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4권 후기
- 문화/라이트 노벨
- 2013. 4. 15. 08:05
[라이트노벨 후기]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4권, 외톨이의 실체를 말하다
어제 소개한 '데이트 어 라이브'와 마찬가지로 4월 신작 애니메이션을 통해 상당히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작품이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이다. 이 작품은 데이트 어 라이브와 달리 화려한 액션이 주는 재미는 없지만, 다른 방면으로 아주 큰 재미를 주기에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나에게는 정말 많은 공감이 가는 내용이 많아서 개인적으로 아주 흥미롭게 읽고 있다.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4권 후기'는 그 이야기를 함께하고자 한다.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4권, ⓒ미우
일단 먼저 라이트 노벨의 이야기를 들어가 보자. 이번 4권의 표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남주인공 히키가야 하치만은 강제로 여름방학 청춘 이벤트에 참여하게 된다. 어떤 이벤트…? 여름하면 당연히 '그것'아닌가. 뭐, 바다에 수영복으로 바다에 뛰어드는 것은 아니기에 조금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와 비슷한 이벤트였다. 여름 합숙 캠프. 그리고 거기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 이미 충분히 학원물로서 필요한 것들은 하나하나 다 해 나가는 분위기다. 이 이벤트에서는 상당히 재미있는 여러 일이 있어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또한,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4권'에서 볼 수 있었던 작은 패러디와 인용은 신선한 재미를 주었다. 아마 나만 아니라 이번 4권을 읽은 사람들도 상당히 비슷하게 느꼈을 것으로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번 4권의 가장 큰 재미는 합숙 캠프에서 만난 루미를 돕는 이야기와 하야마와 유키노의 어떤 관계, 하치만과 유키노- 유이 세 명의 관계, 그 이외 인물들의 관계였다. 뭐, 여기서는 '데이트 어 라이브 4권 후기'와 달리 조금 말할 수 있는 부분을 제한할 수밖에 없기에 자세히 말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뭐, 네타를 당하고 싶지 않을 것이기에 다행일지도…? 궁금하다면 책을 사서 읽어보거나 애니메이션을 기다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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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스토리와 관련된 감상후기는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고 내가 아주 공감하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부분에 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 이야기에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경험이 바탕이 되었고, 개인적인 생각이 100%이기에 다른 사람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명심해주기를 바란다. 그럼, 시작해볼까?
이번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4권'에서는 지난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남주인공 히키가야 하치만이 혼자 있는 이유에 관하여 역설하는 장면이 상당히 많이 나왔다. 평소 활발하게 생활하며 다른 사람과 잘 어울러 지내는 사람들은 그 부분을 읽으면서 단순히 '재미있네'라고 생각하였겠지만, 늘 혼자 있는 나 같은 사람은 '맞아. 이게 진리야! 이게 세상의 법칙이라고! 완정 짱!'이라고 생각하며 읽었을 것이다. 먼저 아래의 한 부분부터 살펴보자.
먼 곳을 바라보는 루미의 눈빛은 서글펐지만, 동시에 아스라한 희망을 담고 있었다.
츠루미 루미는 아직 믿고 있다. 기대하고 있다. 환경이 달라지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허상에 불과한 덧없는 희망을.
"안됐지만 그건 불가능해."
매정하리만큼 딱 잘라 부정한 사람은 유키노시타 유키노였다.
루미가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본다. 그 시선을 똑바로 맞받아치며, 유키노시타는 또박또박, 애매한 표현은 무엇하나 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지금 다니는 초등학교 아이들도 너와 같은 중학교에 입학하겟지? 그렇다면 같은 일이 반복될 뿐이야. 이번에는 '다른 동네에서 온 아이들'도 한통속이 되어서."
같은 지역 내의 공립 중학교로 진학할 경우, 기존의 인간관계도 그대로 이어진다. 초등학교 졸업 당시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짊어진 채 시작해야 한다. 새로운 친구가 생길 만하면 어디선가 과거의 그림자가 스며든다.
우스갯소리와 경험담의 형태를 빌어 자신의 과거가 멋대로 공유된다. 제삼자의 편리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되어 즐거움을 선사하는 게 고작이다.
"……."
아무도 반론하지 않았다. 나야 물론 이의가 있을 리 없고, 유이가하마도 껄끄러운 기색으로 침묵한다. 그리고 뜩밖에도 루미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사실 그 정도는 너도 알고 있는 것 아니야?"
