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카코와 술, 어른을 위한 혼술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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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감상 후기] 와카코와 술, 혼자 술집에서 맛있게 먹는 이야기


 나는 벌써 나이가 20대 중반을 넘어서고 있지만, 아직 술을 마시지 못한다. 아니, 마시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일부러 마시지 않는 편이다. 어떤 술이라도 알코올이 조금 들어가 있는 주류를 마시게 되면 금세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3년 가까이 복용한 항우울제 때문에 술은 건드려서는 안 될 금기이다.


 그래서 나는 20대 중반이 넘어서고 있어도 술에 손을 전혀 대지 않는다. 그 탓에 때때로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술을 안 마시면 어떻게 하느냐고 핀잔을 들을 때가 있다. 종종 어른과 어울려야 하는 자리에서는 '아무리 그래도 1~2잔 정도는 마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애초에 나는 사람들과 어울려서 술을 마실 정도로 사회생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무엇보다 술을 마시는 자리는 거의 참석을 하지 않는 편이다. 밥을 먹을 때도 혼자 먹는 경우가 99%가 넘기 때문에 나는 모든 생활 습관을 '나'에게 맞추고 있다. 역시 반(半) 히키코모리 생활은 훌륭한 생활이다!


 아마 나처럼 반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지 않더라도 혼자서 밥을 먹거나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한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혼자족이 늘어나면서 혼자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장소가 생기기도 했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혼자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곳이 늘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종종 상류층 남성이나 여성이 가끔 고급스러운 바에서 술을 혼자 마시지만, 이제는 평범한 곳에서도 혼자서 그런 소비를 할 수 있는 곳이 늘었다. 아직 한국은 '끼리끼리' 문화가 크게 자리 잡고 있지만, 일본은 훨씬 오래전부터 혼자 문화가 발달해서 전혀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번에 읽은 <와카코와 술>이라는 만화는 혼자 술집을 찾아서 술을 마시면서 맛있는 안주를 먹는 주인공(작가 자신)을 그린 만화다. 솔직히 내가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과연 이 작품에 공감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술이랑 관계없이 맛있는 음식과 맛있게 먹는 캐릭터의 모습은 그 자체로 통했다.


와카코와 술, ⓒ미우


와카코와 술, ⓒ미우


와카코와 술, ⓒ미우


 한국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이하 혼술) 일을 상상하면, 드라마나 영화에서 종종 보는 포장마차에서 혼자 마른안주를 놓고 소주를 마시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렇게 술을 마시는 주인공의 대사는 상사 혹은 회사에 대한 불만이 쌓였을 때가 많고, 사랑하는 사람과 잘 안 되어서 괴로워할 때가 많다.


 한국에서 술자리가 가지는 의미는 끼리끼리 모여서 노는 문화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혼술은 늘 '괴로움'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하는 것 같다. 하지만 혼자 밥을 먹는 것만큼 혼자 술을 마시는 일이 익숙한 일본은 그런 편견이 없어서  혼술 장면이 드라마와 영화에서 편하게 볼 수 있을 때가 많다.


 <와카코와 술> 또한 평범히 직장 생활을 하는 작가가 혼자 이런저런 술을 마시면서 여러 안주를 맛보는, 일종의 맛집 탐험이 술집 탐험으로 그려진 작품이다. 위에서 이미지를 보면 알겠지만, 맛있게 먹는 캐릭터의 표정과 글을 통해서 직접 음식을 먹지 않았어도 충분히 그 느낌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그래서 혼술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설정에도 만화를 즐겁게 넘기면서 읽을 수 있었다. 역시 여름에는 혼자서 먹는 팥빙수만큼 맛있는 건 없다고 생각하지만, 작가처럼 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맛있는 안주와 함께 먹는 혼술이 최고인 걸까? 여름 한정으로 저런 장소에서 팥빙수도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솔직히 한국에서 팥빙수 점은 어디를 가더라도 모두 최소 2명 이상이 먹고 있기 때문에 혼자 팥빙수를 시켜 먹는 일이 좀 그렇다. 혼술만큼 혼빙수(혼자 먹는 빙수) 또한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먹을 수 있는 장소가 생겼으면 좋겠다. (왠지 한국 빙수 사업이 일본에 진출하면 생길 것 같단 말이지….)


 내가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만화 <식극의 소마>와 전혀 다른 장르와 분위기이지만, 식욕이 사라지는 더운 여름에 혼술을 통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일은 꽤 즐거웠다. 특히 혼밥을 할 때가 많은 나는 작가가 혼술을 하면서 주변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모습의 묘사가 굉장히 좋았다.


 정말 혼자서 밥을 먹다 보면 같은 식당에 있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의 자질구레한 이야기가 귀에 다 들려서 종종 귀를 쫑긋 세울 때가 있다. 다른 블로그에 그렇게 들은 이야기 중 '사생활 침해가 되지 않는' 이야기는 글로 적기도 했는데, 아마 내가 카페를 즐기는 사람이었다면 더 많은 소재를 얻지 않았을까?


와카코와 술, ⓒ미우


와카코와 술, ⓒ미우


 하지만 무엇이든지 돈이 필요한 법이라 나는 그럴 수가 없다. 일주일에 한 번은 먹던 치킨을 요즘에는 거의 한 달에 한 번으로 줄였고, 절약한 돈으로 등록금에 보태거나 주식을 사는 데에 투자하거나 직접 요리재료를 사서 요리를 하는 일이 늘었다. 역시 혼자 세우는 생활계획은 늘 따분한 법이다. (한숨)


 만약 내가 술을 마실 수 있고, 혼술을 즐기는 입장이라면 작가처럼 좀 더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까? 혼자 밥을 먹더라도 '맛있다.'고 느낀 적이 별로 없고, 최근에는 식욕을 줄어드는 데 이상하게 살은 찌고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참, 사람이 뭔가를 먹으면서 보내는 일 또한 힘든 것 같다.


 나처럼 혼자 무언가를 먹는 사람에게, 아니면 혼자 무언가를 먹는 일이 익숙지 않은 사람에게 <와카코와 술>은 '혼자서 먹어볼까?'는 도전을 해보고 싶은 마음을 품게 할지도 모른다. 역시 아직 한국의 전형적인 식당이나 술집에서는 혼술이 힘들겠지만, 맛있는 혼밥 탐험기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더운 여름의 일상 속에서 지쳐가는 어른들에게 <와카코와 술>은 작은 휴식 시간이 되어줄 것으로 생각한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 드라마로 나오기도 했으니 일본 드라마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 챙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역시 혼자서 여유를 챙기며 먹는 시간은 편안하고 좋은 법이다. (웃음)


*이 작품은 AK 커뮤니케이션즈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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