을 상기시켰다. 드디어 유키노시타 유키노가 말하는 ‘유키노시타는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을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는 내 의지로 확실하게 결정하겠어.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온전히 내 힘으로 생각하고 납득해서… 포기하고 싶어.”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유키노시타 하루노’라는 지나치게 밝은 빛 아래에서 그림자 같은 존재로 지낸 인물이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그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했지만, 유키노시타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머니가 허락한 범위내의 일뿐이었다. 자연스럽게 유키노시타는 하루노를 뒤를 따라갔다.
하지만 그 길의 끝에 있던 건 ‘진짜 내가 원하는 건 무엇일까?’라는 답을 찾을 수 없는 공허한 질문과 슬픈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뿐이었다. 라이트 노벨 후기에서 현실을 꺼내는 건 조금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 현실에서도 언제나 ‘남’을 흉내 내거나 따라가다 방황하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바로 그 상황에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이제 어른이 되기 위해서 한 발짝, 아니, 반 발짝을 떼려고 시도하고 있었다. 하루노는 그녀의 모습을 ‘그렇게 많은 것을 포기하며 어른이 되는 법이니까.’라고 말하며 앞으로 유키노시타가 걷게 될 앞과 히키가야의 앞을 작게 중얼거리기도 했다.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12권>의 첫 번째 이야기는 세 사람의 이야기가 너무나 애틋해 무어라 쉽게 말할 수 없는 분위기였고, 두 번째 이야기는 하루노의 이야기가 굉장히 쓸쓸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덕분에 1장과 2장 에피소드를 읽는 동안 분위기는 깊은 한숨과 함께 축 처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 분위기를 급격히 바꾼 것은 3장에서 읽은 코마치의 입학시험 당일에 히키가야 하치만이 만난 카와사키 사키와 그녀의 여동생 카와사키 케이카다. 정말 개인적으로<역시내 청춘 러브코메디 는 잘못됐다>의 여러 히로인 중 항상 상위 랭크에 기록하고 싶은 인물이 카와사키 사키라는 인물이다.
카와사키와 그녀의 여동생과 만나 히키가야가 보내는 즐거운 일상은 앞의 무거운 공기를 새까맣게 잊도록 해주었다. 어린 미소녀 케이카가 보여주는 천진난만한 매력으로 만드는 밝은 공기와 함께 카와사키 사키가 만드는 시크한 매력이 돋보이는 공기는 ‘그냥 결혼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전에는 목검이나 체인, 요요 같은 게 어울릴 법한 느낌이었다면, 요새는 장바구니나 대파가 아주 찰떡궁합이다. 그보다 이 분, 장바구니 든 모습을 너무 자주 보여주는 것 아닙니까……?
본인을 쏙 빼다 박은 어린애를 데리고 산 마르크에서 시간을 때우다니, 어디로 보나 리틀맘 같은 느낌인데. 리틀맘이라는 말, 요새는 잘 안쓰는 모양이다만.
그 덕분에 나란히 앉아 있는 나까지 포함해서 한 식구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여기다 만약 내가 엘그랜드나 알파드 같은 미니밴을 몰았으면 시골 이온 마트에서 흔히 보일 법한 풍경이 되어버렸을 거라고. 좋아하는 만화는 원피스와 나루토라고 할 것 같고, 차 뒷유리에는 아이가 타고 있어요 스티커가 붙어있을 것 같고, 앞좌석에는 캐리거 목 쿠션이 달려있을 것 같다.
그런 상상을 하자 어쩐지 낯간지러웠다.
초콜릿을 입가에 묻혀가며 냠냠 크루아상을 먹느라 바쁜 케이카, 턱을 괸 채 물티슈를 들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카와사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나라는 구도가 그 낯간지스러움을 더욱 부채질했다. (본문 126)
윗글만 읽더라도 굉장히 평온한 분위기의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다음에 <역새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PSP 게임 소트웨어를 손에 넣게 되면, 정말 꼭 한 번 카와사키 사키의 루트를 진행해보고 싶다. 그녀는 히키가야가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선택지의 베스트 후보가 아닐까?
그렇게 카와사키 사키와 케이카의 매력에 빠져 흐뭇한 웃음을 짓는 것도 잠시, 이번에도 어김없이 또 하나의 과제를 들고 온 이로하를 통해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12권>은 분위기를 재정리하기 시작한다. 이로하의 과제는 유키노시타의 아래에서 굉장히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유키노시타 유키노의 홀로서기를 막아선 것은 역시 또 작품의 최종 보스에 해당하는 유키노시타의 어머니였다. 이로하가 기획한 학교 사은회에서 ‘프롬’이라는 댄스 무도회 같은 이벤트를 기획한 기획안을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물론, 발상은 이로하가 하고 구체적인 준비는 유키노시타가 했다.
이에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그녀 나름의 항변을 해보지만, ‘논의가 아니라 주장을 하러 온’ 그녀의 어머니는 난공불략이었다. 무너질 뻔한 위기의 순간에 히키가야의 한 마디 덕분에 ‘다음에 정식으로 이야기하자’는 선택지가 나왔지만, 여전히 커다란 산을 넘기 위해서는 많은 게 필요해 보였다.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12권> 마지막에 이르러 하루노가 히키가야를 향해 한 차가운 지적과 예상대로 찾아온 절체절명의 위기에 히키가야 하치만이 선택한 선택지. 여기서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는 확실히 한 쪽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하며 다음 13권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과연 언제쯤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13권>을 읽을 수 있을까? 빛나는 영웅이 아니라 어두운 영웅이 되는 모습이 너무나 뻔한 히키가야 하치만의 앞날은 쉽게 예상할 수 없다. 우리는 그저 이렇게 이야기를 읽을 뿐이다. 역시 이 작품부터 읽기 잘했다고 생각한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12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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