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잡아요 1권, 파스텔 그림 같은 만화
- 문화/만화책 후기
- 2018. 8. 15. 07:30
[만화책 감상 후기] 손을 잡아요 1권, 슬픔을 반으로 만드는 기적
사람과 사람이 손을 잡는 데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서로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서로를 같은 동격의 인격체로 존경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서로를 사랑한다는 마음의 표현이기도 하고, 다툰 이후에는 화해를 뜻하기도 한다. 누군가와 손을 맞잡는다는 건 행동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거다.
오늘 소개할 만화 <손을 잡아요 1권>은 서로의 손을 잡는다는 의미를 ‘불안하거나 슬픈 기분이 들거나 그런 감정을 안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손을 잡는 것으로 불안도 슬픔도 반이 된다.’라고 해석하는 작품이다. 주인공이자 히로인인 아즈키가 옆집에 이사 온 하이라기의 손을 잡는 건 그런 의미였다.
<손을 잡아요 1권>의 주요 등장인물은 ‘타치바나 치카’라는 이름의 미소년 주인공, 그리고 치카와 소꿉친구이자 미소녀인 ‘쿠스노키 아즈키’, 두 사람이 사는 같은 아파트 아리스노 단지에 이사를 온 ‘하이라기 미즈키’ 세 사람이다. 물론, 아즈키와 미즈키 두 사람의 남동생도 작품에서 빠지지 않았다.
만화의 첫 에피소드는 타치바나 치카와 쿠스노키 아즈키 두 사람이 과거에 겪은 작은 일화다. 어릴 때 여자 같은 이름과 여자아이 같은 미모로 놀림을 받은 치카를 아즈키가 앞으로 나서서 당당히 지켜준 남녀 역전의 모습은 흔한 에피소드였다. 하지만 흔한 에피소드인 만큼, 또 그게 예쁘게 잘 그려졌다.
그때부터 아즈키를 자신만의 영웅이자 좋아하게 된 타치바나 치카의 현재 감정을 나타내는 묘사는 과하지 않게 잘 그려졌다. 언제나 함께 있고 싶어 하고, 곁에 두고 싶어 하는 치카의 모습은 순수한 주인공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뒤에서 등장한 하이라기를 살짝 견제하며 과시하는 모습도 꽤 보기 좋았다.
하이라기와 아즈키는 하이라기가 이사 온 첫날에 미아가 되어버린 상태에서 만나게 되었다. 이미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하이라기가 미아가 되는 건 조금 우스운 일이지만, 이제 막 이사를 온 곳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건 사실 드문 일이 아니다. 한국이라도 모르는 곳을 가면 우리는 길을 헤매는 법이니까.
길을 잃었다가 길을 찾는 과정으로 하이라기와 아즈키의 인연이 특별해진 건 아니다. 여기에는 하이라기의 남동생 류세이가 말한 “엄마가 죽고 난 후부터”라는 대사가 크게 작용하는데, 아직 슬픔을 제대로 이겨내는 법을 모르는 하이라기가 남동생과 잘 지낼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아즈키가 힘이 된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리고 다른 의도 없이 순수하게 ‘진심’을 보여주는 아즈키의 모습에 하이라기가 느끼는 감정은 파스텔톤 그림 같았다. 그런 하이라기의 모습을 보면서 아즈키를 곁에 두고 괜히 더 과시하는 치카의 모습, 동생들과 겪는 소박한 에피소드와 주인공과 히로인의 에피소드가 메인이다.
천천히 읽으며 이야기를 음미하기 좋은 만화 <손을 잡아요 1권>. 누군가의 손을 잡는다는 걸 소재로 하여 따스한 이야기를 잘 그리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문득 생각했다. 언젠가 나도 누군가의 손을 잡고 함께 웃을 수 있는 날이 있으면 좋겠다고. 부디 이 글을 읽는 독자도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기를.
* 이 작품은 학산문화사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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