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바이 리버티 1권 후기
- 문화/만화책 후기
- 2018. 4. 17. 08:00
[만화책 감상 후기] 바이바이 리버티 1권, 때때로 사랑을 하는 게 청춘입니다
앞서 소개한 라이트 노벨 <이데올로그 3권>의 주인공과 히로인은 반연애주의를 내세우면서도 사실은 두 사람의 호감이 점점 깊어지는 이야기다. 오늘 여기서 소개할 두 번째 작품 만화 <바이바이 리버티 1권> 또한 <이데올로그 3권>의 히로인과 닮은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그린다.
<바이바이 리버티 1권>의 주인공은 미소녀 여학생 스즈키 리나다. 그녀는 또래 여자아이들이 이야기하는 연애에 전혀 관심 없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바이바이 리버티 1권>에서 그린 그녀의 독백은 ‘애초에 왜 남자친구가 필요하지?’라는 의문을 갖는 점에서 제법 흥미가 솟았다.
보통 이런 캐릭터가 순진한 사랑을 하기 마련이니까. 옛말에 “결혼 안 한다고 하는 사람이 제일 먼저 결혼을 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어릴 적에 나도 종종 들었다. 하지만 나는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다.”라고 변명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고, 애초에 결혼이나 연애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 일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보다 차라리 오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재미있는 책을 읽고, 혼자 여행을 떠나는 게 더 좋지 않은가. 아마 이러한 가치관은 나와 같은 20대 청년 세대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치관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때때로 ‘사랑’이라는 감정이 무척 궁금할 때가 있다.
도대체 사랑을 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이 되는 걸까.
바로, 그 질문에 맞선 스즈키 리나는 ‘타쿠미 히비키’라는 인물을 만나 연애와 사랑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이야기가 만화 <바이바이 리버티 1권>의 주요 이야기다. 스즈키 리나와 타쿠미 히비키의 만남은 ‘최악’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리나에게 맞지 않았는데, 원래 연애물은 이렇게 시작하는 법이다.
두 사람이 처음 얼굴을 트게 된 것은 타쿠미 히비키가 리나의 옆집으로 이사 왔을 때다. 이 순간부터 많은 러브 코미디 작품을 접한 나로서는 ‘이거 될 각이로군’이라며 촉이 왔지만, 스즈키 리나의 철벽같은 마음을 어떻게 공략할지 궁금했다. 그런데 뜻밖에 너무나 쉽게 리나의 공략에 들어갔다.
타쿠미 히비키가 “어떤 여자가 자꾸 스토킹을 하고 있다. 여자친구인 행세를 해달라.”라고 부탁하자, 리카가 가벼운 마음으로 도와주겠다고 고개를 끄덕인 게 원인이었다. 보통 이런 관계는 가짜 연인 행세를 하면서 이어지기 마련인데, 히비키는 속전속결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키스를 해버린 거다.
당연히 이 키스 한 방에 심쿵한 스즈키 리나가 타쿠미 히비키에게 반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그의 뺨을 두 차례가 세게 때리면서 “저질, 더러워. 더러워. 더러워”라면서 자판기의 물로 입을 헹구었다. 리나가 가짜 여자친구 행세를 승낙하지 않았다면 신고를 당해도 아무 변명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만화를 읽으면서 ‘역시 미남은 뭘 해도 되는 건가.’라며 독기를 품기도 했는데, 이렇게 한 번 크게 흔들린 리나의 마음은 한 번 방어막이 깨지면서 속을 조금씩 드러내게 된다. 그녀는 연애가 필요없다고 여기는 게 아니라 그 감정을 이해하지 못해 한 번도 누군가를 좋아한 경험이 없었던 거다.
이렇게 글을 쓰는 나 또한 솔직히 현실에서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다고 생각하거나 좋아한다는 감정을 느낀 적이 없다. 나도 남자이기 때문에 미인을 보면 가슴이 설렐 때도 있지만, 그 설렘이 좋아한다는 감정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애초에 나 자신을 보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간판이 허술한 나와 달리 간판 자체는 미소녀에 가까운 스즈키 리나는 다른 거다. 그녀는 ‘줄곧 생각했어. 사랑을 하고 싶다고.’라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충분히 개선의 가능성이 있었고, 철두철미하게 지키고 있던 방어막은 한 번 깨진 이후 급하게 금이 가면서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버린다.
<바이바이 리버티 1권>에서 스즈키 리나는 타쿠미 히비키의 또 다른 면모를 보면서 살짝 두근거리기도 하고, 그가 일하는 곳에서 만난 마스터에게 ‘설렘’이라는 감정을 느낀다. 그런데도 리나는 자신이 품은 감정이 좋아하는 건지 잘 알 수 없었는데, 그 감정을 깨달을 수 있도록 히비키가 살짝 도와준다.
그리고 <바이바이 리버티>의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히비키가 리나가 느끼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을 전할 수 있도록. 보통 이런 작품은 어느 인물을 도와주다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일이 흔하다. 앞서 읽은 많은 라이트 노벨을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모든 독자가 잘 알 것이다.
그런데도 <바이바이 리버티 1권> 같은 작품이 매력적인 이유는 주인공과 히로인이 멋지니까. 너무나 착하면서도 멋지고 예쁜 두 사람의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게 되니까. 오늘 만화 <바이바이 리버티 1권>를 읽은 내 기분이 딱 그렇다. 도대체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어떤 걸까. 궁금하다.
* 이 작품은 학산코믹스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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