결정타를 날리듯 유키노시타가 말했다.자신의 말에 대답하지 못하는 루미를 바라보며, 무언가를 억누르는 것처럼 그 입매에 힘이 들어간다.
어쩌면 유키노시타는 루미의 모습에서 과거의 자신을 발견한 건지도 모른다.
"역시 그렇구나……."
체념 섞인 목소리가 힘없이 흘러나왔다.
(p141-142)
나도 개인적으로 위에서 말하는 유키노의 경험을 지독하게 했었다. 정말이지 사회의 인간관계는 완전히 다른 세계로 들어가지 않는 한 계속될 수밖에 없다. 특히 쓰레기들이 함께 올라오는 지역 내의 중학교, 고등학교에서는 그 관계가 쉽게 바뀔 수가 없다. 자연스럽게 그것이 연장되고, 루미나 유키노나 히키가야 같은 나는 혼자 있을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뼈저리게 알고 있다.
"어쩔 수 없다라……."
그렇다. 어쩔 수 없다.
분위기를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때문에 괴로움을 겪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어찌해볼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분위기와 대세는 거스를 수 없다. 본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취해야 할 때도 생긴다.
"모두"가 원하니까. "모두"가 그렇게 하니까. 안 그러면 "모두"에게 버림받으니까.
하지만 "모두"라는 녀석은 없다. 말하지도 않거니와 때리지도 않는다. 웃지도 화내지도 않는다.
집단의 마력이 만들어낸 환상이다.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탄생한 마물이다. 개인의 치졸한 악의를 감추기 위해 창조된 망령이다. 소외된 자의 목덜미를 물어뜯고 집단 내부에 마저 저주를 흩뿌리는 괴물이다.
한때 그도, 그녀도 그 피해자였다.
그러므로 나는 증오한다.
"모두"로 살아가라고 강요하는 세계를.
누군가의 희생을 밑거름으로 성립하는 저열한 평온을.
인간미나 정의조차도 은폐하여 악랄한 것으로 뒤바꾸어 놓고,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가시를 남기는, 단순한 기만에 지나지 않는 공허한 이상을.
과거와 세계는 바꿀 수 없다. 이미 벌어진 일들과 "모두"는 바꿀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에 예속될 필요는 없다.
과거는 버릴 수 있고, 세계는 망가뜨릴 수 있으니까.
(p284-285)
윗글을 읽고 '망상' 혹은 '중2병 녀석'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자신이 어떤 피해 경험을 해보지 않았거나 자신 앞에 놓인 현실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세상은 윗글에서 읽을 수 있는 대로 흘러간다. 그래서 우리 사람이 사는 세상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추악해질 수밖에 없고, 언제나 보이는 폭력이나 보이지 않는 폭력이 늘 존재할 수밖에 없다. 나는 이 사실을 초등학교 때 깨달았다. 세상은 쓰레기고, 미쳐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지 않은가?
나는 이 작품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를 작품 내용이 재미있어 읽기도 하지만, 윗글에서 볼 수 있는 심히 내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이 있어 더 많은 재미를 느끼면서 읽는다. 정말 철저한 정도의 망가짐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단순히 웃긴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내게는 아니다. 뭐, 이렇게 말하는 나도 이제는 상당히 옛날이야기를 가볍게 꺼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만, 이 모든 것이 인터넷이라는 가상 세계에서만 한정되는 것이지만….
아무튼, 이런 내용과 함께 주인공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여러 이벤트 덕분에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4권'이었다. 이번 4권의 마지막은 다음 5권에서 크게 술렁거림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할 수 있는 마지막이었는데, 다음 5권에서 읽을 수 있게 될 이야기가 정말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 중 하나를 남긴다.
홀로 남겨진 나는 문득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유키노시타 유키노가 올려다보았던 그 하늘을.
저 별빛은 아득한 과거의 잔상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수 많은 별밤을 넘어, 먼 옛날의 빛을 우리 머리 위로 드리우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과거에 얽매여 살아간다. 그 후로 아주 먼 길을 걸어온 것처럼 느껴질지라도 문득 고개를 들면 지난날의 기억들이 별빛처럼 쏟아져 내린다. 웃어넘기지도 지워버리지도 못하고, 그저 마음속 한구석에 간직해오던 과거의 흔적들이 갑자기 되살아난다.
유이가하마 유이도, 하야마 하야토도, 그리고 아마 유키노시타 유키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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