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애니메이션에 이토록 빠지게 되었을까?
- 문화/아니메 관련
- 2013. 1. 22. 08:00
왜 나는 애니메이션이 이토록 빠지게 되었을까?
오늘은 잠시 내가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에 왜 이렇게 '헌신적'이라는 말을 사용해도 좋을만큼 좋아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 글을 읽는 사람도 다 목숨과 바꿀 정도로 정말 좋아하는 일이나 취미가 하나쯤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조금 과장된 표현일지도 모르겠지만, 내게 있어 애니메이션은 바로 그 정도의 의미가 있는 취미, 아니, 취미라고 말하기보다는 내가 살아가는 데에 가장 필요한 것이다.
ⓒ바케모노가타리
내가 이렇게 애니메이션에 빠지게 된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하나는 친구라 부를 수 없었던 내게 유일하게 곁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애니메이션이었다. 두 번째는 정말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았던 시절에 유일하게 위로가 되었던 것은 바로 애니메이션이었다. 세 번째는 일상 생활에서 절대 느낄 수 없었던 '즐겁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준 것이 바로 애니메이션이었다. 그래서 나는 애니메이션이라는 하나의 문화에 이토록 빠지게 되었고, 지금은 내가 살아가는 데에 반드시 필요한 하나의 요소가 되었다.
아마 이런 말을 하더라도 일반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애초에 같은 애니메이션에 취미를 두고 있는 사람도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되는 정도이니까. 그 사람들에게 나는 '마약에 중독되어 마약 없이 살아갈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뭐,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애니메이션에 '중독'되었다고 표현하기에 딱히 부족한 요소도 없으니까. 일부 사람들은 '너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도 하지만, 나는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내가 애니메이션에 빠진 세 가지 이유는 지금 내가 살아서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데에 큰 역할을 하였다.
나는 어릴 적에 학교 폭력이나 가정 폭력 등에 시달리며 꽤 힘든 삶을 살았다. 지금에서야 이렇게 다소 말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하루하루가 죽는 것보다 못한 그런 하루였다. 많은 사람이 "학교에 다녔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지만, 나는 절대로 싫다. 나더러 다시 '학교에 다녔전 시절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나는 당장 그 자리에서 목숨을 버릴 것이다. 그 정도로 나는 학교를 다녔던 시절이 싫었다. 뭐, 그 학교도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에 푹 빠졌던 고등학교 때에는 살만 했지만, 초·중학교 시절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극구 사양이다. 그냥 그 자리에서 혀를 깨물고 죽으면 죽었지, 절대 그러고 싶지 않다.
ⓒ하트 커넥트
애니메이션을 통해 나는 아픔을 공유하고, 아픔을 치유하고, 그 아픔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것은 현실에서 선생님도, 부모님도 가르쳐주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통해 나는 꿈을 꾸는 법을 배웠고, 꿈을 좇아야 하는 이유를 배웠고, 꿈을 좇는 방법을 배웠다. 이것도 현실에서 그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것이었다. 누군가는 이 말을 듣고 코웃음을 칠지도 모르지만, 애니메이션에서는 꿈을 이야기하고, 아픔을 이야기하는 정말 좋은 작품이 많다. 그 작품이 나 자신을 스스로 가르치며 어른으로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애니메이션을 옛날에 만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도무지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나는 중학교 때까지 '미래계획서'라는 것을 써보라는 과제를 받으면, 언제나 '나는 20살이 못 되어 죽을 것이다'고 썼었다. 그 당시에 정말 살 용기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애니메이션을 만나고 나서 바뀌기 시작했다. 그 변화는 느렸지만, 천천히 그리고 장기적으로 진행되면서 지금까지 이르렀다. 이런 내가 어떻게 애니메이션 없이 살 수가 있겠는가?
|
그리고 그렇게 나에게 비전을 심어주고, 목표를 세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것이 애니메이션이었지만, '지금 나는 살아있어도 괜찮다. 지금 이 순간이 즐거울 수도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 것도 바로 애니메이션이었다. 애니메이션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일상을 벗어난 그 재미는 내가 태어나서 순수하게 '재미있다'고 느낀 감정이었다. 늘 어릴 때부터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의 손길에 닿지 않으려고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지냈고, 학교에서는 덜 놀림 당하고, 덜 맞기 위해서 늘 눈치를 보며 지냈었다. 그렇게 끔찍했던 하루하루를 살았던, '사는 재미'라는 것이 하나도 없었던 나에게 처음으로 '재미'라는 감정을 느끼게 해줬던 것이다.
어느 사람에게나 자신의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다주고, 자신에게 살아갈 용기를 준 계기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것은 누구에게도 양보하거나 포기하고 싶지 않은 아주 소중한 존재일 것이다. 나에게 있어 애니메이션이란 바로 그런 존재다. 그래서 나는 애니메이션에 이토록 빠질 수밖에 없었으며, 지금도 이렇게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며 소중히 여기며 늘 함께 하는 삶을 살고 있다. 이 삶에 나는 절대 후회는 없다.
상당히 논리적으로 정돈되지 않은 글이 되었지만, 애니메이션을 생각하는 내 진심은 잘 전달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누가 이상하게 보더라도 상관없다. 이것이 '나'라는 사람이니까. 나는 이런 나에게 자신을 가지고 있고, '살아도 괜찮다'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나는 앞으로도 이렇게 인생을 살아갈 것이고, 내 인생에서 애니메이션이라는 존재가 사라진다면, 아마 내 삶도 거기에서 멈추리라. 내 삶의 톱니바퀴는 바로 애니메이션이라는 유성기어와 함께 돌아가기에 돌아가는 것이니까.
이 글을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