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토르트 파우치 3권 후기, 몸과 마음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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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감상 후기] 레토르트 파추이 3권, 마음을 원하는 일은 잘못된 걸까


 사람은 어떤 일을 하더라도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 마음이 가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내 마음이 진심으로 즐겁다고 느낄 수 있는 일을 찾고, 내 마음이 진심으로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은 꿈을 찾는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마음이 채워지지 않으면, 무슨 일을 하더라도 타는 갈증을 느끼는 존재다.


 그러나 종종 우리는 마음보다 먼저 몸의 욕구를 채울 때가 있다. 배가 고프면 일단 맛있는 음식을 찾기보다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는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먹는 음식 중 '맛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음식이 과연 몇 개나 있을까? 대체로 그냥 먹을 만 하니까 먹을 뿐이고,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다.


 식욕은 마음보다 먼저 몸의 욕구를 채우는 대표적인 행위 중 하나다. 그리고 조금 언급하기 껄끄러운 욕구인 색욕은 몸과 마음의 순서가 뒤바뀌기 아주 쉬운 행위 중 하나다. 거리에서는 그러한 욕구를 채우기 위한 장소와 간판이 눈에 띄고, 조금만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관련 업체를 검색할 수 있다.


 우리에게 '금지'라는 이름표가 붙어서 항상 절제하라고 하지만, 절제하면 할수록 생기는 게 색욕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이 없어도 몸을 섞을 수 있는 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고, 이미 원나잇이라는 개념이 익숙해져 버린 요즘 세대는 과연 둘 중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할 수 있을까?


레토르트 파우치 3권, ⓒ미우


 갑작스레 이렇게 무거운 공기 속에서 이런 화제를 꺼낸 이유는 위에서 볼 수 있는 만화책 <레토르트 파우치 3권>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레토르트 파우치 3권>은 달라진 것 없이 어떤 행위가 너무나 일상이 되어있는 학교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주인공들의 한숨이 나오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점심시간에 옥상에서 만나 함께 밥을 먹는 에마와 텐가는 옥상 위의  BGM에 대해 이미 이 학교에선 저런 소리가 BGM…. 새 울음소리라고 생각하면 돼…."라고 말할 정도로 초월한 모습을 보여준다. 정말 이 두 사람은 잘도 이렇게 강할 수가 있구나 싶었는데, 3권에서 제법 큰 반전의 흐름이 생긴다.


 중간고사 시험을 앞두고 텐가와 에마가 함께 공부를 하는 장면이 바로 그 계기다. 두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공부를 했지만, 공부를 마칠 때쯤 잠이 들어버린 텐가가 문제의 원인이 된다. 사용인을 시켜 텐가를 침대에 눕혔는데, 에마는 텐가를 바라보다 과거 보충 시간에 받은 수업을 떠올리며 당황해한다.


 처음으로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걸 느끼는 에마는 텐가 가까이에 다가가는데, 거기서 우리가 상상하는 시나리오는 그려지지 않는다. 하지만 무엇이든 할 듯 말듯한 초조한 상황이 그려지면 사람은 더욱 몰입하게 되는 법이듯, 에마가 느끼는 감정의 표현은 이번 3권에서 정말 확 물이 오르게 된다.


레토르트 파우치 3권, ⓒ미우


 그 이후 텐가와 에마가 함께 공부를 하다가 텐가가 에마의 집에서 잤다는 이야기를 들은 사치루가 굉장히 화내는 모습은 무척 귀여웠다. 자신의 집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올라오라고 하지만, 막상 집에 텐가가 오니 당황해하는 모습은 얼마나 모에하던지! 역시 사치루 같은 스타일은 최고인 것 같다. (웃음)


 중간고사 이후에는 작은 실습수업이 있는데, 이 실습수업에서는 배우가 등장하여 이 학교의 주제에 맞는 어떤 일을 가르치는 일이 이어진다. 이 장면에서 당연히 텐가와 사치루는 꼼짝도 하지 않지만, 여기서 <레토르트 파우치 3권>에서 꽤 비중을 차지하는 새로운 인물 키타지마 후미카가 등장한다.


 그녀는 반내에서도 굴지의 인기를 자랑하는 아이돌 급에 해당하는 인물이었지만, 실제로 그녀는 에마와 사치루와 마찬가지의 상태였다. 그녀는 처녀를 버리고 싶다고 말하지만, 막상 어느 상황에서 때가 되면 몸이 완강히 거절해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다. 그때 텐가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한다.


 "몸이 거부한다면 마음도 거부하고 있다는 뜻 아니야?"


 텐가의 이 말은 <레토르트 파우치 3권>의 가장 큰 주제라고 생각한다. 몸과 마음 둘 중 무엇이 먼저인지, 무엇이 더 중요한지 이야기하는 게 <레토르트 파우치 3권>의 큰 핵심에 놓여있었다. 텐가에게 마음을 품은 에마의 모습도 상세히 그려지고, 그런 에마를 보는 사치루의 모습은 더욱 부각된다.


레토르트 파우치 3권, ⓒ미우


 그 상황에서 그려진 키타지마 후미카의 이야기. 그녀는 장면이 바다로 바뀐 장소에서 메바에를 따라 가지만, 그곳에서도 결국 그녀는 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녀는 과거 자신이 좋아했을 남자 소꿉친구를 만나게 되는데, 그와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이 진짜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된다.


 이 에피소드도 제법 길게 그려지는데, 아마 <레토르트 파우치 3권>에서 이 에피소드 또한 심심풀이로 보는 즐거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녀가 마지막에 독백으로 중얼거린 '나에게 향하지 않았던 캇친의 연애 감정. 나는 마음도 원해.'라는 말. 어쩌면 <레토르트 파우치>의 주제는 이게 아닐까?


 그저 밝히는 인물로 나오는 메바에를 비롯한 몇 명의 소녀 또한 마음을 배워가고, 전혀 연애에 관심이 없는 에마가 텐가를 통해 애절함을 배우고, 좋아하는 마음은 있더라도 그런 일까지는 부끄러워서 상상도 모자이크 처리가 되는 사치루가 성장하는 이야기. 마음을 알고, 진짜 사랑을 향하는 결말이….


 겨우 만화 한 권 가지고 상당히 길게 이야기를 적은 것 같은데, 오늘은 여기서 만화 <레토르트 파우치 3권> 감상 후기를 마치고자 한다. 언젠가 나도 마음을 열 수 있는 상대가 생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전에 나는 살을 빼거나 여러 가지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않는 이상 현실은 될 수 없을 것이다. 아하하.


 아, 텐가가 부럽다. 진심 200%(웃음)




* 이 작품은 대원씨아이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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