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이야기(백), 한 소녀의 성장 이야기
- 문화/라이트 노벨
- 2013. 1. 31. 08:00
고양이 이야기(백), 하네카와 츠바사라는 한 소녀의 성장 이야기
고양이 이야기(백), ⓒ미우
애니메이션을 워낙 재미있게 보고, 원작 소설을 찾아서 읽어보고 있는 '이야기(모노가타리) 시리즈'이다. 내가 읽은 고양이 이야기(백)은 지난번에 소개한 고양이 이야기(흑)과 다른 이야기로, 이번 고양이 이야기(백)은 전적으로 '하네카와 츠바사'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서술된다. 이번 고양이 이야기(백)을 통해서 '하네카와 츠바사'라는 소녀가 가진 아픔과 과거, 그리고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읽을 수 있는데, 여러 부분에서 섬세한 묘사와 이야기 진행에서 완벽한 구조를 갖추어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단순히 고양이 이야기(백)은 한 괴이 소설을 읽는다는 느낌이라기 보다는 성장 소설을 읽는다는 느낌이었다. 하네카와 츠바사가 조금 더 어른으로 성장하게 되는 이야기 말이다. 이번 고양이 이야기(백)에서 센조가하라와 하네카와의 대화에서 참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있었다. 일부러 하나하나 다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대학'이라는 것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부분을 조금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졸업한 뒤라…."
센조가하라는 함축이 느껴지는 말투로 내 말을 반복했다.
"정직하게 말해서 좀 뭐하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하네카와에게 대학 교육이 필요하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대학이란 공부만 하러 가는 장소가 아니니까. 내가 보기에는 세계를 돌아다니는 것도 대학에 가는 것도, 같은 일이라고 생각해."
소설을 통해서 대학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조금 부정적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그저 무분별하게 대학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상당히 의미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위 대사에서 볼 수 있는 센조가하라가 "대학이란 공부만 하러 가는 장소가 아니니까. 내가 보기에는 세계를 돌아다니는 것도 대학에 가는 것도, 같은 일이라고 생각해"라고 말한 대학의 의미.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지금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람이 그저 공부 혹은 취업만을 목표로 대학을 다니고, 여행을 하는 것보다 대학이라는 것이 더 자신의 인생에 필요하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뭐, 소설 이외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자. 이 고양이 이야기(백)의 특징 중 하나는 하네카와 츠바사 속에 있는 괴이인 사와리네코의 시점에서도 이야기가 서술되어있다는 점이다. 말투가 '~냐'로 바뀌면서 대화 형식의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이 부분도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매력이 있었다. 소위 블랙 하네카와라고 불리는 사와리네코와 하네카와의 교차되는 이야기, 그리고 이번 고양이 이야기(백)에 등장한 하얀 호랑이에 관한 이야기는 두 가지의 시점을 통해 아주 잘 표현하였다고 생각한다.
또한, 센조가하라나 파이어시스터즈 카렌과 츠키히를 통해 하네카와 츠바사라는 소녀의 본질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여 인물에 관한 이해를 더 바로 할 수 있었다. 특히 그런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 아픔을 받아들이기 시작하고,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하네카와의 이야기는 여러 모로 의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번 고양이 이야기(백)은 바로 그런 이야기이다.
"그것에 비해서 하네카와는 그 부분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아니, 그게 아니지. 너도 분명히 그 리스크의 존재는 알고 있을 거야. 하지만 그 리스크를 대단한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아. 그 부분이야, 아마도. 너는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 악의나 구제불능함을 전혀 거리끼지 않아. 그렇다기보다 받아들여 버리고 있어. 어쩌면 이건 너의 굉장함을 말로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는데, 전혀 아니야. 나, 지금까지 하네카와를 굉장히 존경하는 구석이 있었는데 지금 그 마음이 완전히 사라진 기분이 들어."
실제로 게속 이야기하는 센조가하라는 전혀 나를 칭찬하는 느낌이 아니었다.
최고의 칭찬이라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는다.
오히려 센조가하라는.
화를 내고 있었다.
…
"어떻게도 생각하지 않지? 이 생황에 동정을 느끼거나 부담을 느끼지는 않지? 응, 그건 분명히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해. 소설이나 만화 속이었다면 말이야. 혹은 역사상의 위인 이야기였더라면 아주 멋지겠지. 감동적이었을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하네카와, 넌 현실의 인간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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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처럼 센조가하라는 제3자의 인물을 통해 하네카와 츠바사라는 소녀에 대해 본질적으로 이야기한다. 이 요소는 작품 외에서는 글을 읽는 독자가 하네카와 츠바사라는 소녀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작품 내에서는 하네카와 츠바사가 자신이 부정하고 있던 자신에 대해 받아들일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된다. 그렇게 점점 하네카와 츠바사라는 한 소녀가 자신에 관하여 알아가며 성장하는 이야기가 바로 '고양이 이야기(백)'의 주제다.
그리고 기존 '고양이 이야기(흑)'을 접한 사람을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하네카와 츠바사의 가정은 평범한 가정과는 다르다. 나는 여기서 하네카와의 가족 이야기를 할 때 상당히 많은 것을 생각하며 읽을 수 있었다. 지금 현실에서 내 가정도 그리 평범한 가정은 아니기 때문이다. 뭐, 여기에 관해서는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도록 하겠다. 굳이 내 이야기를 한다고 하여 하네카와 츠바사의 이야기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이번 '고양이 이야기(백)'에서는 하네카와가 가족에서 느낀 진실을 읽을 수 있다.
고양이 이야기(백), ⓒ미우
본론이 길었지만, 이제 결말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내가 제목을 '한 소녀의 성장 이야기'라고 붙인 것처럼 결말은 하네카와가 자신의 아픔을 받아들이고, 어른이 되면서 그 끝을 맺는다. 이번 '고양이 이야기(백)'에서 새로 등장한 호랑이 괴이는 사와리네코(블랙 하네카와)처럼 자신이 받아들이지 못했던 또 하나의 자신이었다. 여기서는 화재를 일으키는 힘을 가진 것이 바로 호랑이인데, 이 호랑이가 그런 힘을 가진 것은 하네카와의 한 감정이 원인이었다. 그 감정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 이번 이야기의 실질적인 주제다.
평소 이런 장르의 소설을 읽는 것을 싫어한다고 할지라도 한 번만 이 작품을 읽어보게 되면, '이야기 시리즈(모노가타리 시리즈)'가 얼마나 재미있는 작품인지 알 수 있게 되리라 확신한다. 이번 '고양이 이야기(백)'에서 보여준 하네카와 츠바사가 진정한 자신을 찾고, 인정하고, 그리고 그 아픔을 받아들임으로서 성장하는 이야기는 정말 완성도가 높은 성장 이야기였다. 분명, 누구나 많은 생각을 하면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작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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