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시 넘버 1권 후기
- 문화/라이트 노벨
- 2018. 2. 12. 07:30
[라이트 노벨 감상 후기] 걸리시 넘버 1권, 성우의 현실적인 업무 현장 이야기
나는 늘 내가 읽고 싶은 라이트 노벨을 직감에 의존해서 구매하는 편이지만, 종종 사람들의 추천이나 평판을 살펴보고 구매할 때도 있다. 왜냐하면, 라이트 노벨 블로그를 운영하는 한 사람으로서 역시 좀 더 다양한 작품을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이건 블로그를 변명으로 붙인 지극히 개인적인 욕심이다.
덕분에 나는 미처 만나지 못한 여러 작품을 만나기도 했는데, 오늘 소개할 라이트 노벨 <걸리시 넘버 1권> 또한 그렇게 만났다. 처음에는 신작 라이트 노벨이라서 가볍게 읽고 싶은 호기심 정도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드디어 정식 발매구나!’라며 반색하는 반응을 접한 이후 바로 읽기로 했다.
<걸리시 넘버>는 성우 일을 하는 주인공과 성우 매니저 일을 하는 주인공, 즉, 두 명의 주인공을 메인으로 하는 작품이다. 성우 일을 하는 카리스마 치토세와 성우 매니저 일을 하는 카리스마 고죠. 두 사람은 남매로, 이름에 ‘카리스마’가 들어가 있어 처음에는 정말 카리스마가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두 캐릭터는 ‘카리스마가 있다’고 말하기보다 ‘패기를 엿보기 어렵다’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캐릭터였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살짝 지루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고, 뭔가 떠들썩한 분위기의 이야기임에도 막상 그렇게 신나지 않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굉장히 평가하기 어려운 작품이었다.
<걸리시 넘버 1권> 시작은 ‘이 업계는 이상하다.’라며 치토세가 자신이 하는 일을 돌아보는 모습이나 치토세의 오빠인 고죠가 ‘이 업계는 이상하다.’라며 치토세 같은 인물이 있다는 걸 자조 섞인 모습으로 말하는 장면이다. 처음에는 두 남매의 의욕이 없으면서도 의욕이 있는 모습이 무척 신선했다.
치토세는 성우 업계에 뛰어들기는 했지만,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책을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편이었다. 보통 우리가 라이트 노벨을 통해 보는 성우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성우가 있거나 그 분야의 주요 소재가 되는 라이트 노벨, 만화, 애니메이션 등에 매니아 이상의 호감을 가지는 법이다.
그러나 <걸리시 넘버 1권>에서 읽은 치토세는 그런 모습이 전혀 없었다. 자신을 떠받들어주기를 바라는 여왕님 같은 모습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왕님 캐릭터는 또 아니었다. 굉장히 순수한 모습이 어울리는 천연 캐릭터 같으면서도 딱 ‘여동생’이라는 포지션이 어울리는 평범한 캐릭터였다.
그런 그녀가 왜 성우 일에 뛰어들게 되었는지는 어디까지 ‘흥미 위주’라는 게 <걸리시 넘버 1권>에서 읽은 이야기다. 그녀가 성우 일을 하면서 가진 약간의 무관심은 오빠 고죠에게 자주 지적을 당하고, 같은 사무실에 소속된 친구 쿠기야마 야에로부터도 “정말 흥미가 없구나.”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 하지만 여동생 캐릭터는 너무나 좋았다. 아, 이런 여동생이 있었으면!
솔직히 <걸리시 넘버> 시리즈를 과거에 만난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걸리시 넘버 1권>을 읽으면서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애니메이션 <시로바코>를 비롯해 라이트 노벨에서 자주 접한 ‘오타쿠와 리얼충의 이야기’ 등의 장르라고 생각해서 <걸리시 넘버 1권>을 읽었다.
그런 내 예상과 달리 <걸리시 넘버 1권>은 <시로바코>처럼 진지하면서도 즐겁게 애니메이션 장르에 꿈을 가진 주인공들의 이야기도 아니고, 오타쿠와 리얼충의 러브코미디를 그리는 이야기도 아니다. 정말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없는 이야기 속에서 ‘치토세’와 ‘고죠’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평범한 일상 이야기라면 그건 또 그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을 텐데, 도대체 <걸리시 넘버 1권>은 뭐 하는 작품인 걸까?
<걸리시 넘버 1권>을 읽는 동안 몇 가지 마음에 드는 묘사와 장면을 만나기도 했지만, 이건 어디까지 글을 쓰는 나의 시점에서 본 부분일 뿐이다. 순수하게 라이트 노벨 독자로 읽은 <걸리시 넘버 1권>은 ‘여기서 뭔가 하나가 더 추가된다면 확 터질 것 같은데….’라는 느낌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라이트 노벨 <걸리시 넘버 1권>을 읽을지 말지는 어디까지 직접 결정하길 바란다. 글을 쓰면서 구글에서 검색해보니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작품이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나는 다음 2권을 읽을지 말지를 애니메이션을 찾아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다. 이 글이 다른 독자에게도 참고가 되었기를….
* 이 작품은 서울문화사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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